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박숙경 외래교수가 '시설생활인의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현황과 실천과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현재의 대규모 시설 해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구 유럽뿐 아니라 미국와 일본, 이스라엘 우리보다 가난한 크로아티아의 경우도 대형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이제라도 시설 보호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해야한다."

2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11층에서 열린 '시설생활인의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현황과 실천과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박숙경 성공회대 외래교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찾고자했던 과제의 해답을 이렇게 제시했다.

박 교수는 "만약 정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 희망한국21, 노인요양보험제도 등에 따라 신규 시설을 확충할 경우, 재택, 소규모, 거주인의 인권과 선택을 중시하는 탈시설 정책을 구상하고 적용했더라면, 또 한다면 현재의 대규모 시설화의 문제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나은화 서울시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박 교수는 시설보호의 역사를 되짚으며, 또한 장애인생활시설을 경험한 장애인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며 차근차근 '탈시설'이라는 대안을 도출해냈다.

박 교수는 대규모 시설 해체라는 해답에 대해 이어 "지나친 민영기관과 시장의존을 벗어나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민간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 민간시설 확대 중지를 제시했다. 경쟁을 통한 민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크기 때문에 공공이 책임지는 서비스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세번째로 박 교수는 탈시설 방향에서 시설 보호 문제를 체계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통합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해답을 제시했다. 우선 시설 생활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내용들을 모으거나 개혁방향을 제시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탈시설 개혁을 이뤄야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박 교수가 제시한 해답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마을의 주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이용자가 아닌 거주의 주체가 돼야한다는 것.

박 교수는 "거주의 소유권을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이용자로 옮길 필요가 있다"면서 "거주인의 지위와 권리보장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4월 1일 장애인불편 해소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하고, 2008년 8월 6일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5개년계획에 의해 확정한 장애인 거주서비스 개편계획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짚어냈다.

우선 박 교수는 복지부의 개편계획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애인 거주지원서비스의 정책방향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5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먼저 신규시설을 40인 이하 시설로 권장하고, 2009년부터는 향후 신축규모를 30인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에 대해 "현재의 상황보다는 많이 개선된 것이나 여전히 대규모 시설로 보편적 삶이 이뤄질 수 없다"며 "시설보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단순히 규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규모는 대폭 축소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지적은 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조자도 내부에서 이뤄지는 통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약하다는 것이었고, 세번째 지적은 정책수립 과정 및 개편과정에서 당사자 참여에 대한 고려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네번째 지적은 아무리 좋은 시설환경도 주체적 참여와 자기결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위계적 관계를 극복하기 어렵고,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립생활, 자기결정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한다는 것.

마지막은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던 예를 제시하며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시설정책 개편방안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지자체 내에서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고관철 상임대표는 "시설은 없어져야한다.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면서 "수용시설에서 생활시설로 다시 거주시설로 바꾼다고 시설이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시설 입소와 관련해 장애인부모들의 딜레마를 전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 "(탈시설을 위한 정책방향은) 부모들이 더 이상 자신의 장애자녀를 생활시설에 입소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고, 지역사회의 자립에 대한 의지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당사자로서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의 이준애 활동가는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시설에 있는 분들이 조금만 더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독립을 하고 싶으면 자기가 더 열심히 싸워야할 것 같아요. 누가 대신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라고 조언했다.

2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11층에서 열린 '시설생활인의 지역사회에서의 보편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현황과 실천과제' 토론회.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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