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아이가 죽었습니다 지난 4일 대구의 한 치료실에서 사망한 장애아동 이모군의 아버지. ⓒ에이블뉴스

“우리 아이는 갔지만 이후로는 제발 정부에서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대한 대책을 세우길 바랍니다. 제발 부모들이 아이를 치료실에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일 대구의 모 사설치료실에서 과잉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손·발이 묶인 채 잠을 자다 사망한 이모(9) 군의 아버지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가 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절규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이를 맡긴 치료실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며 장애아동 재활치료실에 대한 허술한 관리체계의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이날 부모연대는 그간 사설치료실을 이용해 온 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대구장애아동 사망사건에 대한 조속한 사법처리와 함께 ▲장애아동 복지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 ▲종합적인 장애아동 복지서비스 체계 마련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대한 무상 지원 및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설치료실 폐해 없애야…실태조사해 재발방지책 수립하라”

부모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치료실은 개인 사업자 등록만 돼 있고 관련 법령에 의한 시설로 등록돼 있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관계 당국으로부터 한 번도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또한 이 치료실은 민간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만을 가진 치료사를 고용하고 있었고, 다른 치료실보다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는 민간 사설치료실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처럼 사설치료실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아동 부모들은 방과 후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복지서비스 체계가 없어 검증되지 않은 사설 치료실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며 “복지부는 방치돼 온 사설치료실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장애아동들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상임대표는 “이군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제대로 된 치료실이 없어서 경남 사천에서 대구까지 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를 공공 서비스로 확대해달라고 수년간 요구했지만 정부는 장애아동재활치료 바우처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대상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번에 사망한 대구의 장애아동은 그 복지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아동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정부는 이제라도 장애아동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설계하고 재활치료 공공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빠른 시일내에 종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구장애아동 사망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아동의 몸과 마음을 검증되지 않은 치료사에게 맡길 수 없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사설치료실의 문제를 지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아동, 무자격 치료실에 보낸 국가…공무원의 직무태만”

이날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부모연대 회원들은 장애아동과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며 정부측에 장애아동의 복지 및 재활치료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유경미 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지난해 초 장애아동 재활치료 서비스 제공기관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 담당자를 만났을 때 ‘모든 사설치료실을 다 관리감독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 때 담당자는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런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분개했다.

민용순 부모연대 충북지부장은 “우리가 장애아동 재활치료를 정부에서 공적으로 관리감독 해줄 것을 수차례 건의했는데도 이 서비스는 시장의 논리에 맡겨졌다. 우리 아이들이 상품인가. 이것은 공무원의 직무 태만”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민용순 지부장은 “장애아동에게 자격증도 없고 국가에서 인정도 하지 않는 치료실로 가라고 한 것은 바로 국가다. 당신들은 그런 치료실에 당신의 자녀들을 보내려 하겠냐. 정말 기가 막힌다”며 오열했다.

한편 부모연대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담당자들과 면담을 갖고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 및 장애아동 복지지원체계에 대한 장애인부모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전재희 복지부 장관을 꼭 만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전재희 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부모연대 관계자는 면담 결과에 대해 “복지부가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와 관련한 근본대책을 준비중이며, 준비가 되는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애아동 복지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올해 제도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내년에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전재희 장관과의 면담 일정에 대해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우리 장애아이들을 죽이지 말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장애아동 복지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대구장애아동 사망사건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위 손가락을 누르면 보다 많은 분들이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