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과 장애인.ⓒ에이블뉴스DB

일전부터 우려된 과정이었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지원제도를 두고, 최중증장애인들을 위한 가족 허용에 대한 입장은 처음부터 극명히 갈렸었다.

“진정한 자립생활이 아니다”라는 반대파와 “이 길 밖에 없다”는 찬성파.

3년전 본지는 ‘부족한 활동지원, 가계에 직격탄’(2012년 7월20일자)이란 제목으로 사지마비 장애인의 애환을 다룬 적이 있다.

부인만이 유일한 가족인 박민호씨(가명)는 30년이 넘도록 부인의 수발을 받아왔는데, 부인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가족이 활동보조인이 받는 70%정도만이라도 받았으면..”이라고 말했던 박씨.

하지만 장애계 의견은 극명했다. 원칙적으로 가족에게 활동보조를 받는다면 오히려 장애인 자립을 막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과 일부 특수한 경우에서는 좀 더 유연함을 둘 필요성도 있다는 의견으로 갈렸던 것.

당시 정부는 이 같은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에 대해서 현물급여인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답변을 내보였다. 제도의 취지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

올해 초 다시금 불거져 나오는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문제에 대해 문의했을 때도 “아직 검토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던 복지부. 이제는 복지부가 내년부터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허용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

최근 복지부는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제공방안’을 장애인활동지원 제도개선자문단 위원들에게 전달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는 장애 특성 등을 이유로 활동지원인력 연계가 원활하지 못해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확대를 요청하는 민원이 다수 제기됨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현행 법령은 활동지원인력 본인이 가족인 수급자를 대상으로 활동지원을 수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단,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 천재지변, 수급자가 감염병 환자인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으로 제한적 허용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연간 이용자 5만7751명 중 예외적 허용은 67명으로 실제 이용은 저조한 수준이다.

이에 복지부는 활동보조인과의 매칭이 어려운 장애인 중 행동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 또는 신변처리가 곤란한 사지마비 와상장애인 등 일부 장애인에 한해 가족에 의한 급여 제공을 제한적으로 허용토록 할 방침인 것.

매칭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기관에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나 활동보조인의 부재 또는 기피로 3개월 이상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못한 장애인 또는 매칭은 됐으나 활동보조인의 기피로 3회 이상 보조인이 교체된 경우에 한해서다.

복지부는 제도개선 자문단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해 올 하반기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후 올해 말 시범사업 결과 분석 등을 거쳐 내년도 본격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가족 활동보조 허용에 대해서 여전히 분분하다. 본지가 보도한 ‘내년부터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 가닥(2015년 7월24일자)’ 기사 하단에 댓글을 달며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

닉네임 ‘최중증장애인’은 “근육장애인이나 루게릭장애인이 원하면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 허용해야 합니다. 난 근육장애인인데 활동보조인이 기피해요. 가족도 활동보조 참여 허용해주고, 가족도 기관의 관리를 철저히 받도록 하고요. 어쨌든 장애인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주세요”라고 남겼다.

이어 그는 “최중증 장애인 스스로가 스스로의 처지를 더 잘 아니까요. 자립생활을 중요시 생각하시는 분들께서 우리 같은 근육장애나 루게릭장애 그리고 다른 와상 중증장애인들의 처지까지 자립생활이란 이름으로 재단하려 하지마세요”라고 덧붙였다.

닉네임 ‘시모이’도 “이제 시설입니다. 최중증장애인들을 위해서 가족 활동보조가 되면 이제 한 단계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닉네임 ‘흙사랑’은 “가족의 활동보조가 허용된다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시급을 50% 삭감하고 지급한다면 부모면 모를까, 어느 형제가 시급 3000원을 받고 하려고 하겠는가. 50% 삭감 조항이 삭제되면 모를까 이 조항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닉네임 ‘손가락 시인’도 “이렇게 하는 것이 활동보조인의 최중증장애인들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이 최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면 부정수급 사례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가족이 없는 최중증장애인들도 있는데 가족이 없는 최중증장애인들은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게 될 뿐 더러 이렇게 되면 진정한 최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방침 계획에 제도개선 자문단 의견수렴이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애계 관계자는 “추진일정을 보면 7월 의견 수렴해서 하반기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내년 시행 순으로 되있다. 제도의 문제점을 판단하고 파악할수 있는 시간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시행일정을 못 박고 있는데 의견 수렴은 그저 면피성 행정이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제도개선자문단 의견을 수렴한 후 시범사업 실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뚜렷해서 시범사업을 실시함에 있어서 조금은 고민스럽다”며 “만약 하게 되면 하반기부터 진행해서 결과보고 내년도에 할지말지 결정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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