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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상소문

“활동지원제도, 65세 기준으로 목숨 줄 겨누고 있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16 18:16:17
올해 63세인 이종일(뇌병변장애인)씨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그린라이트 행진에 앞서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썼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상소문을 낭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올해 63세인 이종일(뇌병변장애인)씨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그린라이트 행진에 앞서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썼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상소문을 낭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저희는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활동지원제도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 저희는 정말 살고 싶습니다.”

16일 오후 5시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 올해 63세인 이종일(뇌병변장애인)씨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그린라이트 행진에 앞서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썼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보내는 상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사자의 선택권 없이 만 65세가 되면 자동으로 최대 서비스 시간이 줄어드는 장기요양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재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후 장기요양 등급이 나올 경우 장애인의 필요와 무관하게 활동지원은 중단되고 장기요양서비스만을 받아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제출한 ‘최근 3년간 만65세 도래로 활동지원수급자에서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 80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만 65세가 넘어 활동지원에서 노인장기요양으로 전환된 장애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서비스 이용 시간이 월 평균 56시간 줄었고, 최대 307시간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4일부터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1층 로비에서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늘로 사흘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일 씨는 상소문에서 “가정에서 시설에서 수십년 갇혀 살아온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를 찾은 지 몇 년 만에 다시 속박된 삶을 살아야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인간다운 생존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저는 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활동보조를 이용하고 있다. 혼자서는 물 한잔을 마실 수가 없는 사람이지만 활동보조가 있었기에, 장애가 내 몸을 구속하는 바를 넘어서 살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2년 후면 제 자립생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을 잃게 된다. 그저 제가 만65세가 되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면 저는 아예 살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일 씨는 또한 “대통령께서는 상상도 어려우실 삶을 저희는 살았다. 벽지의 무늬 구석구석까지 외우는 것도 질릴 만큼 오랜 동안 방안에서, 집에서, 시설에서 살았다”면서 “저희가 65세가 된다고 해서 저희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65세 기준이라는 제도의 칼로 저희 목숨 줄을 겨누고 있다”고 연령 제한 폐지를 요청했다.

상소문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드립니다.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가정에서 시설에서 수십년 갇혀 살아온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를 찾은지 몇 년 만에 다시 속박된 삶을 살아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간다운 생존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기였을 때 병에 걸려 뇌병변장애인이 되고 사지는커녕 수족도 쓰지 못하는 몸으로 63년을 살았습니다. 그 중 40년을 넘게 집에서 방구석을 지키며 누워 살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수십년을 라디오 하나 벗을 삼아 지내다가 어느날부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 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꿈이 생겼지만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렸습니다.

막상 세상으로 나왔을 때는 새로운 가시밭길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집 근처보다 더 멀리 나가보고 싶었지만 버스 한 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만들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늙으신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자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10여년을 치열하게 정부를 상대로 싸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환갑을 맞았습니다.

지금 저는 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활동보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물 한잔을 마실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활동보조가 있었기에, 장애가 내 몸을 구속하는 바를 넘어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2년 후면 제 자립생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을 잃게 됩니다. 그저 제가 만65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면 저는 아예 살 수가 없습니다.

제 살아온 이야기가 유별난 이야기도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학교를 만들고,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를 만들고,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고, 장애인을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고 법을 만들었던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많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설에서 수십년을 갇혀 살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지금도 세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람답게 행복과 자유를 누리다가 단순히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행복과 자유를 잃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서는 상상도 어려우실 삶을 저희는 살았습니다. 벽지의 무늬 구석구석까지 외우는 것도 질릴만큼 오랜 동안 방안에서, 집에서,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저희가 65세가 된다고 해서 저희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65세 기준이라는 제도의 칼로 저희 목숨줄을 겨누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저희는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활동보조제도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 저희는 정말 살고 싶습니다.

2019. 08. 16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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