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 광)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8개 지사 47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54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이 장애인서비스 연계를 통해 경제 문제, 건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이룬 내용이 담겼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9편 등 총 13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장려상 ‘언제든지 전화주세요!’이다.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진유정 복지플래너(대전지역본부)

장려상을 수상한 진유정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따르릉~~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민연금 장애인지원센터에 근무하는 000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박00님과 통화하고 싶은데, 혹시 박00님의 가족분 되시나요?”

“네, 제가 처 되는 사람인데요. 저한테 말씀하세요.”

“아 그러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박00님 장애심사 신청하신 것에 대한 등급결정이 되었는데 알고 계신지요?”

“네, 그거 주민센터에서 우편물 와서 알고 있어요.”

“연락 받으셨군요. 저는 신규로 장애등록이 되신 분에 대하여 관련 복지제도 안내를 해드리고, 필요한 서비스가 있으신지 알아보기 위하여 방문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0일에 찾아뵈어도 괜찮으신지 여쭙고자 전화하였습니다.”

“직접 찾아오신다고요? 국민연금에서 그런 일도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 대전지역본부에서는 올해 3월부터 신규등록장애인에 대한 서비스연계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0일에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박00님과의 면담 약속이 있는 날.

박00님과의 면담 전에 다른 대상자의 상담이 있어 상담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해보니 박00님 배우자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오늘 면담이 어렵다고 연락 달라고 하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담중이던 대상자와의 면담을 끝내고 바로 연락을 드리니 전화를 받지 않으십니다. 간혹 상담신청을 하였다가 마음이 바뀌어 신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일까 생각하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봅니다. 이번에는 전화기 너머로 배우자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여보세요. 죄송해요. 오늘 애 아빠가 넘어져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어서 상담을 못하게 되었어요. 일주일정도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고 하니 다음에 상담하러 오셨으면 해요.” 아, 그러셨군요. 많이 놀라셨겠네요. 박00님은 어떠신가요?. ”

“생각보다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서 빨리 퇴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퇴원하고 상담 받을께요. 연락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후 재약속을 하고 드디어 박00님을 만나는 날.

어떤 분인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골목의 주소를 확인하는 중,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옵니다. 담벼락 없이 트임이 있는 마당은 잔디가 파릇하게 색칠을 하고 있고 건물 처마 밑에 있는 휠체어가 눈에 띕니다.

현관문을 ‘똑똑’ 두드리니 아주 밝은 얼굴의 여성이 문을 열어주며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안녕하세요. 국민연금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왔습니다. 지난번에 전화 한 사람입니다.” “네 수고가 많으시네요. 들어 오세요”하시며 집안으로 안내를 하십니다.

거실 한 켠 소파위에 한 남성이 앉아있습니다. “박00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국민연금에서 왔습니다.” “안녀하데요” 하시며 달님처럼 해맑게 웃으십니다. ‘아, 이 느낌은 무엇이지..’ 너무 밝은 미소에 명치끝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애 아빠가 말이 어눌하고, 기억도 잘 못해요. 한 번 이것저것 물어 보세요”

“박00님 오늘이 며칠인지 아세요?” “......”

“그럼 계절은 언제인가요?” “......, 어...겨울요”

“지금 반팔 옷 입고 있는데 겨울이에요?” “.....나띠가 투어요”

“딸 이름이 뭐에요? 알려 주세요” “......”

“여보, 00이잖아. 기억 안나요?” 배우자분이 남편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알려줍니다. 때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생 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저를 보며 수줍게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00아 이리 와 봐” “여보, 00아 사랑해! 해봐요”딸이 아빠 옆에서 물끄러미 아빠를 바라봅니다. 미소를 머금고. “다당해” “00아 사랑해! 라고 해야죠.

다시 해봐요” “다당해”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아빠를 살포시 안아주며 “이번에는 봐줄게 아빠. 다음에는 이름 안 부르면 안 안아 줄 거야” 하고는 밝은 미소를 남기고 수줍은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가고 박00님은 또 달님같은 미소만 짓습니다. 또 다시 제 마음이 울컥합니다.

박00님은 올해 51세로, 2013년 10월 뇌출혈로 쓰러져 우측편마비가 있고 전도성 실어증을 앓고 있어, 뇌병변5급과 언어장애4급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우울증과 경미한 치매 증세까지 있어 인지능력 저하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일상생활 일부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장기요양등급 3급 진단받아 재가요양서비스를 이용 중이었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에는 체험박물관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였고, 지인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막 사업을 활성화 시키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병원을 오가며 재활치료만 받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가족은 배우자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 이렇게 3인가구입니다. 배우자는 박00님을 돌봐야 해서 소득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가구소득이 전혀 없어 대상자의 재활치료비와 자녀교육비, 생활비등을 빚으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경제사정이 너무 어렵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보려고 주민센터에 찾아가 보기도 하였으나, 왠지 모를 따가운 눈초리와 집과 차가 있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상담결과, 집은 부채가 집 가격의 90%에 육박하고 있고, 대출금상환에 어려움이 있어 매매로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90여분동안의 상담을 마치고 여전히 밝은 미소를 보내시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지원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경증장애수당, 장애인자녀교육비지원, 의료비지원)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관할 주민센터 담당자와 통화하였습니다.

