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포럼'이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현재 장애인 가족지원 관련 법률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계가 미흡해 가족들의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이하 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박지연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현재 장애인 가족지원의 근거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에 명시돼 있으며,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을 통해 프로그램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에 “밝은 면”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장애인 가족지원은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 4월 60대 여성이 40년 동안 돌봐온 자폐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10월에는 50대 여성이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법률과 프로그램은 존재하지만 장애진단 초기 가족지원체계의 부실, 활동지원 시간의 부족, 미흡한 의료체계와 응급지원체계 탓에 아직도 장애인 가족들이 현실을 살아내기는 버겁다.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교수는 ‘국외 가족지원 정책의 도입’과 ‘가족지원 인력 양성 및 확보’ 등을 제언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박지연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 교수는 “장애아동 어머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자녀들이 학교에 가서 문제행동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장애 판정을 받는 즉시 치료사 방문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해당 가정으로 행동치료사와 그 밑에서 수련하는 학생들이 번갈아 주 40시간의 행동치료를 제공한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장애아동들은 기본적인 인성교육과 사회교육을 받은 상태로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미취학 장애아동이 장애판정 초기에서부터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인력과 시간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한 박 교수는 “수련생들은 좋은 실습 평가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장애아동들은 장애진단 초기에 충분한 케어를 받아 빠르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 어서 이런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증거’를 기반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 사이트에 접속한 신청자가 연령, 장애유형, 가족 구성원, 관심주제, 특별한 추가 요구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그 모든 요구를 만족시킬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지원 대상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는 복지가 다른 학문과 연결되는 추세다. 특별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부분에 가족지원센터가 민감해야 한다”며 가족지원 서비스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김신애 경상북도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편 지역 가족지원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상북도장애인가족지원센터 김신애 센터장은 지난 11월부터 12월까지 약 1개월 간 전국 가족지원센터의 발달장애인 가족 500명을 대상으로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지원센터의 역할 재구성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들의 92%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84.8%로 매우 높았다.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얼마나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는 약 53%의 응답자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배우자의 경우에는 56.4%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부모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대답.

가장 어려운 생활 영역을 묻는 질문에는 ‘소득‧경제활동’이 1위를 차지했다. ‘돌봄의 어려움’과 ‘미래를 대비한 지출’이 그 뒤를 이었다.

하루 중 장애 자녀의 돌봄이 필요한 시간은 주중 평일 평균 10.34시간이었으며, 이중 가족이 돌보는 시간은 9.75시간에 달했다. 이마저도 주말에는 13.41시간으로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응답자가 원하는 장애인 가족지원 서비스의 세부유형을 분석한 결과 ‘집중 노력이 필요한 서비스’는 경제적 지원, 장애자녀 미래 대비와 노후 준비, 직업교육 및 고용지원 등이 꼽혔다.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과제로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지원, 보조기기 지원, 주거환경개선 지원 등이 나왔다.

김 센터장은 “가족지원센터의 높은 인지도와 이용 빈도는 가족지원센터가 지역사회 주요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라며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장애인 가족의 개별화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이 발전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센터장은 새롭게 구성돼야 할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을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부모-자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신체·물질적 안녕 제고’, 양육지원 사각지대 자녀에 대한 일시적 돌봄을 지원하는 ‘양육 역량 제고’, 장애인 가족의 문화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협약을 체결하는 ‘가족 상호작용 촉진’, 지역 내 장애인 가족 관련 DB를 구착하는 ‘장애 관련 지원 강화’, 정기적인 부모 자조모임 운영 및 담당인력을 배치하는 ‘정서적 안녕 제고’ 등이다.

김 센터장은 “가족지원센터가 이처럼 효과적인 가족지원 서비스 수행기관으로 기능한다면 지역사회 내에 장애인 가족지원 서비스 지원 여건을 조성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운영을 제도화하고, 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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