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은 일반학급의 시간표, 우측은 특수지원실의 시간표다. 이규호(가명·16세)학생은 일주일에 약 6시간동안 특수지원실로 이동해 국어·수학 수업을 받고 있다. ⓒ에이블뉴스

“내가 우리 아이를 국어·수학을 본 교과서로 배우게 하려고 두 달이나 학교와 교육청에 요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고스란히 우리 아이만 피해를 봤죠.”

경기도에 살고 있는 이진우(가명·52세)씨는 아들 규호(가명, 16세, 지체장애1급)를 비장애 학생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두 달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현재 A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규호는 국어·수학 수업 시간에는 특수지원실(특수학급, 이하 지원실)로 이동해 본 교과서로, 이외 과목은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동안 특수교사가 임의로 만든 프린트로 수업했습니다. 지적장애 학생들에 맞춰진, 시험에 전혀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수업을 하는데 아이의 성적이 어땠겠어요?”

규호는 1·2학년 때까지 국어와 수학, 영어, 사회 4과목은 지원실 수업을 받았다. 지원실에서는 특수교사가 지적장애 학생의 수준에 맞춘 프린트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규호의 성적은 당연히 하위권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지난 3월 개학과 동시에 학교를 방문해 지원실 담임(이하 특수교사)에게 국어·수학 수업을 본 교과서로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이유는 특수지원실에는 규호를 뺀 다른 학생들이 모두 지적장애 학생이기 때문에 규호만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것.

이 씨는 특수교사의 말을 인정할 수가 없어 A중학교 교감과 특수교육부장을 만나 본 교과서로 가르쳐 줄 것을 재차 요구했고, ‘알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약속을 믿고 있었지만 규호에게 물어보니 달라진 게 없었다. 3월 중순 분한 마음에 해당 교육청으로 향했다. 담당 장학사를 만나 사정을 얘기했다. 장학사는 ‘학교에 방문하기는 어려우나 대신 전화로 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교육청의 장학사를 만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높은 사람을 만나 우리아이는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니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할 수 있다고, 본 교과서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일일이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달 중순 다시 해당 교육청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장학사가 아닌 교수학습지원과장을 만나 간곡히 부탁했다. 학습지원과장 역시 ‘알겠으니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때 그 과장도 규호가 본 교과서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어머니 김 씨가 지원실의 수학시간에 들어가 보니 규호는 1·2학년의 수학을 배우고 있었다.

“그때 제가 왜 아이가 3학년 수학이 아닌 1·2학년 수준의 문제를 배우고 있냐고 묻자 특수교사는 아이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가리키기 위해 가르치는 것이며, 3학년 수학은 오늘부터 가르치려고 했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 씨는 지난달 25일 또 다시 해당 교육청을 찾았다. 교수학습지원과장을 만나려고 했지만 연수 관계로 만날 수 없었다. 다음날 오전 교수학습지원과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오늘 장학사와 함께 학교에 방문 할 것이며, 오늘은 꼭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길 들었다.

규호는 지난달 27일부터 본 교과서로 국어와 수학을 배우기 시작했고, 2일부터 4일까지 중간고사도 봤다. 이 씨는 이미 50페이지 이상 나간 수업진도를 따라 잡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규호가 걱정할까봐 시험을 잘 봤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대견스럽다고.

이 씨는 올해에는 노력 여하에 따라 성적이 나오겠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아이가 본 교과서로 수업을 받고는 있지만, 앞으로 규호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될까 겁이 납니다. 우리 아이가 더 이상 장애로 인해 차별 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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