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 서울명수학교 학부모운영위원장.ⓒ에이블뉴스

“이런 학교에 보낸 저는 바보 엄마였습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명수학교 공립화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문을 읽던 서울명수학교 최은희 학부모운영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학교가 개인 명의로 돼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지난해 12월부터 가슴 쳤던 학부모들의 수개월의 아픔이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지난 3월24일 개교 46주년을 맞은 서울 명수학교. 그로부터 약 3주 후인 4월16일 학교 경영자가 학교 폐쇄를 선언하며, 통학버스가 나가지 못하게 교문을 트럭으로 막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문제는 현 설립자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다. 전 설립자였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자식들에게 학교부지가 분할 상속됐고, 이후 2010년 학교부지 위에 정부예산 26억원이 투입된 신축학교가 들어섰다.

하지만 현 설립자 형제들은 공동명의로 돼 있는 학교 부지에 설립자 개인 명의로만 된 학교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됐고 결국 부지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제공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비정상적인 학교운영과 자녀학습의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명수학교 공립화와 함께 만약 어려울 경우 자녀들을 인근 특수학교로 보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현 설립자는 소송 결과 월 2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만 했고,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 16일자로 폐쇄하겠다고 최근 교육청과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폐쇄를 통보한 채, 학교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학교 문을 걸어 잠근 현 설립자. 학부모들의 가슴 치는 애환은 각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시교육청도 같은 날 현 설립자를 학교무단폐쇄 등의 혐의로 검찰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시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그토록 원하던 공립화를 약속하며, 불안에 떨어야했던 명수학교 사태는 일단락된 상황이다.

이날 최 운영위원장은 10년간 자녀를 명수학교로 등교시키며 남몰래 흘렸던 눈물의 시간을 털어놨다.

최 운영위원장은 “국내에 유일하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특수학교, 개인 운영자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최근 폐교를 하겠다고 하는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다”라며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돼야하고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뒤에서 가격 흥정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토론회 도중 눈물을 훔치는 명수학교 학부모.ⓒ에이블뉴스

이어 “저희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안심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다”며 “그러나 학교 경영자 가족의 횡령과 재산 싸움으로 인한 불화와 이런 사실에 대한 관리자의 방치 등 산적했던 개인 사학의 부조리를 알지 못한 채 우리 소중한 아이들 믿고 맡겨뒀던 후회와 무신경했다는 자책감으로 아이의 눈을 마주칠 때마다 얼마나 미안했던지 모른다”고 말을 이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지난 수개월간 학교 운영 주체가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의 관리 감독의 영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엄청난 병폐를 목격하며 분노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학교 경영자는 삭막하고 불편한 환경과 학교의 시설 개선과 교육 자료 확충은 뒷전으로 도외시한채 자신의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었다. 등교를 저지하는 학교경영자를 마주한 현실은 슬프면서도 울분으로 가슴 치게했다”고 피력했다.

이 같은 현실에 최 위원장은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약속한 공립화 되는 날까지 예의 주시하겠다는 다짐이다.

최 위원장은 “학교 운영비를 유용하는 경영자 가족이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 뿐 아니라 장애인 시설까지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넘어 직접 운영 주체가 되야 함은 인화학교, 인강원사태로도 알 수 있다.서울명수학교의 폐교는 있을 수 없는 손실이며 공립화만이 우리 학부모들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불편함도 억울함도 말하지 못한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대신해서 희생과 헌신을 내포하는 특수학교가 법과 제도의 틀 밖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권한 아래 부적절하게 운영되는 사례는 절대 용납되선 안 된다”며 “명수학교가 공립화 돼어 우리아이들이 당당히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올때까지 끝까지 관심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교육청 안덕호 과장, 교육부 노선옥 연구관.ⓒ에이블뉴스

이 같은 학부모의 호소에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도 서울명수학교 공립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안덕호 과장은 “공립학교 절차는 학교를 매입해서 가능 방향이다. 4월 중에 재산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 재산을 매입하고 예산을 확보하면 의회를 거친다. 10월 중에 본 예산이 편성되고, 예산이 확보되면 부지 매수가 들어갈 예정”이라며 “예산이 확보된다면 나머지 단계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 과장은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막중한 책임이 있다. 학습권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공립화 추진에 반영하겠다”며 “명수학교 사안을 해결함으로써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특수정책과 노선옥 연구관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립화를 한다면 예산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의회를 통과시켜 교육부로 예산 요청이 온다면 예산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립화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 연구관은 “특수학교를 개인이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도 이 전부터 검토하던 상황이었다. 법 자체가 경제력이 없던 1963년 제정됐기 때문에 사회복지법인이든 개인이 운영하든 자격을 규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며 “개인이 설립할 수 없도록 법을 마련 중에 있고, 도종환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다.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명수학교 공립화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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