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운전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운전재활. ⓒ이민재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약 5%로 거의 소수 장애인만 운전을 하고 있고 일부 장애인은 운전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외출 시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들이 있지만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의 미비로 접근성이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며 외출을 꺼려한다.

택시의 경우, 승차 거부도 많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이용의 비율이 높다.

이러한 장애인들은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고 사회적 참여 및 활동의 제한을 경험하게 되어 심리적으로 고독감, 외로움을 겪는다.

이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이며, 이러한 욕구와 권리의 추구는 장애인의 삶의 기초조건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최근 재활치료실에서 장애 후, 운전 경험이 없는 대상자들에게 운전 사고에 대한 공포감과 기능시험 통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작업치료사가 실제와 같은 가상의 운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운전조작 능력과 운전기능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승하차 훈련을 실시하는 운전재활. ⓒ이민재

현재 재활병원에서 운전재활을 훈련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대구 경북 유일하게 최신식 가상 운전 시뮬레이터와 운전 검사 장비를 이용해 뇌손상 및 척수손상, 근골격계 질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운전재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운전 시뮬레이터 장비는 하지마비, 편마비 환자 모두 사용 가능하도록 양손 구분없이 가속과 브레이크 조작이 가능하고 실제 운전기능 검사장을 배경으로 가상의 주행연습이 가능하여 운전기능 시험에 대한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척수손상을 진단받고 사지마비가 된 김병모(가명)씨는 사고 후,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활치료 기간 동안 작업치료사의 도움으로 반복적으로 승하차 훈련을 실시하여 스스로 차에 타고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가상의 운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사고 후 심리적인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신체적 장애로 운전 조작이 어려웠지만 손으로 조작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다시 운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본적인 이동권 확보는 일상생활활동에서 많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여가생활이나 동호회 활동, 가족 여행, 직장 복귀 등 많은 부분에서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운전재활은 일상생활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운전의 요구와 권리 추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운전면허 제도는 지원정책의 부재로 인해 장애인의 자가운전이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또한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충분한 운전연습이 이루어지지 못해 운전조작 미숙함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운전재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운전재활 프로그램과 운전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정책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다수의 장애인들이 운전재활 훈련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점점 장애인구가 증가되는 현실 속에서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운전생활을 위해 운전재활 정책과 의료보험 수가를 개발하여 장애인의 권익향상과 사회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원 작업치료과 이민재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작업치료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구대 작업치료과 박사과정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재활에 관련된 장애 환자 및 치료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