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항소심(2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광주고등법원 재판부가 피해자인 지적·청각장애 여성과 목격자를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명령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와 광주인화학교 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부의 공정한 2심 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법원은 지난 7월 1심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12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 위치추적장치 1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피해자가 1심 재판부에 출석해 구체적으로 피해 당시의 상황과 피해사실에 대해 증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강간으로 인한 손목의 상처를 확인해야 된다며 12월 6일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가해자의 사지를 끈으로 묶고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본 목격자를 폭행한 당시 상황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피해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책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 피해자 보호조항 위반과 부당한 재판진행이라고 비판하며,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를 대상으로 재판부 기피 신청 요구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광주인화학교 사건 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 황지성 활동가. (좌측부터) ⓒ에이블뉴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주치의를 맡았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대책위 활동가들이 참석해 광주고등법원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위한 유도심문과 무죄심증 요구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 황지성 활동가는 “사건이 벌어진 7년 뒤에야 현재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재판부는 몸에 있는 상처 등의 물리적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며 “1심 재판부는 30여 페이지가 넘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있고 분명력이 있다고 한 판시를 반박하는 태도로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활동가는 “피해자가 이미 1심 재판까지 6번에 걸쳐 수사기관의 조사, 증인 심문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상해 부분에 대한 직접 보고싶다면서, 목격자까지 재판장에 증인으로 불러 세우려고 하고 있다”며 “증언 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인으로 출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황 활동가는 또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이 증거로 중요하기 때문에 재판부들은 피·가해자와의 관계, 진술 시기와 경위, 장애 특성, 기타 주변 정황, 재반 상황 등 모두 고려해 피해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해야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면서도 “2심 재판부가 여러 재판부들의 판시에 대한 경향들을 무시하고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직무유기,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의진 의원은 피해자와 목격자가 현재 재판장에 출석해 증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있을 당시 피해자를 직접 진료했고, 증거도 봤다. 나중에 (가해자 측으로부터) 엄청 맞고 자살시도까지 한 목격자의 치료도 같이 담당했었다”며 “피해자나 목격자나 아직까지 약 먹어야 될 정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다. 현재 또 불러서 집요하게 질문한다면 2차 피해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알아보니 목격자는 지금 잠을 못자서 항우울제의 양을 더 많이 먹고 있는 상태고 피해자는 임신 상태라 약을 끊었는데, 엄마랑 자신을 또 재판부에서 부른다고 하니까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언어, 지능장애로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피해자인 경우 비전문가는 진술을 얻어낼 수 없다. 당시 의료진도 어렵게 얻어낸 진술이다. 판사가 전문가를 불러서 증언을 듣겠다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를 다시 재판장에 세운다는 발생 자체가 비과학적”이라고 질타했다.

대책위는 ▲재판부 기피신청 즉각 수용 ▲재판의 공정성과 객관성 담보 위해 모든 재판 진행내용 녹화 및 녹음하고, 공판조서 작성 ▲향후 재판을 공개재판으로 진행 ▲장애인 특성과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방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심리(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 및 법률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원이 조사하는 행위) 즉각 중단 등 총 4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한편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삭발을 진행한 뒤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단식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가 가진 기자회견장 모습. 이날 김용목 대책위 상임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2심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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