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장애를 신설하고 기존의 정신장애 중 일부를 보다 폭넓은 범주에 포함시키는 등 300여 가지 정신질환의 분류와 진단 기준을 대폭 개편한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 제5판(DSM-5: 5th edition of Dias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을 발표했다.

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A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DSM-5는 1994년에 만들어 현재 사용되고 있는 DSM-4를 20년만에 대폭 개정한 것으로 오는 22일 정식 공표와 함께 발효된다.

APA의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은 세계의 정신질환전문의들이 기본적인 지침서로 받아들이고 있어 세계정신의학계의 '바이블'로 일컬어지고 있다.

세계 39개국의 관계 전문가 1천500명의 자문을 받아 완성된 947쪽에 이르는 DSM-5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라는 하나의 커다란 범주 속에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 4가지 형태의 정신장애를 포함시켰다.

따라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형태의 자폐증으로 분류되던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이름은 사라지게 된다.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난독증(dyslexia)이라는 명칭도 사라진다. 대신 학습장애라는 넓은 범위의 정신장애에 포함됐다.

또 정도가 심하고 빈도가 잦은 아이들의 분노발작을 분열적 기분조절장애(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라는 이름으로 정신장애 명단에 새로 추가했다.

이밖에도 많은 정신장애가 재분류되고 진단기준들이 바뀌었다. 이 때문에 각종 정신질환 치료와 관련된 정부의 혜택과 의료보험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 대학 정신과전문의로 이번 5차 개정안 작업을 맡았던 APA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이비드 쿠퍼 박사는 DSM-5는 정신질환 환자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제5차 개정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DSM-4 개정작업 때 특위위원장을 맡았던 앨러 프랜시스 박사는 일부 바뀐 정신장애 진단기준이 정상상태와의 구분이 모호하다면서 허위양성(false-positive) 진단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따라서 불필요한 치료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DSM-5 보이콧 위원회'도 정신장애 진단 범위가 넓어짐으로써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 환자로 잘못 진단돼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뀐 정신장애 분류와 진단기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종전의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소아기 붕괴성장애(CDD), 전반적 발달장애(PDD)를 새로운 분류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에 모두 포함시켰다.

▲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연령제한을 종전의 7세에서 12세로 높였다.

▲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 중 특정 물건에 집착해 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증상을 따로 떼어 수집장애(hoarding disorder)로 독립시켰다.

▲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인지기능장애를 경도신경인지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진단하고 치매는 주요 신경인지장애(major neurocognitive disorder)에 포함시켰다.

▲ 폭식장애(binge disorder)와 월경전 불쾌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를 신설했다.

▲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후 나타나는 극심한 슬픔, 체중감소, 피로 증상도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으로 진단한다. 종전에는 이러한 증상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후 2개월 이상 계속될 때로 제한을 두었다.

▲ 자신이 잘못된 성(性)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성 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는 자신의 성에 대해 감정적 불쾌감을 느낀다는 뜻인 성 혐오감(gender dysphoria)으로 바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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