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수요일 오후에 서면에 간다. 이제 거의 끝나 가지만 **안마원에서 안마바우처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면역에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초읍 방향으로 나간다. 서면역 13번 출구에서 약 300m(?) 거리에 **안마원이 있다.

그런데 서면역에서 내려 초읍 방향으로 나가니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있었다. 200m 쯤은 이미 교체했고 100m 쯤 남은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길을 다니면서도 점자블록이 없다는 것 외에는 별 문제를 못 느꼈는데, 왜 무엇 때문에 교체를 하는 것일까. 100m 쯤 남은 부분에는 부직포가 깔려 있었다. 그동안의 보도블록에도 점자는 없었지만, 울퉁불퉁한 부직포 위를 흰지팡이를 짚는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다니란 말일까.

부직포를 깔아 놓은 공사 중인 인도. ⓒ이복남

필자가 시각장애인은 아니므로 부직포 위를 이리저리 골라 딛고 **안마원에 갔다. **안마원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있지만 전맹 시각장애인도 있다. 요즘은 활동지원사가 있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시각장애인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시각장애인 A 씨는 전맹인데도 혼자 다녔다.

아니나 다를까 A 씨는 서면역에 내려서 걸어오는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혼이 났다고 했다. 더구나 어딘가에 흰지팡이가 자꾸 빠지더라고 했다. 한참을 오다가 보도블록을 교체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큰길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들어가서 시장 길을 돌아 왔다고 했다.

안마를 마치고 나올 때는 A 씨와 같이 나왔다. A 씨는 길이 울퉁불퉁하면 뒤에 있는 시장 길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거의 다하고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그냥 가자고 했다. A 씨는 필자의 오른팔을 잡고 필자는 비교적 평평한 길을 골라 디뎠다.

사실 필자는 지하철을 잘 안탄다. 우리 집 부근에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A 씨는 혼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서면역까지는 같이 가겠다고 했다.

서면역 지하철에서 혼자 가는 A 씨. ⓒ이복남

A 씨 : “아침에 올 때는 정말 난감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도 혼자 오다보면 커다란 화분에 부딪혀서 넘어지기도 했고, 제일 많이 부딪히는 것이 오토바이나 스쿠터입니다. 가끔 다른데서 점자블록을 따라가다 보면 할머니들이 물건을 내놓고 노점을 하고 있고, 다른 물건들도 많이 부딪힙니다.”

현대 백화점 부근에서는 볼라드에 부딪혀서 넘어지는 바람에 사진을 바로 찍어서 신고하니 볼라드를 치워 주더란다. 시각장애인이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을 알고 있으므로 잘 찍지는 못해도 혼자서 사진을 찍고 신고 할 수는 있다.

다음날 필자가 부산진구청 건설과로 전화를 했는데, 담당부서가 여러 군데라 잘 모르겠다며 찾아보고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한참 후에 부산진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서면 건널목에만 설치된 점자블록. ⓒ이복남

필자 : “몇 가지만 여쭤 보겠는데, 보도블록을 왜 교체하는 건가요?”

담당자 : “파손된 곳이 많아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필자 : “보도블록을 교체할 동안 사람들은 어떻게 다니지요?”

담당자 : “그래서 부직포를 깔아 놨습니다.”

필자 : “보는 사람들은 부직포 위로 다니면 되겠지만,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다니지요?”

담당자 : “아, 그건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그러나 교체작업은 2~3일 안에 끝납니다.”

필자 : “보도블록을 교체하면서 점자블록은 건널목 외에는 안 깔았던데요?”

담당자 : “그것도 미처 몰랐습니다. 다음에 참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점자를 깐 보도블록이 있습니까?”

필자 : “남구에는 문현동에서부터 간선도로변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다 깔려 있던데요.”

담당자 :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참고 하겠습니다.”

