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부모와 함께 식사중인 PVC 제민희, 안제영 팀원. ⓒ제민희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2017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나도 동네 친구와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싶다(통합교육)’을 주제로 핀란드 연수에 나섰다. PVC(4-Paired Vision Challengers)는 ‘시각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이 짝을 이루어 시각장애(Visually Impaired Person)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비전(Vision)을 찾아 이루어 나아가겠다(Challenger)’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핀란드 연수 기간 중 안제영 팀원과 함께 헬싱키에 인접한 반타지역 거주 루오(Juho Kyntäjä)씨의 집을 방문했다. PVC팀의 홈스테이가 계획된 일정이었으나 중도중복장애를 가진 자녀 루카스(Luukas)의 고열로 인해 저녁식사 후 아쉽게 작별해야 했다.

루오씨는 핀란드인으로 폴란드인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의 든든한 아빠이다. 우리 일행과 집에 도착한 후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준비했다. 자녀가 다섯이나 되다보니 주방일은 주로 루오씨가 맡아서 하는 듯 했다.

그의 자녀 중 첫째 아들인 루카스는 뇌성마비와 시각장애를 가진 중도중복장애아동이다. 출생 3일 만에 시신경에 염증이 생겼는데 이 염증이 아이에게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아픔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뇌 전반에 염증이 번지면서 시각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고, 의사를 통해 루오씨는 시각장애인부모연합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부모연합회의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루오씨, 아이의 교육과 가족의 복지에 적극적인 아빠라는 것이 느껴졌다.

루카스는 Feeder Seat에 몸을 기대어 PVC팀을 맞이했다. 몇 차례 인사를 건네고, 손을 잡아도 전혀 반응하지 않던 루카스는 곧 잠이 들었다. 자가 호흡을 하고 있지만, 불규칙하고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고, 조금만 자세를 바꿔주어도 경련이 일어나곤 했다.

루카스는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즉, 핀란드 교육이 말하는 Special Class(우리나라의 특수학급)에 다니는 학생이다.

PVC팀이 핀란드에 도착하여 인터뷰한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일반학교, 특수학교, 시각장애인협회, 장애인스포츠연합회에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루카스에게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는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카스에게 제공되는 모든 치료적, 교육적 서비스와 이동수단은 정부가 지원하죠. 본인부담금은 없어요.’

루카스의 부모는 담임교사와 1년에 3-4번 정도 자녀의 진보에 대하여 논의를 거쳐 IEP(Individualized Educational Plan: 개별화교육계획)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부모와 교사, 상담사, 보건교사, 의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에서 아동에게 필요한 지원에 대한 내용을 결정하는데, 루카스의 경우 현재 연 40시간의 Physiotherapy(물리치료: 우리나라의 물리치료 개념보다는 운동치료에 가깝다)가 제공되고 있다. 등하교 및 병원에 가거나 특별히 이동할 일이 있을 때에는 택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뇌전증으로 인해 복용중인 약물 역시 무상으로 제공된다.

왼쪽부터 안제영, 루오, 제민희. ⓒ제민희

"학교선생님들은 치료전문가만큼의 자질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죠."

핀란드에서는 학교에 치료사가 상주하거나 파견되고 있어 대부분의 치료서비스는 교실 내에서 제공된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역시 치료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트레이닝 되어 있고, 각 영역 전문가들의 협력이 용이해진다.

다양한 영역의 치료전문가가 포함된 PVC팀은 연 40시간이라는 재활치료 시간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중도중복장애아동이기에 국내에서 장애학생이 받는 재활치료 시간에 비하면 매우 적은 시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오씨는 앞서 언급된바와 같이 담임교사가 치료전문가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지고 있고 의사와 교사, 부모가 아동의 진보를 통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논의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사실 루카스도 장애를 진단받은 초기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현재보다 많이 제공되었고 조금씩 성취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뇌전증 증상을 갖게 되면서 더 이상 재활치료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사의 결정이 있었고, 루카스의 부모 역시 이를 인정했다.

핀란드에서는 장애자녀가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을 가족의 재앙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루오씨는 정부가 장애자녀를 위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아이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이 무너지고, 불행하지 않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건강문제로 인해 병원에 가야하고, 높은 비용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국가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자녀를 낳은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자녀의 장애로 인해 박탈당하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지원을 통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믿는다.

특히 핀란드는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택하고 있는데 가족의 소득에 기준하여 장애자녀에 대한 재활치료비 및 교육과 이동 전반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가정이라면 무상으로 제공된다.

PVC팀의 이번 일정은 교육이 장애인 당사자 위주의 지원을 넘어선 복지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가족과 함께 존재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핀란드에서는 가족이 IEP의 계획과 실행, 평가에 모두 함께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 의사, 학교상담사, 간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일방적인 동의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논하고, 경험하며 교육의 참여자이자 주체로서 존재한다. 만약, 가족이 자녀가 받게 될 지원에 대하여 단순한 통보만 받았다면, 자녀의 치료를 위해 먼 거리를 높은 비용을 부담해가며 다녀야 했다면 국가와 교육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협력 속에서 의사소통 해 왔기에 가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신뢰하고, 그 따뜻한 마음을 우리 PVC팀에게도 전해줄 수 있었으리라 본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PVC팀의 제민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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