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합격한 장애학생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국내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라는 높은 벽을 올랐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장애수험생들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이 온전치 않은 현실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여기 서울대에서 탈락한 장애학생들이 있다. 그들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 합격생이 아니라 서울대 불합격생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그리고 서울대측은 과연 이들의 항변에 대해 어떻게 답변을 하고 있을까?

서울대에 탈락한 장애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

서울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자격을 얻지 못해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재심사에서도 자격을 얻지 못한 지체장애3급의 A씨는 “장애등급 1~3급 중에서 다시 전형자격을 가리는 기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장애가 경증이어서 별다른 지원이 필요치 않는 장애인은 탈락시킨다고 하지만 서울대에 지원한 친구 중에 나보다 장애가 경한 친구는 자격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대한 당당하고 씩씩하게 임했던 것이 저의 병명과 저의 장애1급 상황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자신의 탈락 배경을 추측하고 있는 B씨. B씨는 학교 측이 근이영양증으로 인한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이영양증은 진행성 병이다. 저는 그 진행과정이 약간 더딜 뿐 정말로 하체를 못 쓴다. 홀로 일어나지를 못한다. 계단도 못 올라간다. 상체는 아직은 나름 쓸 수 있다. 대학 측이 합격여부를 재고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또한 수학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내리신 이유도 알고 싶다."

서울대는 1~3급 장애인 중에서도 별도의 지원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학 인문계열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호흡기장애인 C씨는 "서울대학교만 보고 공부해왔는데, 입학사정관이 판단하기에 수학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말에 더 이상은 모른다고 사무적으로, 기계적으로 대답하시는 모습에 너무나 속상하고 지금까지 해온 고생들이 모두 헛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C씨는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명분하에 수학능력의 여부라는 주관적 기준을 가지고 합격, 불합격을 판단하는 것은 장애라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저 뿐 아니라 서울대학교를 지원하고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저처럼 어처구니없고 이해할 수 없게 불합격되어 속상해 하고 억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전형기준에 의문을 품고 있는 D씨는 "수능에서 언어 1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3등급, 사회탐구 1등급의 점수를 받은 나는 떨어졌는데, 언어 4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 사회탐구 1등급으로 합격한 학생이 있다"면서 "내가 불합격되고, 그 학생이 합격된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씨는 “서울대가 1차에서는 장애가 경해 지원이 필요 없다고 떨어뜨리고, 2차에서 수학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애가 중증이어서 지원을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편지 띄웠지만 속 시원한 답변 못 받아

이들 4명의 장애학생들은 서울대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의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서울대총장 앞으로 편지를 띄웠고, 서울대학교 총장실은 "보내주신 메일은 잘 전달됐으나, 입학 고유의 업무에 관해서는 총장님께서도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없으니 입학관리본부에 재차 문의를 해 보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어 입학관리본부측에도 편지를 띄웠는데, 입학관리본부측은 "우리 대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 중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자에 한하여 지원자격을 부여한다. 장애등급으로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타대학의 장애인 특별전형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고 답변을 전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서 지원자의 학업능력에 대한 판단은 어느 한 가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 추천서, 수학능력시험, 면접, 그 외 학업능력 증빙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자의 학업능력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한 요소로만 지원자의 학업능력을 판단하지는 않으므로 수능 성적이 타지원자에 비해 우수하다고 해 합격이 보장되는 전형은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여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총 18명 이내를 뽑는다고 발표한 이번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는 총 14명이 응시했고, 이중 6명만이 최종 합격했다. 장애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학생이 4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 1명, 청각장애 1명이었다. 인문대학이 2명, 사회과학대학, 공과대학, 미술대학, 음악대학에서 1명씩 합격했다.

입학관리본부측 “서울대는 오히려 중증 뽑아”

서울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모습. ⓒ박종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년 탈락생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특별전형기준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기가 됐었지만 우리의 설명을 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1~3급 장애인 중에서 서울대병원에 의뢰해 자격심사를 하는데, 특별한 지원이 필요 없는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대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특별전형의 취지에 맞게 중증의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능력과 관련해서는 “특별전형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일반전형 지원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성적은 부족하더라도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엿보이고, 앞으로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합격한 학생의 장애등급은 지체장애1급, 지체장애2급, 지체장애1급. 청각장애2급, 지체장애2급, 시각장애1급으로 최종에서 중증장애학생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탈락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탈락 이유를 말해줄 경우, 그 학생들이 큰 상처를 받을 것이고 또 탈락 이유와 관련해 금방 소문이 나게 돼서 가능성은 있는 학생들이 미리 겁을 먹고 지원을 포기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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