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놀이터법개정추진단 주최로 '통합놀이터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통합놀이터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안전기준’을 조속히 개정해 장애·비장애아동 모두를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놀이터법개정추진단은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놀이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대표,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 한동욱 사무관 등이 참석해 통합놀이터의 취지와 조성에 충돌하는 법률들을 정리하고 개정의 방향을 모색했다.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놀이터법개정추진단 주최로 열린 '통합놀이터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는 “아동의 놀 권리는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권리다. 따라서 장애아동에게 있어서도 놀이는 생존과 성장,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엄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는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 제7조에서도 ‘장애아동이 다른 아동과 동등하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향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라고 명시했다”며 통합놀이터의 규범적인 의의를 제시했다.

이어 “그러나 국내에서 놀이기구를 설치할 때는 어린이놀이시설법과 어린이제품법에 명시된 ‘안전인증’을 받은 놀이기구만을 행정안전부장관이 고시하는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그네’ 등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같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놀이기구를 만들려면 기존의 놀이기구와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놀이기구는 어린이제품법과 어린이놀이시설법의 규정상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휠체어그네의 경우 안전인증 기준이 없어 놀이터와 분리된 별도의 공간에 ‘휠체어전용그네’라는 명칭으로 설치돼 놀이시설이 아닌 ‘장애인시설’로 설치돼 있다. 이는 앞서 말한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같은 관련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통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놀이기구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안전인증 기준의 다양화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장애아동도 놀이터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벽을 제거하는 내용 법령에 명시 ▲통합놀이터 설치 및 활성화를 위해 국가 및 지자체가 필요한 시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할 의무의 구체적인 명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놀이터법개정추진단 주최로 열린 '통합놀이터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다음으로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대표는 해외와 국내 놀이기구들의 형태를 비교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난간의 높이에 대해서는 “해외 놀이터에서는 키가 작은 아동, 큰 아동, 휠체어를 타는 아동 모두를 위해 난간을 위아래 이중으로 설치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난간 설치의 목적을 아동 지원보다는 추락 방지의 역할로 보기 때문에 이중설치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둥이 설치돼 연속적이지 않아 휠체어 장애아동들의 이용이 곤란하다”라고 지적했다.

미끄럼틀의 형태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는 미끄럼틀 시작점과 도착점의 한쪽이 열려 있고, 도착점의 높이 또한 450mm 이상으로 충분히 높아서 휠체어 하강과 보호자 지원이 용이하다. 그러나 국내 미끄럼틀은 시작점과 도착점의 양쪽이 모두 막혀 있고 도착점의 높이가 활강 길이 1,500mm 이하의 경우 200mm 이하, 1,500~7000mm의 경우 350mm 이하로 지나치게 낮아 보호자가 아동을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국내 놀이터는 아이들이 올라갈 수 있어 기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자유하강높이에 따른 하강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아동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며 “시설물이 목적대로 쓰일 수 있는 것을 전제로 안전기준 적용된다기보다 ‘목적에 맞지 않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전제로 안전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비장애아동이 놀이기구를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았을 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장애아동이 목적대로 이용함에 있어 생기는 문제 자체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휠체어를 탄 아동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기 위해 옮겨 타는 것이 유리하게 만들어진 ‘옮겨타기 시스템’에 대해서는 “외국의 가이드라인을 보고 흉내는 냈지만 사실상 휠체어를 댈 수 없는 상황이다. 휠체어를 대기 위한 높이와 핸드레일 규격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앞서 설명한 부분들은 놀이기구 설치 시 안전기준 설치검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2012년 유럽 표준위원회에서는 기존 안전기준에서 고려하지 못한 부분들을 담은 ‘Playground equipment accessible for all children(모든 아이들이 접근 가능한 놀이기구)’라는 기술보고서를 채택했으며 스웨덴 등 많은 국가들이 이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Play provision: Implementation guide’라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안전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물이라도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수용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장애아동도 놀이터에 올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없이 만들어진 안전기준이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놀이터를 디자인할 때 안전기준을 절대시하고 만들기 때문에, 이 기준과 (장애아동의 특성이) 상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장애아동 놀이시설물을 만드는 것에 근본적 문제가 생긴다.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놀이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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