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의료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형병원을 찾는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여 이들을 동네의원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새해를 맞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빈곤층에 대한 일방적 지원보다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자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계해주는데 중점을 두려 한다"고 업무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저출산 대책의 기본토대는 소득과 고용안정"이라면서 "프랑스도 20∼30년 걸려 해결한 일인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흡연으로 인해 악화되는 서민층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진 장관과 일문일답.

--취임 5개월째인데도 장관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새해 소감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빨리 회복이 됐지만 경제회복의 온기가 어려운 서민생활까지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올해는 서민에게도 온기가 고루고루 스며들어서 서민생활의 주름살이 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예산도, 업무보고도 일찍 매듭지었다. 여유있게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예년보다 20일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확정된 예산을 갖고 내년 업무계획에 맞춰 정확히 1월1일부터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작년말 일부 복지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복지예산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로 편성한 것이다. 안보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국방부 예산보다 복지부 예산이 2조원 가량 더 많다. 통상 정부 예산이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마다 증액분을 추가해 예결위로 넘기는데 사실 이런 증액분은 대부분 반영이 안된다. 이번에도 상임위 증액분이 예결위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일 뿐이었는데 이를 삭감됐다고 하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다.

--3일 아동급식소 현장에서 시무식을 치렀다. 이번 겨울 방학 중 가정사정으로 끼니를 굶는 결식아동 급식지원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데 복지부 입장은.

▲일부 오해가 있다. 방학 중 아동급식 사업은 5년 전 지방으로 이양돼 국고보조금 지급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예산지원 중단으로 지자체의 예산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국회 결정에 따라 작년과 올해 한시적으로 국비를 지원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국비지원이 종료돼 중앙정부가 결식아동 급식예산을 편성하면 안된다. 그래서 지자체의 예산편성 현황을 점검했더니 16개 지자체중 3곳을 제외하고는 관련 예산이 제대로 확보돼 있었다. 3곳도 부분적으로 모자란 정도인데 예비비로 충당할 수 있도록 조치가 돼 있다. 방학 중 결식아동 48만명의 급식 제공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복지예산에 대해 일부는 성장동력이 저해된다고 하고 일부는 경직성 예산만 늘어났을 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복지예산은 지난 몇년간 계속 급증했다. 증가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월등히 빠르다. 하지만 OECD 평균에 비해 복지재정 비율은 3분의 1밖에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복지예산 증액으로 인한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를 과거처럼 `소비'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복지를 통해 소외계층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통합을 꾀하고 이 통합된 힘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순환구조가 형성된다. 복지예산 증대로 성장동력이 저해된다고만 볼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복지예산은 재정능력이 감내하는 한 계속 늘려나가 OECD 평균 수준까지는 이르러야 한다.

또 국민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 제도가 성숙하고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경직성 예산을 왜 복지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경직성 복지예산의 증가는 복지가 제도적으로 성숙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스 등의 재정실패가 방만한 복지예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실패는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복지국가의 대표적 모델인 스웨덴이 최근 우파정권 집권과 함께 복지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는 상황도 참고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복지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면서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장 시절엔 다소 시장경제론에 경도된 것 같았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전공이 사회학인데 사회학자들이 대체로 시장보다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제 시장도 중요하니까.. 일종의 실용주의로 봐달라.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의 중점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활안정 보호를 위해 상당히 많은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빈곤층에 대한 일방적 지원보다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근로가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노인이나 질환자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을 해야겠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일자리를 연계해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데 업무의 방점을 두려고 한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이들에게 주어진 공공근로적, 사회서비스적 성격의 일자리가 자립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당장 대기업 정규직을 제공해도 스스로 감당이 안될 수도 있다.

그래서 수급자 가운데 일정기간 훈련과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주되 교육과 훈련만으로 감당이 어려운 사람은 사회서비스나 비정규직, 파트타임 등 소득을 단계적으로 올려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토록 하는 맞춤형 사례관리를 하려고 한다.

--내년 중 이뤄질 의료기관 간 역할 재정립 방안을 소개해달라.

▲현재 의료기관 간 역할기능이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의료기관은 원래 1차, 2차, 3차 구분이 돼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감기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치료하고,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갔었다. 지금은 동네의원 상당수가 폐업 위기에 처해있고 상급종합병원은 본연의 연구나 중증환자 치료보다는 경증의 외래환자 진료에 치중하고 있다.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양상이다.

그래서 본연의 의료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대형병원을 찾는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여 이들을 동네의원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연구 중심의 본래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고 중소병원은 특화된 진료서비스를 통해 중간허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네의원은 경증환자 치료와 더불어 주변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전담의사나 단골의사 개념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면 환자로서는 의료비 부담도 덜고 접근성도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매번 같은 처방을 받기 때문에 항상 대형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에 도입하려는 선택의원제도는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이 가까운 동네의원을 선택해 이용할 때 보다 적은 부담으로 맞춤형 예방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평상시 지속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동네의원을 선택하게 되면 대형병원을 이용할 때보다 진료비, 약제비 등에서 환자의 본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선택의원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환자 입장에선 가벼운 증상의 감기만 걸려도 비싼 진료비 부담하며 대형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어지고, 병원 입장에선 질병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똑같은 환자를 놓고 진료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된다. 1, 2, 3차 병원간 본연의 기능을 찾게 된다면 국민의 의료이용 관행과 의료기관 역할이 재정립될 것으로 본다.

