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사설치료실에서 손·발이 결박된 상태에서 잠을 자다 사망한 이모군. ⓒMBC

지난 4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사설치료실에서 장애아동 이 모 군(9)이 손·발이 결박된 상태에서 잠을 자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장애인계와 시민단체들이 분개하며 정부 측에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세울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군은 지난 3일 밤 소변통을 발로 차는 등 과잉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천조각으로 손목과 발목을 묶인 채 방안에서 잠들었다 다음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이군은 지난달 31일부터 치료실이 주최한 겨울캠프에 참가하던 중이었고, 사망 당시 발달장애 아동 10여명과 치료사 2명과 함께 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이 사망한 것을 발견한 원장 김모씨(36)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5일 저녁 부검결과, 이 군의 사인이 1,2번 경추 탈골에 의한 척추 손상이라고 밝혔다.

이군의 유가족들은 치료실 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기본적인 조사를 좀 더 진행 한 뒤 구속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장애인계와 시민단체들은 “과잉행동을 보인다고 아이를 결박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사설치료실이 사업자 등록 외에 아무런 등록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아동 치료실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손발 결박은 아동학대…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 사업 문제 드러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아무리 과잉행동이 있다 하더라도 9살밖에 안된 아이의 손발을 묶은 상태로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둔 것은 아동학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이와 같은 치료실을 교육청에 등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사설치료실이 이를 외면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며, 장애아동 사설치료실이 갖춰야 할 구체적인 세부기준은 법으로 정의된 바가 없다”고 장애아동 치료실의 운영실태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2005년 기준으로 정부가 파악한 전국 사설치료실은 822개소인데 반해, 현재 학원법에 따라 등록된 치료실은 20여개소에 불과하다”며 “복지부가 2008년부터 시작한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 사업은 사설치료실 시장 확대 과정에서 자질이 부족한 치료실의 등장, 서비스 질 하락, 치료단가 인상 등의 여러 문제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복지부측에 “본 사건을 계기로 치료사의 자격관리, 치료서비스의 질 관리, 표준 단가 설정 등 장애아동재활치료 전반에 있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애아동 교육서비스 강화하고 치료기관 관리·감독 근거 마련해야"

우리복지시민연합도 같은날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장애아동에 대한 공적 서비스의 부족과 민간 사설 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재”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장애아동 부모들은 장애아동의 사교육비로 한 달 평균 55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장애아동에 대한 공교육과 복지 시스템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보니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전적으로 민간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검증되지 않은 사설치료기관을 이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측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공교육과 공적서비스를 강화하고 장애아동 사설기관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와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도 7일 성명을 내고 장애아동 치료실에 대한 부실한 관리체계를 비판했다.

두 단체는 “사건이 발생한 치료실이 어떤 형식으로든 관리감독조차 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사고가 이미 예견된 일임을 알려준다”며 “장애아동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또 다시 일어날지 모를 참사의 불안감에 애써 눈감고 자신의 자녀를 사설치료실로 보내고 있다”고 장애아동 부모들이 가진 불안감을 토로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구광역시는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 제공기관을 비롯해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치료실에 대한 실태조사를 당장 실시하고, 관리감독에 대한 체계를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즉각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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