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육영학교 김성민 군의 어머니 이영미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아들아! 엄마가 이것밖에 해줄 수 없는 부모라서 정말 미안하구나. 너의 손톱과 발톱이 물어뜯기며 고통 받은 시간 새끼손톱 두 개가 다 빠지고 생살만 벌겋게 남게 되기까지 너 혼자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자식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부모 마음은 더 크게 아프다. 하물며 의사표현이 서툰 발달장애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15일 오전 10시 30분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서울시 교육청 앞. 한 학부모가 떨리는 심정으로 마이크를 들었다.

내용 인 즉 앞서 한국육영학교 고등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민(발달장애 1급)

군은 지난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학여행에 참여했다. 당시 김 군을 포함해 남학생 3명 여학생 3명이 순천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첫째 날 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여학생 3명이 여교사와 함께 취침하고, 다른 방에서 남학생 3명과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부교사, 다른 공간에서 공익요원이 잠들었다.

이 당시 김 군은 취침시간부터 새벽까지 양쪽 모든 손톱 및 발톱이 뜯겨있고 양쪽 새끼손가락이 빠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김 군의 부상 사실은 23일 무렵 점심이 돼서야 발견됐다.

부상사실을 인지한 교사는 학생을 바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지 않고, 단순히 소독만하고 손톱이 빠진 생살 위에 거즈를 붙인 채 24일까지 아픈 발을 이끌고 모든 수학여행 일정에 참여토록 했다.

이후 부모에게 전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24일 학교 이후 주간보호센터의 교사를 통해 아이의 부상사실이 아이의 어머니에게 알려졌으며 병원에 방문하자 생살에 눌러 붙은 거즈를 떼어내기 위해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대해 김 군의 어머니인 이영미 씨는 “이번 일이 학교의 방임방치와 보조 인력 부족으로 대응하지 못해 일어났다”면서 “보조 인력의 추가배치와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학교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 씨에 따르면 학교는 “가해자가 지목이 되지 않아 치료비 지급이 어렵다, 예산부족으로 특수교육실무사 배치가 어렵다”는 등 무책임한 대답만을 반복해 이 씨와 다른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제대로 된 답변도 없이 한 달을 지나며 ‘아이가 수학여행에서 다친 것이 맞냐’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교사의 태도와 제대로 된 사과도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학교에 지쳐 답답한 마음에 서울시교육청을 찾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학교의 입장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고, 밤새 잠도 못자고 아파서 고통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회원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 섰다.

이날 이 씨는 “밤사이 아이가 고통 받을 동안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학교에서는) 아이를 치료 하지 않은 상태 귀가 시켰다”면서 “학교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1달간이 지난 지금 아무런 대책안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학여행에서 학생을 방임하고, 방치한 학교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명확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교육청에게는 특수교육 보조인력 배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는 “즐거웠어야 할 수학여행에서 동행한 교사들은 아이의 고통을 제대로 살펴주지 않았다”면서 “장애학생에게 맞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우리는 결코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 씨와 다른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 민원실에서 학교생활교육과 장학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학사는 “우선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죄송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학교 측의 초동대응도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고, 안전사고 난 이면에는 특수교육 보조인력 이 부족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을 받고 나서도 예산부와 협의해 한국육영학교의 특수교육 보조인력 확충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당장 확대된다는 말은 못 드리겠지만 교육감님에게 확고하게 말씀드려서 인력 확충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장학사는 안전사고 대책마련에 대해서도 “안전에 대해서 누누이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사고가 난 학교 뿐 아니라 전체학교 차원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부족한 초동대응에 대해서도 매뉴얼을 강구해 관리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부모님들 모습. ⓒ에이블뉴스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장학관과 면담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국육영학교학부모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15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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