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과 이용자 모습(사진은 내용과 무관). ⓒ에이블뉴스

최근 넬라톤(도뇨)이 의료행위에 속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장애계에서는 큰 고심에 빠졌다. 척수장애인에게는 누구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이기도 한 넬라톤이 ‘의료행위’라니… .

합법적인 방법으로 넬라톤을 하려면 방문간호를 통해 해야 하지만, 높은 방문간호 수가에 좌절하고 만다. 또 넬라톤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방광이 팽창해 터지거나 소변이 자칫 신장으로 역류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

이 같은 제도를 바라보는 척수장애인들은 하나 같이 “어이없다”는 반응 속, 실제로 넬라톤을 하는 활동보조인과 중계기관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통스러운 이용자 두고 안 할 수도 없고…”=금년 3월부터 활동보조를 시작했다던 활동보조인A씨는 ‘넬라톤’을 안 해줄 수도 없고, 해줄 수도 없고 어느 줄에 서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금년 3월에 이수교육을 받을 때 넬라톤과 핑거교육을 강사님께 배우며, 직접적인 건 이용자에게 배우라 했다. 이용자 부모님께서 설명해주신 대로 했고, 지금까지 이용자도 만족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9월부터 복지부에서 넬라톤은 의료행위라는 이야기가 내려왔고, 10월에 활보 이수교육 때부터 의료 행위라 교육에서 빠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이 잘해왔고 이용자도 만족하는데 불법행위라 하지 말라고 하면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냐. 이용자가 옆에서 고혈압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죽던지 말든지 이건 의료행위니 못하겠다 말을 어찌 하냐”며 “방문 간호사를 우리가 있는 차로 오던지, 사무실로 오던지, 병원에 가야하는건지 답답하다. 또 이용자가 그런 활보를 믿고 몸을 맡길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명확한 답도 없는 이 시점에서 활동보조인은 불법을 저지르며, 이용자의 눈치를 보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밥벌이로 전락시키고 있는 복지부가 짜증난다”며 “신경 안 쓰고 이를 전하는 센터도 대책 없고 짜증난다. 불법의료행위를 하면 이용자를 살리나, 불법으로 걸려 잡혀가면 어째야 할지 답답하고 막막스럽다. 활동보조는 어느 줄에 서야 하냐”고 덧붙였다.

활동보조인 B씨는 “넬라톤까지 의사가 해야 한다면 의사들 참 할 일 없는 사람들이다. 환자가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 전문 의료인이 해야만 하는 위험한 행위만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지, 일상적으로 당연히 해야 될 모든 것들을 규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의사협의의 돈벌이 독식 발상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듯 쉬운 일들은 환자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활동보조인 C씨는 “활보가 바보도 아니고, 넬라톤이 꼭 의료인이 해야할 만큼 고난이전문행위도 아니다.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얼마든지 활보 또는 요양보호사의 손을 빌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걸로 안다”며 “소변 눌때마다 의료비와 교통비를 따로 들여가며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는게 말이되는 소리냐”고 지적했다.

이어 C씨는 “흔히하는 말이지만 유도리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장애인을 돌보는 활보나 요양보호사를 범법자로 만드는 쓰잘대기 없는 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며 “간단한 교육만으로 가능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 하라고도 권유 못 해”=활동보조 제공기관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활동보조인에게 불법행위를 하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은 “활동보조 이수교육에 넬라톤 교육은 하지 않는다. 가르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행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교육을 하는 곳도 어딘 가엔 있지 않을까”라며 “기본적으로 활동보조인이 불법행위라고 하면 넬라톤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계기관의 입장에서도 솔직히 해주라고 하고 싶지만, 불법이니까 하라고도 못하고 난감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 소장은 “파스 같은 경우도 원래 약국에서 팔았는데, 이제는 슈퍼에서도 팔지 않나. 일상생활에서 특별하게 의료적인 것이 아니니까 넬라톤도 이처럼 의료법 자체를 허물어주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이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구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채홍영 소장은 “일단 의료행위로 법상 지정돼있기 때문에 법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 아무리 척수장애인들에게 필요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현재 불법이면 센터 입장에서 하라고 권유하기 힘들다”며 “협회 차원의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태현 소장과 그의 직원들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넬라톤이 불법행위임을 인지했다. 이들은 당연스럽게 “활동보조인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황 소장은 “아무래도 척수장애인 당사자이다 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척수장애인들이 손이 안돼서 넬라톤 행위를 도움 받는 건데 매번 전문 간호사를 불러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며 “불법행위로 생각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센터 이용자의 활동보조인이 넬라톤을 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의 반응은 어떨까. 역시 황 소장은 ‘OK’였다.

황 소장은 “ 아직까지는 이를 묻는 사람이 없었지만 될 수 있으면 해주시라고 말할 것이다. 활동보조인이 안 해주면 도대체 누가 해줘야 되냐”며 “의료법상 해석부터 바뀌어야한다. 활동보조인이 당연히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며, 이용자의 활동보조인에게도 될 수 있으면 해주는 방향으로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도 “척수장애인에게 넬라톤은 호흡기 같은 존재다. 의료행위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초반부터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안다”며 “활동보조인도 꺼려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고 안 해줄 수도 없고 애매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 소장은 “일본 같은 경우도 몇 년 전 알기론 넬라톤 행위가 허용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들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사고가 나지 않는 전제하에 활동보조인이 해야 된다”며 “넬라톤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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