상담 내용을 전달하고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나 부채가 많고, 지속적인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음과 대상자는 소득활동 전혀 할 수 없고, 배우자 또한 대상자를 돌보기 위해서 소득활동 할 수 없음을 설명하고 담당자와 함께 가능성을 진단해보았습니다.

사정을 전해들은 담당자는 부채와 의료비지출에 대한 증빙을 첨부하여 신청해볼 것을 제안하였고, 저는 저소득 신청하러 가는 것이 심리적 부담이 큰 일 임을 알기에 미리 주민센터에 상담내용과 의뢰내용을 첨부하여 공문으로 신청의뢰를 해놓기로 하고 배우자에게 내용을 전달하였습니다.

둘째, 장애인차량등록에 대한 문제로, 현재 가구원 중 운전가능자 없어 요양보호사가 대상자 이동시 운전을 하고 있으나 이러한 경우 장애인차량등록이 불가하다 하여 뇌병변5급, 언어장애4급인자로 종합3급에 해당되어 자동차세 면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감면을 못 받고 있다고 하시며, 이런 불합리한 법이 어디 있냐고 하소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장애인차량등록을 담당하는 관할 주민센터 직원과 통화한 결과 등록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장애인관련 복지제도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장애인전화에 문의결과 세금감면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고, 확실한 확인을 위하여 서구청 세무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현행제도에 의하여 장애인차량으로의 등록은 불가하나 지방세면제는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배우자에게 바로 연락하여 감면신청 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셋째, 대상자 현재 재활치료만 받고 있어 병원과 집만 오가며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는 상태이고, 상담 내내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실상은 죽고 싶은 마음도 자주 먹었다며 속마음을 보여주신 배우자와 대상자의 정신적 지원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장애에 대한 정보교류, 사람들과의 관계형성, 직업상담 및 재활 등을 위하여 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용을 권유한바 흔쾌히 이용해보겠다고 하여, 이 또한 방문하여 상담 받을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해당 기관에 상담내용과 연계의뢰서를 첨부하여 공문으로 서비스제공 협조요청을 하였습니다.

한 달 후 모니터링.

“안녕하세요. 국민연금 장애인지원센터에 근무하는 000입니다. 지난번에 방문하여 상담한 사람인데 기억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전에 그렇게 친절하게 상담해주셨는데 기억이 안날 리가 있나요?”

“방문한지 좀 지났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안부전화 드렸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잘 지내요. 애 아빠가 복지관에서 노래교실 다니는데 너무 좋아하고요. 무료 치과치료도 받았는데 시설도 좋고 너무 친절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재활프로그램도 이용하려고 신청해놨고요, 컴퓨터도 몇 번 교육받았는데 그건 애 아빠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걸 알아보려고 해요. 그리고 복지관에서 생활비하고 의료비로 40만원 주는 게 있다며 대상자로 신청해준다고 했어요. 확실히 되는 건 아니지만 추천은 해놓았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 그래요.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목소리가 많이 밝으셔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기초생활수급 신청은 하셨나요?”

“그건 시누이한테 사인 받아야 되는 것도 있고, 아직 서류가 다 준비되지 않아서 준비되면 바로 신청할거에요. 복지사님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안부전화도 해주시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네요” “서류준비하고 신청한 다음에 복지사님한테 전화드려도 되죠?”

“네 그렇게 하세요. 언제든지 부담 갖지 마시고 전화주세요.”

모니터링을 마치고 복지관 담당자와 통화 해보니 박00님 매우 적극적으로 복지관 이용 중이고, 40만원 지원금(연 1회 지원)은 타기관의 후원금 연계로 지원되는 것으로 선정결과는 10월 중순에 통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일을 시작한지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처음으로 자격증 활용을 위하여 시작한 일인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제게는 아는 것만큼 해줄 수 있다가 되어버린 지금, ‘신규등록장애인’ 이라는 이름하에 만나게 되는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세상과 소통하는 다리가 되어 드리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편안한 다리, 튼튼한 다리, 이왕이면 똑똑한 다리까지 되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여러분! 힘내어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담 후에 “우리나라 살기 좋아졌네요. 이렇게 찾아와서 구구절절 이야기 다 듣고, 일일이 설명해주고, 직접 신청도 해주고.... 좋은 일 하시네요” 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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