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 광)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8개 지사 47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54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모두 장애인이 장애인서비스 연계를 통해 경제 문제, 건강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이룬 내용이 담겼다.

공단은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9편 등 총 13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네 번째는 우수상 ‘정말 고맙습니다’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윤민호 복지플래너(부평계양 지사)

우수상을 수상한 윤민호 복지플래너. ⓒ국민연금공단

여름의 문턱을 넘는 어느 날, 따가운 햇살을 따라 임학동의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고 있었다.

오후 1시에서 2시까지만 시간이 된다는 박민규(가명)의 어머님을 만나기 위해서 점심을 거른 탓인지 언덕길을 오르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들어선 집은 반 지하였다. 많은 가구를 방문 하다 보면 지층에 들어서면 예상되는 특유의 냄새와 정돈되지 않는 어수선함과 다르게 따뜻한 볕과 정돈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대상자의 어머님의 수고를 잘 느낄 수 있었다.

평소처럼 등급에 따른 복지서비스 안내를 하는 것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가구의 상황을 알아갈수록 안타까운 마음과 무거워지는 머리를 느낄 수 있었다.

민규네는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와 동생으로 이뤄진 3인 가구에 기초생활수급가구이다.

올해 초 오랜 투병 생활에 지친 아버지가 가족의 짐이 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하였으며 이를 동생 민혁이가 목격 했다. 어머니도 남편의 간병에 지칠 때로 지쳐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삶을 포기 할 수 없었다.

올해 봄에 기초수급으로 선정되었지만 80만원의 수급비로 3인가구가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기만 하였다. 틈틈이 부업을 하며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어렸을 때 잘 배우지도 못했던 어머니는 글을 잘 읽으실 줄 몰라서 학교에서 보내주는 안내문조차 주변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첫째인 민규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도움반 수업을 듣고 있으며 이번에 장애판정을 받아 지적3급이다. 빵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고 바리스타도 되고 싶은 꿈 많은 아이다. 둘째인 민혁이도 중학교 1학년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서인지 일반학급에 적응을 못하고 도움반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 끝나면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어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부에 열심이지는 않지만 로봇 만들기나 컴퓨터 같은 과학공학교실에는 매우 적극적이고 집중력을 보이는 친구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컴퓨터게임에 빠져 흥미를 잃을까 걱정이다. 언제부턴가 민규와 민혁이는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마도 아버지를 잃은 충격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어머님은 걱정이 많다. 자신도 허리가 아파 매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이들만 생각하면 더 속이 상한다고 얘기하신다.

자신이 못 배우고 알지 못해 자녀교육에 서툴기만 한 건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어렵기만하다. 또한 수급비로만 생활하기엔 벅차 일거리가 있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힘들기만 하다고 얘기하신다.

우선은 기초수급가구로 선정이 오래되지 않았고 어머님의 정보력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수급생활감면에 대한 누락을 확인하였는데 공공요금을 비롯해서 감면을 잘 이용하고 계신 것으로 확인되었고 교육청치료지원비를 이용하고 있는 민규에게 지원 금액이 더 큰 발달재활서비스신청과 민규의 장애로 가능한 장애아동수당을 신청에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메모를 남겨드렸다.

1차 상담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발길이 무겁기만 했다. 학교에서 민규의 치료지원비가 입금이 되지 않은 이유를 학교에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의 얘기가 되새겨지며 그간의 어려움들이 주마등처럼 그려졌다.

민규네를 위해 직원사례회의, 외부서비스위원회를 통해 양육지원에 대한 계획과 계속적인 사례관리기관을 연계하기로 결정되었다.

민규의 방과 후 돌봄지원이 되고 있지 않은 문제를 위해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 신청을 검토하였다. 대기자가 많이 있는 상황이였지만 2차례 기관과 협의 통해 긴급지원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민규의 하교 후 돌봄지원 및 프로그램 이동지원을 받을 수 있어 어머님의 도움 없이도 프로그램 이용 및 교육지원이 가능한 상황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동생 민혁이 역시 방과후 지원이 필요하여 주거지 인근 지역아동센터 6곳에 빠짐없이 전화를 해서 기관의 상황과 대상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3곳을 서비스 상담을 연계하였다. 민혁이는 아버지의 사망목격자이기도 하고 급격한 지적능력저하를 보이는 친구여서 계양구청소년수련관에 위치한 청소년상담센터를 통해 민혁이가 원한다면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였다.

두 친구를 양육하는 어머님의 임파워먼트를 위해서는 계양구건강가정지원센터 한부모가족 지원팀에서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교육훈련참여 등의 정보제공이 진행되고 있다. 민규가 꿈꾸고 있는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아모르카페를 통해 민규가 바리스타 일일 체험을 할수 있도록 협의되었고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 및 현장실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 하였다. 이외에도 장애인기관을 통해 3차례 방문하면서 물티슈, 초콜렛, 돗자리를 전달하면서 민규네에게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랑을 함께 전달하였다.

마지막 방문을 하고 나서는 어머니는 나에게 밝은 미소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이어 하셨다. 세련된 말투도 아니고,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있진 않았지만 누구의 감사의 표현보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잘 알 수 있기에 멋쩍은 맘에 자꾸만 뒤돌아 인사를 하며 발길을 돌렸다.

새로운 만남, 함께 가는 길, 동행의 시작에 민규네가 있다. 이번 동행이 한결같이 민규와 민혁이의 양육지원에 고민이셨던 어머님에겐 ‘쉼표’로 민규와 민혁이에게는 ‘꿈’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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