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이 지난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10회 성재활세미나에서 척수손상 후 겪게되는 심리적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척추손상으로 한 순간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을까?'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이 지난달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10회 성재활세미나 ‘장애인 부부를 위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서 “장애인 부부 성상담에 있어서 장애인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척추 손상 후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범석 부장은 “어떤 이들은 사고 후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어둡고 우울하게 사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이 과정을 빨리 끝내고 자신의 상태를 잘 받아 들여서 적극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된다”며 사람마다 장애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최초의 정신적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야 적극적 재활치료가 시작되며 얼마나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느냐가 환자 및 배우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장애를 입게 된 후 심리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이후 삶과 부부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범석 부장이 소개한, 척수손상 후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과정에 대한 큐블러-로스(1969)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척추손상 후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과정

① 부인(Denial)

최초에 겪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 이 때는 본인에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 놀라고 부인한다. ‘아니 이럴 수가?’, ‘아니야, 이건 아니냐, 이건 꿈이지 현실이 아니야’. 이 시기에는 수술이나 재활치료를 통해 다시 예전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어’

② 분노(Anger)

자신에게 닥친 일을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화를 내거나 좌절을 하게 된다. ‘아니 왜? 하필이면 이 세상 수많은 사람 중에 나에게 이런 일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거야?’ ‘그 사람이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나쁜 자식…’

이 때는 자신 안에 생기는 분노를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주위사람들에게 화를 폭발하게 되는데, 특히 옆에서 도와주는 가족이나 의료진(특히 간호사)에게 화살이 돌아가기 쉽다.

③ 협상(Bargaining)

이 시기에는 절대자와 타협을 하려고 하는 시기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지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신이시여, 저를 고쳐주세요. 그러면 이 남은 삶을 당신을 위해 살겠습니다’ ‘어짜피 의학적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야, 신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어’

이 때 종교적으로 매우 심취하게 되는데,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잘못하면 치료를 거부하고 종교적인 데 매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위에서 보면 한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기도원이나 절에 들어가서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④ 우울(Depression)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봐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가,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현재 상황에서 도피하려고 하게 된다. 이 때 모든 치료, 대인관계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귀찮아한다. 그래서 집안에서만 지내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으며 지내게 된다. ‘이젠 틀렸어. 다 귀찮아요’ ‘나 좀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둬요’

⑤ 수용(Acceptance)

오랜 갈등과 방황을 끝내고 상황을 현실적으로 대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활기차게 운동도 하고 대인관계도 새롭게 만들어가고, 앞으로의 미래의 삶을 건전하게 준비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만 생각하는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는 시기이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거야’ ‘운명이여 나에게 오라! 나는 싸워서 이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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