최근 정부에 의한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사례관리의 평가배점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등 ‘사례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이를 자립생활센터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현장에서는 “아직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경기복지재단 양희택 팀장.ⓒ에이블뉴스

■자립생활센터에서의 사례관리란?=경기복지재단 장애인복지팀 양희택 팀장은 17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자립생활센터에서의 사례관리 모델 개발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사례관리 모델을 제안,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먼저 양 팀장은 “사례관리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재가에서의 삶 전체를 총괄적으로 조망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제도와 서비스, 자원들을 연계하는 방법”이라며 “정부에 의한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도 사례관리의 평가배점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센터에서도 사례관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목적을 밝혔다.

이어 양 팀장은 “최근 재가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전달체계인 활동지원제도, 장애인연금 등이 갑작스럽게 많아지고 있다”며 “장애인 인구증가, 욕구의 다양화라는 근본적인 요소들로 인해 개별서비스의 조정과 접근성 등의 당면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례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의 복지시설에서 활용하고 있는 사례관리 방법과 내용 등을 그대로 센터에 적용하기에는 직원 일정비율 이상의 중증장애인 구성, 이념적 상이점 등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

이에 양 팀장은 센터에서 실시되는 사례관리는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장애인들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자립생활을 실현시키기 위한 만큼,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센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사적 모든 서비스나 제도 등을 이용 장애인의 입장에서 조정, 연계해야 함을 강조했다.

센터에서의 사례관리 모델을 적용하면 ▲초기면접 ▲동료상담/자립생활 정도 평가 ▲심층면접 ▲사례관리 계획서/사례관리 상호동의서 ▲사례관리 점검표/회의록 ▲종결보고서 등이 담겨야 함을 제언했다.

먼저 초기 면접의 경우, 센터에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모든 대상자는 반드시 초기 면접과 동료상담 과정을 거치도록 하며, 초기 면접은 동료상담가가 주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센터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이용 장애인의 욕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동료상담가에 의해 초기면접과 면접지 작성이 끝나면 동료상담가, 활동보조인, 직원, 사무국장, 소장 등이 서비스 계획회의를 진행, 사례관리를 위한 심층면접이 필요한지를 판단해 서비스 적격을 부여하게 된다.

또한 센터에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모든 대상자는 동료상담을 받도록 하며, 동료상담의 회차는 동료상담 실시와 초기 면접 이후 서비스 계획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초기면접 계획회의에서와 동료상담을 진행하는 가운데 심층면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도 실시된다. 본격적인 사례관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심층면접은 비교적 전문적이고, 다면적인 측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양 팀장은 설명했다.

심층면접 시 질문으로는 예를 들면, 가족 및 사회적지지, 대인관계 영역에서 친척, 친구, 이웃과 얼마나 자주 만나고 있는지의 현재 사항과, 어려움이 있을 때 누구/어떤 곳으로부터 도움을 받길 희망하는가? 등의 개인적 바람 및 욕구 등도 함께 담도록 했다.

아울러 사례관리 개시 후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점검표를 달성, 반드시 담당직원과 서비스 이용 장애인이 동시에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점검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이용 장애인이 참여하는 회의는 물론, 사례관리를 종결할 경우, 반드시 종결 이전 관련자들이 동시에 참여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례관리 종결보고서는 사례관리와 관계된 모든 인력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이용 장애인과 합의된 사례관리 목표가 달성됐다면 또 다른 사례관리 과정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연계된 다른 기관이나 센터에 의뢰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했다.

왼쪽부터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훈 사무국장,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항주 팀장.ⓒ에이블뉴스

■“사례관리, 아직 센터에서는 힘들어”=하지만 이날 토론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직 재정이 열악하고, 많은 중증장애인들로 이뤄진 센터 안에서의 체계화된 ‘사례관리’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아직 이르다는 반응.

먼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훈 사무국장은 실제 센터에서 실시한 사례관리의 사례를 들며,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고민을 털어놨다.

김 사무총장은 “그동안 지역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단편적, 일회성, 파편적 지원을 넘어 연속적이며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료지원서비스에 적용해 봤다. 매주 1회 정기적인 사례회의를 갖고, 상담과 사례들을 공유하고 대응을 논의했다”며 “부닥친 문제는 문서작성의 과잉, 개입과 실행의 기반이 되는 사례회의가 다른 일정들에 밀려 다시 파편화된 지원 관행이 되풀이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 결정적인 문제는 용어만 자기결정을 존중했지 그 실제에서는 당사자의 주도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으며 형식적인 사후 추인에 그치고 만 경우가 허다하다. 문서작성의 과잉은 중증장애인 당사자 직원들의 소진을 가져왔다”며 “직원 수는 적고 중증장애인 행정속도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문서기록의 간소화나 다른 효율적인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례관리가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기술임은 인정하지만 자립생활센터 현장에서는 그 입증이 어렵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물적, 인적 자원이 열악한 대부분의 센터에서 실현하기란 당분간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항주 팀장은 “장애인 자립생활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전달체계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사례관리의 독특한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사례관리는 그 개념에 있어서 보호에 초점을 두는 care management, 건강보호영역에서 발달한 개념인 management care의 내용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동료상담의 경우처럼 센터에도 특유한 사례관리의 이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센터는 집행단위의 절반 이상을 장애인당사자 활동가로 구성하고 있으며, 운영위원들도 마찬가지다. 활동가 또한 뇌병변장애인”이라며 “효율적인 기록 및 보고서 작성 작업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활동보조가 그 할일을 일부 담당할 경우 비밀보장 준수 등과 같은 책임성에 대해 견고한 장치가 필요함을 물론, 효율성의 문제와 윤리적 딜레마의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17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자립생활센터에서의 사례관리 모델 개발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