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를 하고 있는 김지수 조사원. ⓒ에이블뉴스

장애청소녀들이 교내에서 언어폭력이나 폭행, 수업 분리·배제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이하 마실)은 2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청소녀, 언니들을 만나다-차별 경험 드러내기' 실태조사 보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장애청소녀 1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방식은 20~30대로 구성된 여성장애인 조사원이 학교생활에 대한 인식, 수업 및 학교생활,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 등을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일대일 심층 인터뷰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지수 조사원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모든 참여자들은 학교에서 괴롭힘 등 폭행을 겪었다고 답했다.

한 참여자의 경우 비장애학생이 장난감 칼로 자신을 위협했고, 핸드폰 안테나를 자신의 귀에 꽂기도 했다. 교사에게 이를 말했지만 가해학생과 분리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게 다였다.

언어장애 때문에 발음이 다른 것을 꼬투리 잡아 놀림을 당하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한 사례도 있었다.

음악시간에 가창시험을 보던 중 언어장애 때문에 발음이 이상한 것을 보고 비장애학생이 며칠 동안 놀린 것. 장난을 무시하고 넘겼지만 비장애학생은 짝이 된 후 이유 없이 폭행도 일삼았다.

놀림이나 폭행 등 직접적인 차별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거나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이런 경우 교사나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합교육 현장 내에서 분리된 것에 대해 배려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식사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보다 장애학생을 먼저 먹게 하고, 프로그램을 할 때도 먼저 하게 하는 것을 차별이 아닌 배려라는 응답을 한 것.

장애로 인해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지교과나 체육, 음악을 비롯한 활동수업시간에서 배제나 제한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참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배제를 당한 이유가 '비장애학생들에게만 획일적으로 맞춰져 있는 수업내용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별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더욱이 일반학급에서 배제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특수학급에서 오히려 장애학생이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수능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특수학교의 하향 평준화된 교육 때문에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

김 조사원은 "참여자들은 놀림과 비하, 욕설 등의 언어폭력과 괴롭힘, 구타 등의 폭행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와 기관, 전문가들이 연계체계를 만들어 지원해야하고 특히 장애여성 관점에서의 피해자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원은 또한 "지체·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체육 등의 수업시간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거나 방치돼 수업시간에서 조차 배제와 분리, 제한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체육 등 담당교사들은 장애에 대한 이해와 수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은 "발제자가 지적한 (장애청소녀들이) 학교에서 겪고 있는 폭행과 배제, 분리, 차별은 일선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또래 도우미나 시스템 멘토링과 같은 안전지킴이 제도 등이 필요하다"면서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개발·보급과 학교폭력 피해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장애청소녀의 부모인 김수량씨는 "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제 아이를) 배려하지 않고 먼저 탔다. 교실에 들어갈 때도 장애학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토로한 뒤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는 이 같은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이해교육 횟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열린 장애청소녀 실태조사 보고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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