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건 이제 그만, 활동보조서비스 즉각 보장'이라는 요구를 담은 피켓. ⓒ에이블뉴스

경기도의 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10년 이상을 살다가 지난해 12월 초에 퇴소한 정헌민(24·여)씨와 윤수미(20·여) 씨는 인천 민들레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정씨와 윤씨는 모두 1급의 중증장애인으로 이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는 자립생활 실천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현행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격을 살펴보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다.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시설을 나온 뒤 거주지 이전을 한 후에야 가능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활동보조서비스 지침에는 서비스 신청은 수시로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매달 18일까지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에 대한 인정조사 결과 등이 활동보조운영시스템에 전산으로 입력돼 있어야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카드가 발급된다. 바우처 카드 발급 및 인정조사 결과 안내는 22일에서 25일 사이에 이뤄지며, 본인부담금이 있을 경우에는 27일까지 가상계좌로 납부해야 다음달 1일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이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시·군·구에 들어가고, 조사원이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를 대상으로 인정조사를 실시한 뒤, 시·군·구 운영시스템에 그 결과 등이 등록되기까지는 최소 4~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달 13일까지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만약 13일이 넘어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다음 달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중증장애인들은 약 47일 정도를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없이 지내야 한다.

매월 13일 이전에 신청을 하더라도 최소한 17일 간은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없이 지내야 한다. 서비스 대상자로 인정을 받더라도 바우처 카드가 제때 발급이 되지 않거나 인정조사 결과가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정씨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시설을 퇴소했지만 활동보조서비스의 지원 없이 민들레자립생활센터 체험홈 상근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미성년자인 윤씨의 상황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활동보조서비스는 거주지의 읍·면·동사무소에 신청을 해야 하나 윤씨의 거주지는 현재 경기도의 한 장애인생활시설로 돼 있다. 20번째 생일을 맞는 5월이 되어야만 거주지 이전 신청을 할 수 있고, 이후에야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정씨와 윤씨는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들에게 긴급하게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돼야한다고 판단하고,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보건복지가족부를 상대로 활동보조서비스 긴급진정을 제기했다.

긴급진정에 앞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회장 박홍구)는 7층 상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보조는 중증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나 지금의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체계는 시설에서 살던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장벽이며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인권위는 긴급 조사를 해 이들이 즉각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보건복지가족부에 정책권고를 통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7층 상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 장애인들이 즉각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 후 정헌민(24·여)씨와 윤수미(20·여)가 인권위에 긴급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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