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원장 이성재)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사용 인식 개선 및 보조기기센터 저변 확대를 위해 ‘2016 전국 보조기기 수기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보조기기센터에서 14편 접수했고 심사를 거쳐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등 총 5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장애 어르신 삶에 나타난 기적’ 이다.

우수상 ‘장애 어르신 삶에 나타난 기적’

김혜원 (경기도 보조기기센터)

이글은 경기도 보조기기센터에서 상담평가 및 기기적용, 외부지원사업을 통해 보행 보조기기, 지팡이, 목욕의자, 미끄럼방지매트를 지원받은 곽영숙(78세·여·지체 3급)님의 사례입니다.

경기도 포천 어느 시골지역의 가정방문 간호사 선생님께서 센터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노인분께서 홀로 살고 계신데, 최근 인공슬관절 수술 이후 점점 더 걷기가 어려워져 자꾸 넘어지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르신은 노환으로 인한 청각손상이 동반되어 있어, 어르신과는 직접 연락을 하지 못하였고, 간호사 선생님과 전화로 초기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어르신은 지체장애 3급으로 등록이 되어 있었고, 기초생활수급권자이셨습니다.

어르신 댁에 직접 방문하여, 가장 적합한 기기에 대해 안내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일주일 뒤, 전문상담을 하고자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본래 어르신은 장애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으나 예순이 넘은 아들은 시설에서 살고, 어르신은 혼자 외로이 살고 계셨습니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 낙후된 주택가를 지나다 보니 낡은 빌라한채가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방문하는 것이 오랜만이었는지, 어르신은 매우 좋아하고 반기셨습니다. 어르신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각종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작은 거실과 화장실이 있는 10평 남짓한 빌라에서 힘겹게 살고 계셨습니다.

기립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가구나 의자 등을 붙잡고 일어나셨고, 일어나면 그제서야 3~4걸음 발끝떼기가 가능했습니다.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 바닥에 담요가 없이는 침대 바로 앞에 있는 씽크대 사용도 못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팔 들어올리기 등의 대근육 움직임은 가능하였지만 물건을 잡거나 쥐는 등의 소근육 움직임과 협응(coordination)은 어려우신 상태였습니다.

거실겸 방(사진 왼쪽)과 화장실(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청각손상이 있긴 했지만, 큰 소리와 구화(입모양으로 대화) 등을 통해 어르신과 대화를 시도하였고,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시는지, 자세유지와 이동 등은 현재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주변에 돌봐줄 보호자 및 기기 사용환경은 어떤지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르신은 각종 만성질환 외에 류마티스 관절염도 동반되있는 상태였고, 주변에 돌봐줄 보호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장애를 동반한 독거 여성 노인은 모든 측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최하위 취약계층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이며 지체 3급으로 장애 등록이 되어 있어서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에 해당되는 기기들 위주로 중재 및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상담 시, 가장 시급하고 욕구가 높았던 부분은 보행 보조기기였습니다.

어르신은 실내외 모두 지팡이를 사용하고 계셨지만 지팡이 지지만으로는 매우 불안하고 낙상의 위험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지팡이 보다는 양팔 조작형 보행용 보조기기(실버카)가 적합하다 판단하였고, 왼손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 양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투핸드 브레이크형 실버카 보다는 원핸드 브레이크형 실버카가 보다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사용중인 지팡이도 매우 낡아 교체가 필요했습니다.

그다음 상담평가를 통해 확인된 욕구는 목욕 영역이었습니다. 어르신은 현재 변기에 앉아 목욕을 수행하고 계셨으나 미끄럽고, 위생적이지 않았고 다시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나기가 어려워 낙상의 위험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으며, 접을 수 있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장애인용 목욕의자가 적합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바닥이 미끄럽고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 더운여름에도 두꺼운 담요를 깔고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실제로도 방에서 낙상이 잦아 온몸이 멍투성이 였습니다.

집이 큰 거실 하나와 작은 욕실 하나로 구성되어있는 데 거실에 있는 침대에서 씽크대까지 네걸음만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어르신께는 멀기만 하였습니다.

보호자 없이 식사와 목욕 등을 위해 실내 이동을 해야하는 어르신께 미끄럽고 낡은 담요보다는 미끄럼 방지 매트가 더욱 필요하다 판단하였습니다. 어르신의 장애 상태와 욕구를 꼼꼼히 확인 한 뒤,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욕구와 중재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시계방향)원핸드 브레이크 실버카, 접이식 지팡이, 목욕의자, 미끄럼 방지매트. ⓒ국립재활원

먼저 보행 보조기기(실버카)의 경우,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을 통해 지원 받으실수 있도록 신청방법 및 서류 등을 가정방문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목욕의자도 교부사업 품목이지만, 매년 한가지 품목만 지원받을 수 있음을 언급하고, 목욕의자와 미끄럼 방지매트는 센터에서 자체 기기 대기등록을 진행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상담을 종료하고 3개월 뒤, 목욕의자 대여순서가 되어 연락을 드릴 무렵, 센터와 아름다운재단에서 수행하는‘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기 지원사업’이라는 외부지원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정방문 간호사 선생님께 다시 연락을 드렸고,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통해 어르신께 가장 필요한 기기를 영역별로 다양하게 지원(1인당 4개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자세히 안내하였습니다.

통화 도중에, 선생님께서 안그래도 해당지자체에 예산이 소진되어 교부사업이 중단되어 있어 보행 보조기기를 신청했음에도 지원 보류중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가정방문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어르신께 동의를 구하고 저희쪽에 지원 신청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기 지원사업은 매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지원사업으로, 현장평가만 300명, 최종지원은 2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5년째 노인과 보조기기에 관한 유의미한 기준점을 정립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다시한번 어르신 댁에 방문하여 가정환경과 장애상태,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금 보행 보조기기, 지팡이, 목욕의자, 미끄럼방지매트 등의 필요성과 적합성을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종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셨고, 어르신께 필요하신 기기를 모두 지원하고 사용방법을 안내해드렸습니다.

기기를 지원하던 날 어르신은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고, 고맙다는 말씀과 감탄사를 연발하셨습니다. 얼마나 기뻐하시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어르신. ⓒ국립재활원

실버카를 펴고 접는거, 브레이크를 조작한뒤 시트에 앉는 방법, 목욕의자 보관방법 및 사용방법 등 지원한 기기들에 대한 사용 설명과 AS발생 시 조치사항 등을 자세히 안내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센터연락처와 업체연락처가 적힌 커다란 스티커도 어르신이 보기 좋은 위치에 붙인 뒤, 건강하시라고 인사드리고 조용히 문밖을 나섰습니다. 노인낙상 사업을 몇 년째 센터에서 수행하고, 현장평가 및 기기지원을 하며 항상 느끼는게 많습니다.

이 분야의 일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고, 비록 댓가는 적을수 있으나 다시금 돌아오는 보람은 너무도 크다는 것을 매일매일 느끼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분야, 노인간호분야 등의 연구자료들을 잘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독거 여성 노인임을 알 수 있을 것 입니다.

게다가 장애까지 동반된 어르신들은 무척이나 열악합니다. 경제적인 면이든, 신체적인 면이든, 환경적인 면이든 모든 측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조기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해결하고, 제도적인 부분도 함께 개선을 하며, 무엇보다도 사회적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 노인계층은 고립된 생활로 인해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권리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다시한번,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함을 느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 공식 홈페이지 참고 : http://www.kna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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