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는 대선을 앞둔 지난 8월, 광화문 역사 내에서 차기정부 핵심 장애인 복지공약으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관철될 수 있기를 촉구하기 위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노숙농성 현장 모습. ⓒ에이블뉴스

[2012년 결산]-②장애등급제

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끝나간다. 특히 4·11 총선, 18대 대선 등으로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장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에이블뉴스가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2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두 번째는 ‘장애등급제’다.

올 한해 장애계는 정치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서일까?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컸다. 또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올 한해 장애등급제 폐지 요구와 관련해 괄목한 만한 성과는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일정부분 각 정당 및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올 한해 장애계는 ‘장애등급제’가 장애인을 등급으로 구분하는 낙인에 불과하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개개인의 욕구와는 무관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장애등급과 소득수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그 대상을 장애 1급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다 2~3년 마다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서비스 판정등급 기준도 1~4급으로 나눠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불만의 온상이 됐다.

이에 장애계는 4·11총선과 12·19대선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대선을 앞둔 8월에는 전국 22개 단체들이 조직을 결성, 차기정부 핵심 복지 공약으로 관철될 수 있기를 바라며 광화문역내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10월에는 2012대선장애인연대를 구성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수용·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장애계의 행동과 요구는 성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은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 등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은 폐지를 전제로 한 개선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은 장애등급제 보완·개선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 등을 지원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 방향과 내용은 인수위원회 구성 이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한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염원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올해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의 연구용역에 따라 힌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1월,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지체장애 등 15개 장애유형의 구체적인 서비스 분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는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도입 논의를 위한 첫 단추로 장애기준 문제점을 통해 구체적인 현안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당초 5월 발표될 예정이었던 연구결과는 ‘결론 수정부분’ 등을 이유로 수차례 미뤄지다 10월에야 복지부에 제출됐다.

더욱이 연구결과가 복지부에 제출됐지만 이를 토대로 한 논의는 헌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애계는 이번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복지부 내에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의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 이를 놓고 기획단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올해 제4차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 수립으로 연구에 소홀했다며 이번 연구가 장애판정 업무라 당장 어떻게 개선되는 것이 아닌 후속 연구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애계도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장애인복지포럼 주최로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방향을 모색하기도 했다. 장애계는 원론에선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지만 각론에서 즉, 폐지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실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해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논의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 도입, 발달장애영역에서의 시범사업 추진 등이 제시됐다. 향후 장애등급제 폐지 후 그에 따른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2012년, 장애계의 화두였던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발판이 마련됐다. 장애계의 요구와 정권을 잡은 여당의 입장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고 복지부도 연구결과에 대한 논의에 있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일면이 있지만, 내년 본격적인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댓글열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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