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소재 전라북도 장학숙 전경.ⓒ홈페이지캡쳐

지난 12일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이 소개된 이후, ‘장학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학숙’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등 대도시 소재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숙시설이다. 자치단체에 따라 ‘장학숙’ 대신 ‘장학관’, ‘향토학사’, ‘향토생활관’, ‘영재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은 월 15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입사 경쟁률도 높아 학부모들 사이에서 ‘행운의 로또’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장애학생은 장학숙 입사자격 조차 얻지 못한다.

‘전라북도 장학숙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5조가 “신체 및 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의 입사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에 확인한 결과 현재 장애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라북도 장학숙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21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장학숙’ 등에 관한 조례, 규칙, 규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관련 자치법규를 제정한 자치단체 43곳 중 23곳(53.49%)에서 장애학생의 입사를 제한하거나 퇴사 조치하는 장애차별적 조항이 확인됐다.

자치단체별로 보면, 인천 1곳(강화군), 경기 3곳(가평군, 연천군, 화성시), 강원 4곳(평창군, 양양군, 양구군, 철원군), 충북 2곳(제천시, 태안군), 전북 4곳(본청, 정읍시, 진안군, 전주시), 전남 4곳(나주시, 여수시, 강진군, 구례군), 경북 3곳(영천시, 청송군, 포항시), 경남 2곳(산청군, 합천군) 등이다.

‘장학숙’ 입사제한 또는 퇴사 사유 중 장애인 차별이 의심되는 조항은 ▲신체 및 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경우 ▲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이 부적합한 경우 ▲질병 등의 사유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데 부적합한 경우 등 세 가지 유형이다.

모니터링센터는 “신체상 사유로 입사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히 차별에 해당되고, 정신상의 문제는 입사 제한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퇴사 사유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자치단체는 관련 조항을 삭제해 차별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 탐라영재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 제3조(입주학생 자격제한)의 2 “신체 및 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자” 조항과 ‘태백시 향토학사 입사생 선발에 관한 조례’ 제5조(자격제한)의 1 “신체·정신상의 사유로 공동생활이 어려울 때” 조항이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삭제됐다.

특히 질병상의 사유는 가평군 향토학사 입사생 선발 조례에만 있는데, 질병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원도 정선군과 속초시의 향토학사 조례는 “전염성” 또는 “감염성” 질환이 있는 사람만 입사를 제한해 장애인 차별 소지를 없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차별 시정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반면, 초중등학교와 대학교의 기숙사 입사 규정들은 장애학생을 우대하는 조치를 취한다. 가령, 교육부의 ‘대학교 생활관 관생 선발 지침’은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장애인을 생활관생으로 우선 선발하도록 권고한다.

또 대구시와 광주시의 중등학교 기숙사 설치 및 운영 조례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장애학생 포함)를 우선 선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모니터링센터 정수미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학생의 장학숙 입사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우선 선발하는 적극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장학숙의 장애학생 입사 제한 현황뿐 아니라 정당한 편의제공 여부 등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해 장애학생들도 장학숙에 입사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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