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장애 여성의 출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간호사, 조산사들을 교육하고 있는 런던의 왕립간호사협회(Royal College of Nursing, RCN)와의 컨퍼런스 모습. ⓒ김혜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기간 중인 지난 13일 장애 여성의 출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간호사, 조산사들을 교육하고 있는 런던의 왕립간호사협회(Royal College of Nursing, RCN)와 약 3시간 가량 가진 컨퍼런스의 내용을 소개한다.

RCN은 약 43만명의 간호 학생과 현직 간호사, 조산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기관으로 영국의 간호학도와 예비 조산사들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협회이다.

직접적으로는 장애와 관련이 없는 기관이지만 기관 자체적으로 장애와 관련된 부서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 여성의 출산을 보조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의료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환자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제작·배포한 가이드는 장애 여성의 출산을 돕는 간호사와 조산사들을 위한 것으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는 장애여성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장애 임산부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조언을 수록한 책자이다.

장애를 의학적 결함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에 기반하며, 의료 과정에서 장애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제언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장애 임산부의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출산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이 진행되지 않거나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강요하는 등의 사례가 보고된 적 있다는 점을 볼 때 참고할 점이 많다.

이 가이드를 만드는 데에 참여한 Carmel Bagness는 2007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달라진 정책과 제도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여 내후년에 개정판이 재출간될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Carmel은 영국에 온지 35년 된 아일랜드 출신 조산사로 30년이 넘는 조산사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조산사라는 특별한 직업군이 존재한다.

이들은 여성들의 출산 전후의 관리를 돕고 임신을 계획하는 데에도 조언을 주는 등 전반적인 임신과 출산을 책임지는 직업으로 간호사와는 다른 직군이지만 서로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Carmel은 조산사로서 일하며 수많은 여성을 만나보았고 그 중에는 장애를 가진 여성들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장애 여성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대하는 의료진을 위한 가이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에게 전체 장애 여성의 출산율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러한 통계를 내는 것은 다소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영국에서는 장애를 정의하는 방식이 매우 폭넓고 다양하며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통계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본인 역시 안경을 벗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 분류하기에 따라 이를 일종의 장애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영국의 장애등록제 차이처럼, 장애인들을 등급별로 나누지 않고 개인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대하는 복지 체계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장애를 가진 경우 의료진이 임신과 출산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에 영국에서도 그러한 경우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도입한 이후로 점점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RCN에서 출판한 가이드라인 역시 그러한 권리 옹호의 일환으로, 실질적으로는 장애 외에도 성별이나 문화, 종교에 의한 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나 의료진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는 “영국 국민들은 모두가 복지 혜택을 받는 잠재적인 환자"라고 말하며, 장애여성의 출산도 출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뿐 장애인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직업 정신을 내비쳤다. 모든 환자는 각각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의료진들은 그 상황에 가장 최적화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RCN의 장애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시너지 팀의 주제인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에도 시사 하는 바가 컸다.

장애 부모들이 모·부성권을 찾고 사회적 장벽 없이 아이를 출산·양육하기 위해서는 장애 당사자들 외에도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과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RCN의 활동은 그러한 전문가 집단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주었다.

장애 여성을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본인들의 직업의식에 근거하여 하나의 객관적인 환자로 대우한다는 점은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고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인 환자이며,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로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의료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발언 또한 사회의 전문가 집단이 장애인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안임을 보여준다.

RCN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장애인들이 의료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의료진의 몰이해나 소통 부족 등의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RCN의 이러한 활동들 역시 장애단체와 장애 당사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을 본다면, 사회 전문가 집단의 관심과 더불어 장애 단체의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협력 요청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이나 장애에 대한 몰이해 없이 동등한 환자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시너지팀’의 김초엽 팀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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