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 저지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전부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정신장애인협회와 한국정신장애연대는 1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부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박탈하는 악법 중 악법인 기존 법 보다 더한 악법"이라면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한장협에 따르면 전부개정안은 8개의 장과 89개의 조문으로 구성됐다. 기존 정신보건법이 총 6장 59개 조문인 것에 비해 대폭 개정됐다.

전부개정안은 정신요양시설 허가기관을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까지 지자체로 완화해 요양시설 설치가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

자의로 입원한 정신장애인의 퇴원을 정신과 의사가 72시간 동안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관이 아닌 의료적합성심사위원회라는 국립병원이 운영하는 위원회가 정신병원 강제입원의 적부를 심사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이 전부개정안은 이해단체의 의견과 검토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에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입원 동의권을 본인으로부터 박탈하고, 강제입원을 심화하는 독소조항을 다수 포함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의사와 경찰관이 정신장애인의 입원 동의권을 갖도록 하는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의료적합성심사위원회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적부를 판단하는 조항은 의료전문가에 의한 치료적 관점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나 인권을 대변하기 어려운 등 조항 곳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

(왼쪽부터)한국정신장애인협회 현귀섭 회장,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정하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정신장애인협회 현귀섭 회장은 "현행 정신보건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지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전부개정안은 기존 법보다 더욱 심각한 악법"이라면서 "이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전부개정안은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의 피해를 더욱 심화시킬 조항들이 있다. 특히 대형 정신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병상제한을 푸는 내용도 담겼다"면서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만 반영해 악법적인 요소를 담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정하씨는 "전부개정안을 보고 최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끌려가게 될 판이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법보다 더 한 악법이 나왔다. 이 법은 절대로 통과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신보건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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