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운학교에 마련된 학부모대기실 모습. ⓒ에이블뉴스

“아이가 대학교에 들어간다 해도 가야할 길이 산 너머 산입니다.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 과제가 아직 많이 있어요.”

7일 오전 9시 장애학생들의 수능시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대기실에는 수험생과 같은 마음의 학부모들이 대기하고 이었다.

자녀들의 입시, 진로의 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친해졌다.

같은 공간에 모인 학부모들은 당장 수능 결과의 걱정보다는 이후에 다가올 문제들을 생각하다 보니 다른 걱정부터 앞섰다.

■‘두 배의 노력으로 준비한 수능’=특수교육학과에 지원한 박(여, 51세)모씨의 딸(지체장애 1급)은 신체적인 조건과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다른 노력으로 수능을 준비했다.

“중학교 때부터 중요과목은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학원 시작하면 데려다 주고 끝나면 데리러 가고…. 고3이 되면서 공부의 강도가 늘어났는데 장애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체적으로 불편하니까 한 시간 밖에 못 앉아 있으면서도 열심히 했죠.”

같은 자리에 있던 김(여, 50세)모씨도 “오래 앉아 허리가 아프다 해요. 남들은 세 시간씩 앉아서 집중하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근육의 필요도가 낮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 씨의 아들(지체장애 3급)은 올해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했다.

김 씨는 “수학, 과학에 관심도 많고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과학영재 프로그램에 고등학생 1학년 때 선발 돼 자기 진로를 찾게 됐다”면서 수능을 치르고 있는 아들이 잘 해 낼 거라는 믿음을 나타냈다.

시험장에 장애수험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수능시험 후에도 산 너머 산’=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김 씨는 “ 대학 입시제도나 정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었는데 장애학생에 대한 입시제도 정보가 전혀 없었다. 보통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특별전형으로 가야하는데 정보가 없다보니 준비를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보통의 수험생들이라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입시전형에 맞춰 대입을 준비하는 반면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두 배로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

“교육청도 모르고 일반학교에 배정된 특수교사도 모르세요. 대학에 문의를 해도 과별로 특별전형이 있고 없고 하기 때문에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전화로 문의하고 발로 뛰어야 했어요. 결국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몫 인거죠. 교육청이나 특수교육지원부서나 파일로 특별전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또한 가고 싶은 학과에 장애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이 없거나 뽑는다 해도 인원이 아주 적다보니 경쟁이 너무 치열한 현실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부를하기도 전에 기운이 빠지게 하는 것 같아요. 입시를 준비하다보니 대학별로 몇몇 안 되는 과가 오픈돼 있는데 아주 극소수로 학생을 뽑고, 지원도 형편없어요. 일부 대학에서는 장애학생은 의대를 지원할 수 없어요. 정말 장애학생을 인재를 만들어서 키우려고 한다면 이래선 안 되는데 대학들의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자녀가 수능에서 막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좁은 경쟁률을 뚫어서 대학에 입학한다고 해도 취업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박 씨는 “아이가 졸업을 하면 임용시험을 치고, 비장애인들과 경쟁해서 채용이 돼야 하는데 같은 교사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을 뽑을 거라는 우려가 된다”면서 “장애교사를 채용하게 되면 불편한 것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더 많은 부분을 지원해 줄 수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 또한 “기업체나 공직이나 학교나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의식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동조한 뒤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직접 입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 같은 문제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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