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와 A씨는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단짝. 쑥쓰러워하는 민우를 A씨가 품에 꼭 안았다.ⓒ에이블뉴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같은 우리아이, 내년에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면 가끔 밤에 잠도 안와요”

햇빛이 내리쬐던 5월 오후, 유치원에 다녀오는 민우(가명·7)와 그의 엄마 A씨를 만났다. 한껏 신이나 집으로 들어오는 민우는 또래 아이와 별반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조금은 ‘특별한’ 병을 갖고 있다.

그 이름도 생소한 여린엑스증후군(Fragile X syndrome). 소아기에 발병하는 유전적 지능저하의 가장 흔한 원인의 질환으로, 행동장애, 지능저하, 긴 얼굴 등의 증상을 보이는 희귀질환이다.

그럼에도 민우는 씩씩하고 밝다. 처음 보는 기자 앞에서도 민우는 쑥쓰러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친근한 장난도 걸었다. 이날은 유치원에서 사귄 친구도 함께 방문해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A씨는 “조금 시끄럽죠? 원래 애들은 저렇게 놀아야죠”하며 첫 마디를 뗐다.

민우가 처음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바로 A씨. 민우가 생후 10개월 무렵, 어딘가 조금 느리단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교육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비장애아동을 많이 다뤘어요. 그렇다보니 우리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조금 느리단 것을 빨리 캐치한 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우가 조금은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된 A씨는 어린 민우를 데리고 종합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재활훈련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 장애를 갖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조금 느리다’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민우가 5살이 되던 해 희귀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A씨는 현재까지 민우의 손을 잡고 전문병원에서 매일 언어와 인지교육 등을 위해 조기교실을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 등급을 받기위해 신청서도 넣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조기교실에서 유난히 재밌어야하는 민우는 내년부터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이에 A씨는 비장애아동과는 달리, 사소한 걱정부터 들 수밖에 없다는 것.

A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비장애아동 부모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민우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못가고 실수를 할까, 같은 사소한 걱정부터 들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민우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예요”라고 토로했다.

특히 언론에서 통합학교 안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폭력 당하거나 하는 내용의 보도를 접하면 A씨의 마음도 ‘철렁’ 가라앉는 것은 물론이다.

“보도내용은 극단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보통 그러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발달장애 아동)부모들은 심적으로 힘든건 사실이예요. 3~4살이 되도록 앞가림을 못하니까 남들보다 특히나 애절한 마음이 있죠”

민우가 최근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 또래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장난스러움이 묻어난다.ⓒ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성인이 된 이후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과 말이 나온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 A씨도 아직 어린아이만 같은 민우가 사회에 나갈 생각을 하면 막연한 불안감부터 찾아온다고 한다.

A씨는 “우리 민우는 아직 어린 아기 같아요. 근데 가끔 미래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질때가 있지만 죽을 때까지 엄마의 노릇을 끝까지 하고 싶어요”라며 “민우가 커서도 가족단위로 함께 일을 하고 싶어요. 아직 민우를 사회에 내보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항상 민우에 대한 걱정을 품고 있는 A씨는 1년전부터 털어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바로 같은 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아동부모모임.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 부분을 서로 공유하며 용기도 얻는다고 한다.

A씨는 “다른 엄마들과 함께 그냥 수다만 떨어도 큰 공부가 되고 큰 정보가 되요. 특히 이제 민우가 학교를 가야하니까 학교 다니는 엄마들로부터 학교 정보도 들을 수 있고, 많은 의견을 공유하며 위로 받곤 합니다”라고 웃음 지었다.

모임을 통해 최근 알게된 것은 ‘발달장애인법’에 대한 내용이다. 민우를 키우기 전까지는 A씨는 발달장애라는 단어 조차도 생소했다. 민우를 키우면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는 것.

A씨는 “우리 아이들 경우는 등급을 받아도 신체가 멀쩡해 장애인 주차혜택도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보다 위험하다. 발달장애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이 돼야 하는데 아직 인식조차 안되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현재 법은 신체장애인 위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아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담은 법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서는 다른 신체장애인들의 도움이 참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애등급제 문제점도 함께 언급했다. A씨는 “민우가 복지카드를 받으려고 알아보니, 장애 1급과 다른 급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거 같지 않은데 혜택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다. 이에 엄마들 사이에서는 등급 신청 때 ‘아이 컨디션 나쁘게 해서 가’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등급으로 딱딱 매긴다는 자체가 참 불필요 한거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발달장애 부모들은 모두다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우리 아이 덕분에 내가 산다는 거예요. 부모들을 만나도 다들 그런 생각이더라구요. 저는 민우를 아직 사회에 내보내는게 실감을 안나지만, 우리 아이와 민우와 같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가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길 소망합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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