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 광)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8개 지사 47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54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이 장애인서비스 연계를 통해 경제 문제, 건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이룬 내용이 담겼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9편 등 총 13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일곱 번째는 장려상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이다.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박현섭 복지플래너(대구지역본부)

장려상을 수상한 박현섭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척스트라우스 증후군이란 병을 알고 계시나요?”

“희망이 없다고 합니다.”

“저 죽고 싶어요...”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정 두딸의 어머니, 희귀난치성 질환을 갖고 있는 장연희(46/가명,여)씨의 말이었다.

가족, 친구, 사회 모든 것과의 이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그녀였다.

현실에 대한 비관, 우울증, 자살충동, 삶의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 했던 그녀..,

이런 상황의 그녀와 나는 이 소중한 첫만남을 장애인서비스 연계사업으로부터 시작했다.

지금 연희씨를 만나 “예전에 저한테 했던 말 기억하세요?” 라고 농담을 하면 그녀는 짐짓 내게 신중한 듯 웃으며 이야기 한다. “현섭님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렇게 힘이 될 줄 몰랐었어요.“ 라고..

2014년 7월의 무더운 여름 연희씨와 첫 만남은 이렇게 기억이 된다.

유선 기초 상담이후 처음으로 연희씨 집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나의 방문에 의아해 하면서도 현재 자신의 모습에 너무 실망해 하고 있었고, 쇠약해진 상태였으며, 무엇엔가 암울하고도 어두운 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척스트라우스 증후군이라는 무서운 병 앞에 나약해져 있었고 이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듯한 말투, 그리고 옆에서 말없이 연신 눈물을 훔치는 노모, 6학년 초등학생의 막내와 고3 큰 딸, 어지러운 집안... 이 모든 상황이 나에겐 가슴속에 먹먹한 그 무엇인가 피어오르게 하였다.

한때 잘 나가던(?) 미술 강사의 모습으로 남들 부럽지 않게 생활하던 그녀는 2006년경 병을 얻게 되었고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쉽게 치료가 되질 않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과의 이혼, 빚으로 인한 생활고, 신용불량자로서 쫓겨 왔던 나날들,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입원당시 주위분들의 권유로 노모가 연희씨의 장애등급을 신청하여 하지기능장애 4급, 상지기능장애 4급이 판정되었고 그녀는 이런 상황에 장애등급이 무슨 소용이냐며 장애인이 된다는 자괴감과 헤어 나오기 힘든 본인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모친에게 쏟아내며 마음에 못을 박기도 했단다.

당신께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연희씨와의 강렬했던 첫 만남을 시작으로 그 후로도 여러 차례 그녀와 계속적인 만남을 이어 나갔다.

그제서야 듣게 된 그녀의 속마음과 그녀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 가족사,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연희씨와 나는 어느새 절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평소 모습에서 불편함들, 그녀의 속마음에 있던 아픔들을 하나하나 찾아 낼 수 있었다.

예전 당당했던 자신에 비해 현재 많이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 누구에게 요청하지 않았던, 누구에게도 내 보이지 않던 그녀의 아픈 속마음을 나누며 그녀에게 힘이 되는 친구 같은 복지플래너가 되어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병원을 가는데 있어서 이동의 어려움, 기초수급상태에서의 생활고, 한부모 가정의 가정으로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양육권에 대한 문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작은 용기,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움츠려버린 자신감...

흐르는 눈물로, 깊은 한숨으로 연희씨는 이 모든 설움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에서 나는 차츰 변해가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절망에서 점점 희망을 찾고 있었고, 국민연금공단이라는 기관을 통해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필요한건 아니었을까..?

이렇게 그녀의 속마음을 이끌어내며, 나는 다시 다짐했다. 당신의 희망과 믿음에 힘이 되어 보답하겠노라고.

장애인 맞춤형 명품 서비스 지원

연희씨를 위한 서비스 맞춤 플랜을 계획하였다.

우선, 정서적으로 많이 약해져있고 웃음을 잃은 그녀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싶었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그녀의 편이 되어주고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정서적 지지를 주고자 노력 하였다.

몸이 불편하여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 할 수 없으므로, 나드리콜과 이동지원센터 서비스를 신청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양육권의 법률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또한 병원 입원 당시 다리보조기를 구매하였다고 하며, 이에 지원이 없었음을 확인하고 지자체 해당부서와 상의한 후 보조기 구매 업체, 병원에 확인하고 서류를 구비하여 환급 절차를 진행하였다.

서비스 진행 상황과 서류 구비 등의 문제로 자주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얻고,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자신을 위해 공단에서 이렇게 힘써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도 고맙다는 표현도 매번 잊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획처럼 잘 풀릴 줄 알았던 것들 중 재활훈련, 심리치료, 가사간병에 대해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이용한 개입이 막혀 버렸다. 예산부족으로 인하여 현재 서비스 신청이 불가하다고 하였다.

서비스위원회에서 돌파구를 찾다.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이제야 마음의 문을 열었고 조금씩 미소를 보이던 연희씨에게 또다시 아픔의 쓴 맛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서비스 위원회에 상정하여 자문을 구하였다. 막혀버린 바우처 서비스에 대한 다른 대안을 찾고자 하였다.

여러 질의와 토론이 오간 후 바우처 신규 신청의 때를 기다리며 그 동안 해당 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에 연계하여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연희씨의 의견을 확인 한 후 당장 지역복지관의 사례관리팀을 연계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연희씨는 복지관에서 중점 사례관리 대상으로 지속적인 개입과 진단이 실시되고 있으며 복지관을 이용한 재활 물리치료, 심리치료 실시에 대한 개입의 시기와 막내딸의 야간보호 프로그램 이용에 대한 서비스 진행이 실시되고 있다.

힘! 내세요. 국민연금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언젠가 연희씨는 나에게 이야기 했었다,

“국민연금에서 장애인들 찾아다니기도 해요? 이런거 나는 잘 몰랐는데

너무 고마워요..”

또한, 요즘 연희씨는 자주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

“얼마전에 큰 딸이 취업했어요, 대견하죠? 현섭씨 덕분에 내가 안정될 수 있었고 딸이 잘 될 수 있었어요”

“저 이제 병원 치료 더 열심히 하려고요,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 볼거에요..”

이런 말들을 자주 나에게 해주고 있다. 연희씨 스스로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연희씨와 작은 약속을 했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에게

“올해 말까지 열심히 치료해서 나 그림 하나만 그려 주세요.” 라고 그녀는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치료에 임하고 자신의 일에 힘들 때마다 긍정적인 마음을 되뇌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서비스 연계를 통하여 한 사람의 삶의 힘이 되어 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보며 희망과 세상과의 소통을 얻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회복지의 의미가 아닐까 되새겨 보며,

더불어 장애인서비스 연계사업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인은 물론 모든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명품 사회복지의 실천에 앞장서고 있음을 오늘도 감사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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