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이 22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4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와 19일째 농성중인 장애인 8명과 장애인단체들이 22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하는 제216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은 면담 약속을 지키라”며 재차 촉구했으나, 끝내 오세훈 시장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8명의 장애인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 후 오세훈 시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두 시간여를 기다렸지만, 회의를 마친 오세훈 시장은 이들의 요구에 답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 오세훈 시장은 22일 오후 해외순방길에 올라 6박 7일간 미국, 몽골 등을 방문한 후 오는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08년 12월 24일 면담을 통해 탈시설욕구 조사결과를 올해 3월에 발표하고 대책을 수립한 후 6월에 다시 면담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수차례 면담을 촉구했는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들의 19일이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지금 오세훈시장이 이를 외면하고 아무런 대답 없이 해외순방을 떠난다면 이는 그동안 장애인들과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장애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김동림씨는 “지난 17일 오세훈 시장에게 장애인 100명의 요구를 담은 공개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뭐가 무서운지 그것도 막아서 전달도 못하고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면 또다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할 것이다. 지구 끝까지 오세훈 시장을 찾아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겠다”고 외쳤다.

임소연 장애와인권발바닥 활동가도 “오세훈 시장이 우리의 탈시설·자립생활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장애인이 시설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때까지 이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영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오세훈 시장은 장애인들이 이렇게 19일째 농성하고 있는데 얼굴 한번 비치지도 않고, 한 마디 대꾸도 없다”며 “자기 집 개가 짖어도 이렇게까지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연대발언자로 나선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내 가로판매대·버스·전광판 등에 내걸린 서울시 홍보광고 중 일부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철거·삭제를 권고했다고 한다”며 “서울시가 이런 광고에 쓰는 돈을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자립생활정책에 쓴다면 다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그 돈을 선거에서 다시 이기기 위해 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계속 검토 중이며,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할 만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탈시설 장애인 8명과 장애인단체들은 이날 오전 8시께에도 서울시공무원 연례회의가 열린 세종문화회관에 찾아가 "오세훈 시장은 면담약속을 지키라"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공무원들로부터 쫓겨나고 말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시회의 앞에서 오세훈 시장을 기다리며 "면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장애인들을 외면한 채 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에이블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빠져나가자 장애인들이 따라가보지만 경찰의 제지에 막혀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장애인들과 함께 회의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기다리며 "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4일 석암 베데스다 요양원에서 나와 19일째 농성중인 장애인 8명과 장애인단체가 2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시장은 면담 약속을 지키라”며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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