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초로스아미고스 병원에서 진행되는 작업치료 전동휠체어 축구. ⓒ란초로스아미고스병원

한국의 ‘스티븐 호킹’ 서울대 이상묵 교수의 성공적인 강단 복귀 소식은 언론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성공적인 재활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재활병원 시스템과 첨단공학을 지원하는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는 한국의 대중들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묵 교수의 강단 복귀를 가능하게 했던 란초로스아미고스 재활병원의 철학적 배경이나 인간중심 치료접근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4월 장애인의 날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됐던 ‘장애인인가? 슈퍼맨인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미국의 란초로스아미고스(Rancho Los Amigos National Rehabilitation Center)를 찾았다.

란초병원은 한국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웅장하거나 병원안에 호화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다우니시에서 운영하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도립병원 수준의 규모가 작은 재활병원이었다.

이 병원은 처음 설립될 당시 가난한 이주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종의 직업 재활을 통해 정신적 치료를 도왔던 자립생활지원 생활터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상의용사를 비롯한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된 환자들을 돕기 시작했는데 훗날 재활병원으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렇게 규모가 작고 큰 자본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란초병원이 세계적 수준의 재활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환자 중심(Client-Centered)의 작업치료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작업치료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개인의 인체적, 환경적, 사회적 문제점을 분석한 뒤에 환자 개인이 원하는 장애 이후의 삶을 최대한 돕기 위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재활과 관련된 의료적, 교육적 훈련 및 사회적 복귀를 돕는 대표적인 재활치료의 하나이다.

모든 장애 이후의 회복 및 재활치료 과정을 전적으로 의료진에게 의존한 채 병리적, 임상적 기능 향상에 의존하는 한국의 모습과는 상반되게, 환자 개인의 원하는 자립생활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하도록 환자에게 의미 있고 생산적인 활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의료진들은 사회로의 복귀와 관련된 치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의료적, 교육적 재활치료를 제공한다.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혜택을 받고 일상생활을 생산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자 재활의 의지를 더욱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극인 제이 크레머. 산악등반 중 추락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된 그는 못다핀 연기자의 꿈을 장애 이후에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했다. ⓒ란초로스아미고스병원

"나를 살린 것은 줄기세포가 아닌 첨단 공학과 작업치료였다"라고 말한 이상묵 교수의 말을 듣고 한국 의료계에서는 커다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묵 교수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장애를 가진 그 순간부터 그 장애를 어떻게 회복하고 돌이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전에 장애가 만들어 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적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하고 개인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앞서야 된다는 클라이언트 중심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의 자립, 그리고 장애와 관련된 정책 및 법률, 사회전반적인 시스템의 구성에 있어서 그 목소리를 내야할 주체가 장애인당사자가 돼야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주장의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잘 파악하지 못한 채로 장애인의 지원 및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들을 탁상 행정식으로 결정짓고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해야 할 작업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부분이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가로막고 있는지? 끊임없는 물음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참여는 인간을 배려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간 중심의 철학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세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 작업치료학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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