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용(한나라당)·박은수(민주당)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4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 이용자 욕구 충족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오는 10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을 앞두고 최근 전국 7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활동지원제도 2차 시범사업이 종료됐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추진단 평가·판정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자료' 결과, 시범사업에 적용된 새로운 인정조사표로 인해 서비스 이용자의 36.2%가 인정조사등급이 하락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77.8%가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며 활동지원제도의 인정조사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범사업 인정조사표 조사항목이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인정조사표를 담고 있음은 물론,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단일 판정도구를 사용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이를 위해 윤석용(한나라당)·박은수(민주당) 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4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 이용자 욕구 충족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협성대학교 양희택(사회복지학과)교수는 "2차 시범사업의 인정조사표는 장애인활동지원법에서도 소폭 수정돼 원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정조사표는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보다 훨씬 더 요양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항목별 질문들도 장애인의 지역사회참여와 활동을 통한 사회통합과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내용보단 신변처리와 요양과 보호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이 더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에서 활용된 활동지원인정조사 항목은 신체기능(K-ADL)영역(12개), 인지기능영역(7개), 행동변화영역(14개) 간호처치영역(9개), 재활영역(10개)으로 구성된 요양인정분야 총 52개항목과 수단적 일상생활동작(IADL)분야의 8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휠체어타기, 보기, 행동, 듣기, 지각 등 5개의 추가항목이 포함됐지만 이는 점수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이중 신체기능이나 수단적일상생활동작, 추가항목의 세부항목 부분은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양교수에 따르면 인지영역(세부항목: 단기기억장애, 지시불인지, 날짜불인지, 상황판단력 감퇴 등), 행동변화영역(세부항목: 망상, 서성거림, 환각과 환청, 슬픈상태, 물건망가트리기 등), 간호처치영역(세부항목: 기관지 절개관 간호, 도뇨관리, 욕창간호 등) 등은 세부항목이 기존 활동보조서비스보다 늘어나, 요양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양 교수는 특히 "세부적인 조사항목과 판정기준을 보면 각 장애유형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습관화된 환경에선 단순 신체기능이나 인지능력, 기능장애가 발생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선 그 반대의 경우가 다반사임에도 이러한 점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장애인 자립생활실현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 제공과 서비스 이용 판정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노인장기요양의 강조점인 요양과 단순보호(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을 하지 못하는 정도)에 근거한 조사표 구성에서 오는 결과물"이라며 "이는 반드시 재검토 논의와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대구대학교 조성재(직업재활학과) 교수는 "시각장애인은 정보접근이나 문서읽기 등의 욕구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그저 오로지 생존 급급한 내용, 요양이나 와상환자의 측면만을 갖다놓았다"며 "장애인 당사자인 내가 시범사업의 인정조사표에 따른다면 집에 누워서 아무것도 못한 채 무기력한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활동보조 대상자 선별과 인정시간 산정에 있어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각 장애 영역별 인정조사표를 따로 만든 방식이나, 현행 인정조사표의 전체 구성은 유지하되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고 장애 영역별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하위 영역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 중 하나를 채택해 인정조사표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정책위원장도 "이런식의 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는 활동보조예산배정표일 뿐"이라며 "인정조사표에는 누워있어야만 시간 받고 좀 더 활동하면 서비스 시간을 받지 못하는 부정적인 요소만 담아 평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또한 "욕구조사 항목은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반드시 반영돼야 함에도 이를 조사만 하고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은 활동지원제도를 통해 간병만 해주겠다는 걸 밝히는 꼴"이라며 "인정조사표를 아무리 객관적으로 만들어도 근본적인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정책과 예산을 설계하지 않는 한 근본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일열(장애인활동지원TF)팀장은 "1차 시범사업은 노인요양과 활동보조를 각각 적용했고, 2차시범사업은 두개를 통합 적용했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장단점도 있다"며 "5월 중에 방안을 제시해 6월 중 고시해야 한다"고 일정을 전했다.

이어 김 팀장은 "시각·발달장애 등을 위한 보완이 필요하단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포함해 장애인 욕구가 반영되는 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를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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