남구의 보도블록에 설치된 점자블록. ⓒ이복남

필자가 장애인단체 소속이고 에이블뉴스 기자라고 했을 때, 담당자가 전화는 친절하게 응대했지만,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1997년 4월 10일 제정되어 다음해부터 시행되었다.

점자블록이란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을 보통 점자블록이라고 하는데 점자블록은 시각애인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울퉁불퉁한 블록이다. 1965년에 일본의 미야케 세이이치(三宅精一, Seiichi Miyake)가 친구의 실명을 계기로 발명했고, 1967년 3월 18일 일본 오카야마 현립 오카야마 맹인 학교와 가까운 국도 2호 주변 교차로에 최초로 설치되었고 그 후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점자블록은 시작점이나 목적점 등을 알려주는 점형블록이 있고 방향을 알려주는 선형블록이 있다. 요즘은 흰지팡이를 짚고 혼자 다니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A 씨처럼 혼자 다니는 시각장애인이 더러는 있다. 시각장애인 혼자서 흰지팡이를 짚고 점자블록을 따라 가다가 점자가 끊기는 곳에서부터는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점자블록.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A 씨 : “혼자 다니다보면 점자가 끊기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점자블록은 없어도 괜찮은데 제발 인도 위에 오토바이나 물건 같은 것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볼라드나 화분 같은 것이 길가에 있을 때는 시각장애인이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에다 부상방지를 위한 장치는 해 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부산 남구와 부산 동구 부산역 부근(지하철 부산역1번 출구에서 안마사협회)처럼 여러 곳의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깔려있다. 그런데 A 씨 말처럼 점자블록이 없는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점자블록 위에 노점상을 하는 곳도 있고 물건을 쌓아 놓는 사람들도 있고 제일 많은 것이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인도위에 올려놓아 걸핏하면 시각장애인들이 부딪힌단다.

A 씨 : “시각장애인이 앞이 안 보이니까 부딪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적어도 피는 안 보게 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인도 위에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 여러 가지 장애물을 방치한 것은 그렇다 치고, 대부분의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다.

A 씨 : “횡단보도 앞에서 음향신호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고장이 난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A 씨는 관련기관에 전화를 한다고 했다.

A 씨 : “귀찮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시각장애인복지가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횡단보도 신호등과 연동하여 바닥에 설치된 신호등. ⓒ제오종

그런데 얼마 전부터 횡단보도 신호등과 연동하여 횡단보도 바닥에 빨간불과 초록불을 설치한 곳이 있다. 스쿠터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도 위에 있는 신호등이 아니라 횡단보도 앞 바닥에 있는 빨간불과 초록불을 보고 횡단보도 신호를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했다.

물론 전맹 시각장애인이라면 음향신호기가 필수이겠지만, 저시력장애인은 횡단보도 맞은편에 있는 신호등은 멀어서 잘 안 보이더라도 발아래 있는 신호등은 볼 수 있어서 편리할 것 같다.

그러나 음향신호기가 있는 횡단보도는 적어도 4차선 이상인 것 같다. 4차선 이하나 2차선 등의 횡단보도에는 음향신호기도 없고 점자블록도 없다.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있지만 횡단보도 앞에서는 음향신호기도 없고 점자블록도 끊기는데 그럴 때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될까.

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에게는 길잡이가 될 수 있지만 지체장애인과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까딱하면 점자블록에 걸려서 넘어지거나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자블록이 없는 횡단보도. ⓒ이복남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다. 이에 대한 보안과 개선책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길을 다닐 수 있는 방법 말이다. IT 기술을 이용한 자동신호안내기를 설치하여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길을 건너게 하는 방식이라던가, 지팡이 혹은 스마트폰에 센서나 앱을 설치하여 자동으로 반응하게 하면 길을 건널 때도 불편 없이 건널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점자블록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잘 구별하고 인식가능하며, 잘 망가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불편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새로운 재료와 공법을 연구개발 했으면 좋겠다. 현재 점자블록은 잘 망가진다.

모두를 위하여 편리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Universal) 디자인 도시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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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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