--줄곧 담뱃값 인상 의사를 밝혀왔는데 언제 얼마나 올리는 것인가.

▲몇차례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언제 얼마로 올릴지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흡연율이 지나치게 높고 담뱃값은 싼 것이 현실이다. 결국 금연캠페인이나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등 비가격 금연정책으로는 흡연율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고 더 강력한 가격정책을 쓸 필요성을 얘기했던 것이다.

--대체로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론은 형성돼 있는데 정치권의 반대가 걸림돌인 것 같다.

▲담배값이 싸 청소년들이 용돈으로 부담을 안느끼고 살 정도이고 간접흡연의 문제도 심각하다는데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 정치권의 반대 이유는 경제적으로 힘든 저소득층에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담배인데 그런 담배 가격마저 올려 못피우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같은 이유로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유있는 계층이야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관리가 가능하지만, 건강관리가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뭔가 건강상 문제를 가져올 것이 뻔한 흡연을 계속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정부의 책무일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과는 생각을 달리한다. 지금 당장 담배 끊는 것에 고통을 느낄지라도 끊도록 해야 장기적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저소득층을 위한 길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내년이 10년 앞을 내다본 패러다임 전환의 시점이라고 한데 대해 동의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문제에 눈길이 먼저 가던데 이 정도로 건보재정 악화가 해소될까.

▲고액 재산가의 피부양자 제외와 건강보험료 상한선 인상은 건보재정 안정보다는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부유층에게 건보료 더 걷는다고 건보재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형병원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률 증액도 건보재정 안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보재정 문제는 수입보다는 지출에서 찾아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의 급증과 의료기관 지불제도의 구조적 특성, 과다한 약제비 지출 등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보험료 산정기준을 직장, 지역 가입자 모두 소득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소득기준으로 단일화할 필요는 있으나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4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당장 급하게 도입하기는 어렵고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진료수가 지불제도 개선을 위해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도 내년에 당장 적용해야 할 것은 아니고 사회적 합의와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내년 중 한번에 하는 것보다 방향을 잡고 하나씩 해나갈 계획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제약산업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어떻게 보나.

▲쌍벌제 도입을 계기로 삼아 제약영업 환경을 투명하게 만들고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미국, 유럽 제약사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투명성이 먼저 담보돼야 하지 않겠느냐. 더 이상 과거식대로 비즈니스를 하면 안된다.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았다. 올해 보완해야 할 대책은.

▲저출산ㆍ고령화는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대책도 종합적일 수밖에 없다. 뭐든지 종합대책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저출산 문제는 일관되게 인내심을 갖고 기업 인식을 바꿔나가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1차 저출산계획에서 예산 40조원 쓰고서 출산율을 올렸느냐는 비판이 많은데 40조원 쓰고 5년간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것이다. 프랑스도 20∼30년 걸려 해결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젊은층이 결혼해 일하고 출산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 그렇게 보자면 사교육비 문제도 부차적인 것 같다. 대학졸업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추고 소득이 안정되면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소득 및 고용안정이 저출산 대책의 기본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 바탕위에 보육료나 양육수당도 지원하는 것 아니겠느냐.

--2년내 36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지난 3년간 44만개의 일자리가 보건의료복지 분야에서 창출됐고 이는 전 산업 일자리 증가분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에서도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보건의료복지 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한다. 돌봄, 보육,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건강관리, 뷰티서비스, u헬스 등 유망 일자리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송명근 건국대병원 교수가 시술중인 `카바수술'(CARVAR.종합적 대동맥 판막 및 근부성형술)에 대한 결론을 연말까지 낸다고 했는데.

▲작년말까지 결론을 내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어려워졌다.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산하에 구성한 전문가자문단이 추가 자료수집과 쟁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월 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결론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의료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희생자라도 나와선 안된다.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업무보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반의약품(OTC) 슈퍼마켓 판매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대통령은 미국 등 외국의 의약품 판매가 어떠냐는 관심을 표명했을 뿐 OTC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OTC 문제에 대해선 접근성, 편리성을 중시할 것이냐, 오남용 방지에 방점을 둘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후자, 즉 편리함보다는 안전성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국이 슈퍼마켓만큼 많기 때문에 국민 불편이 크지 않은 편이다. 현재 의약품 구입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전국에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 주무 책임자로서 느낀 바가 있을텐데.

▲구제역은 가축 전염병이지만 복지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농장 종사자를 비롯한 사람에 대한 검역 작업을 강화해야 하고 기르던 소와 돼지를 한꺼번에 살처분해야 했던 축산농들이 겪을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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