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온 김진수(60)씨가 11일 대한문 앞에서 연 결의대회에서 서울시측에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지난 4일 “더 이상 시설에서 살기 싫다”며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9일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인 8명이 인권위 진정과 결의대회 등을 통해 서울시측에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긴급 구제 진정을 넣었고, 11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 석암재단생활인인권쟁취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서울 종로구 대한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면담 약속을 지키고 탈시설·자립생활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 후에는 서울시에 ▲중증장애인 자립주택 제공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활동보조 생활시간 보장 및 대상제한 폐지 등을 담은 ‘탈시설·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민원을 접수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측은 현재 인권위는 탈시설 장애인들이 접수한 진정과 관련해 노숙현장을 방문하고 복지부·서울시를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일에는 마로니에 공원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의 장애인복지팀 및 주민복지과 관계자가 현장에 나가 탈시설 장애인들의 현황과 요구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구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에는 당장 필요한 현실적 대책도 있지만 주거문제 등 전반적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도 있는데 그 부분은 서울시나 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당장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그분들을 예외적으로 수급자로 책정하는 등의 방안을 갖고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온 8명의 장애인들이 장애인단체와 함께 11일 대한문앞에서 서울시에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사용된 피켓. ⓒ에이블뉴스

탈시설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제출한 민원에 대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면담과 정책 마련 모두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결의대회에서는 노숙농성 당사자들과 지방 장애인 단체 활동가,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서울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년간 시설에서 생활했던 김진수(60)씨는 “우리는 지금 주소지가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을 수 없다. 당장 집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전세금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외쳤다.

시설생활 28년 끝에 시설에서 나온 방상연(38)씨는 “오세훈 시장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약속 지킬 때까지 끝까지 쫓아가겠다”고 외쳤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송정문 대표는 “저도 자립생활을 고민하며 어떻게 살지 막막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남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 꿈을 꿀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꿈조차 꿀 수가 없다”며 시설 장애인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이와 함께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국가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우리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삶에 실패해도 먹고 살 수 있게 지원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장애인복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국회의원도 오세훈 시장에게 “수도인 서울이 가장 앞장서서 장애인 인권·복지정책, 특히 탈시설정책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를 들어 자립생활과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길 경고하고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온 8명의 장애인들이 장애인단체와 함께 11일 대한문앞에서 서울시에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지난 4일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나온 8명의 장애인들이 장애인단체와 함께 11일 대한문앞에서 서울시에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사용된 피켓.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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