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학포럼 임민철 연구원.ⓒ에이블뉴스

“서울 가서 수술하면 키가 큰대. 할래?”

타인의 권유에 무작정 키가 크고 싶었던 저신장장애인들은 자연스럽게 수술대에 오른다. 어린나이에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의 고통을 겪었지만 그 결과는 혼자만의 고통뿐이라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장애학포럼 임민철 책임연구원은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열린 ‘2014 장애학 국제포럼’에서 저신장장애인의 수술 경험을 통해 본 치료와 장애정체성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임 연구원은 3명의 남녀 연골무형성 저신장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한 지적연구방식을 진행했으며, 이들은 모두 10대의 나이에 수술로 뼈를 자른 후 몸 바깥에 고정기를 설치해 뼈를 늘리는 ‘일리자로프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이 수술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 ‘권유’였다. 언론에 노출되있던 A씨에게는 전문가인 교수로부터 연락이, 같은 장애를 가진 엄마를 통해 “나처럼 힘들게 살지 말라”며 권유받은 B씨, C씨는 장애인단체의 추천과 부모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다.

두려움, “일단해라”와 “하지 말라”는 갈리는 의견 속 갈등하던 당사자들은 “무작정 너무 키가 크고 싶다”라는 마음에 수술대에 오른다. 큰 수술을 결심하지만, 수술 과정에 있어서 어떤 일이 있을지, 어떤 과정이 거치는지 정보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저 전문가의 확고한 말만 따른다.

치료과정은 지옥과도 같았다. 7일 동안 한숨도 못 잔 A씨, 어머니가 깨실까봐 고통에 이를 악물던 B씨. 그들은 ‘수술을 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키 크고 싶어”란 그들의 바람 속 변화는 어땠을까? 오래 걸을 수 있어 기능적인 면이 향상됐다는 A씨와는 달리, B씨는 뼈가 약해졌다. C씨의 경우는 종아리, 허벅지 합이 22.5cm를 키웠지만 미니스커트를 입고 싶은 그녀의 다리엔 흉터가 가득했다.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질 뻔 한 후유증도 함께였다.

저신장장애인들이 받는 ‘일리자로프수술’ 변화.ⓒ에이블뉴스

“수술한 4년 동안 정말 집에만 있었거든요. 집에 있으면서 재활을 하면서, 그게 고통도 고통인데 수술하면서 성격이 좀 바뀌었어요. 남들에게 다리를 보여주는 것도, 집에 오는 것도 싫었고, 신경이 이제 다리로 가있으니까 신경이 곤두서있고….”-C씨-

또 수술에서의 부정적인 결과는 “당사자가 재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탓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육체적인 효과만 집중 될 뿐 고통을 알 수 없는 ‘물위의 우아한 오리’의 모습이라고 임 연구원은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수술은 당사자의 의견을 통해서 시작되기보다 주변 권유로 시작하게 된다. 대다수 어린나이에 수술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기결정권이 인정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자신이 결정하지 못함에도 실제적으로 수술과정과 수술 후의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당사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수술시 단순히 육체적인 효과만 집중되고 있으며 경제적인 면이나 인간관계망에서 일상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간과되고 있다. 수술을 통해 좋아지는 측면의 그림만 보고 그 외 정말 필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며 “수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정보와 조금 더 깊이 사고한 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를 하며 성인이 되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에 솔깃하다가도 보행이 어려워진 사람, 당당히 사는 당사자들을 만나가며 수술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다”며 “영화나 SNS를 통해 수술을 안 하더라도 자기 나름대로 정체성을 가진 당사자를 보며 그 모습 자체가 멋있더라. 수술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메리트를 찾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열린 ‘2014 장애학 국제포럼'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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