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원장 이성재)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사용 인식 개선 및 보조기기센터 저변 확대를 위해 ‘2016 전국 보조기기 수기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보조기기센터에서 14편 접수했고 심사를 거쳐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등 총 5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두 번째는 최우수상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생겼어요!’ 이다.

최우수상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생겼어요!’

김동환(경기도 보조기기센터)

이글은 경기도 보조기기센터에서 대여 서비스 등 지원을 했던 이나영(가명, 18세, 여, 중복장애 1급) 님의 사례입니다.

2015년 센터로 접수된 한 장의 자문신청서….

그렇게 센터와 그녀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담당자로 배정을 받고 장애상태 및 기기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하였습니다.

상냥한 말투의 보호자분과 통화를 하였고, 그녀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복장애를 가진 그녀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수영장에서 낙상하여 척수손상으로 지체장애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C1손상으로 목의 움직임도 어려운 상태로 안면의 움직임만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침대에 누워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보호자의 지원을 받고 있어, 꽃다운 나이인 17세의 소녀가 겪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전화로만 기기를 설명하고 서류를 작성하여 시청으로 회신을 하였습니다. 조만간 퇴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퇴원 후 방문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던 아름다운재단-맞춤보조기기지원사업의 신청서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우리는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정방문을 했을 때 그녀는 방안의 침대에 누워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할머니, 여동생들의 간호와 돌봄에 그녀는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발성의 어려움이 있어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을 통해 보호자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에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최초만남 때 모습(사진 왼쪽)과 기립훈련기 지원 및 적용모습(사진 오른쪽). ⓒ국립재활원

현장평가 후 최종지원대상자로 선정이 되고 후방 기립훈련기를 지원하였는데, 처음엔 겁먹은 표정이던 그녀가 적용 후에는‘ 생각보다 덜 무섭다’는 말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병원에서 하던 기립훈련도 집에서 할 수 있게 되어 신체변형(관절구축)과 같은 2차 장애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켜줄 수 있게 되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기기지원이 끝나고 만족도 조사 등의 이유로 종종 보호자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던 과정에서 새로운 기기에 대한 문의를 해주셨습니다. 순회학급을 통해 가정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스스로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사용한다면 수업에도 도움이 되고 여가시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안구마우스’에 대한 문의를 주셨지만 그녀의 신체기능과 기기 등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 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에 대해 안내를 드리고 적용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얼마 뒤, 순회학급 선생님이 계시는 시간에 맞추어 기기를 가지고 방문을 하였습니다. 센터에 보유된 기기 중 ‘인테그라마우스’와 거치대를 가지고 방문을 하였으며 노트북은 거치대, 마우스는 침대프레임에 거치하였습니다.

컴퓨터 보조기기 적용 모습. ⓒ국립재활원

익숙하지 않은 기기에 처음에는 움직임과 클릭 등이 원활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적응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보호자와 순회학급 선생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다만 클릭의 경우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드웰(Dwell Click)클릭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활용하였습니다. 5~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혼자서 무엇인가를 실행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저는 보호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컴퓨터에서 노래가 나왔는데, 그녀가 혼자서 네이버 주니어에 접속하여 노래를 실행시키고 있었습니다. 순간 우리는 모두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듯 컴퓨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문제는 이 기기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습니다. 소비자가격이 약 400만원인 이 기기를 구입하거나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지원제도로도 자부담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올해 있을 정보통신보조기기지원사업에 신청을 하거나 센터의 민간자원 발굴을 통한 지원 사업을 이용하자는 결론을 내린 채 우리는 다시 헤어져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정보통신보조기기지원사업의 신청기간이 되어 보호자에게 문자로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연락을 드려 확인하였지만 보호자분이 다른 일들로 인해 신청을 하지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기회가 사라지고 낙심하고 있을 때 센터에서 새로운 민간자원을 발굴을 통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게 되었고, 그동안 나이 때문에 신청하지 못했던 그녀가 대상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바로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청하실 것을 알려드렸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원 금액의 제한으로‘ 인테그라마우스’는 어렵지만 입으로 조작하고, 입술의 터치로 클릭이 가능한‘ 립스틱마우스’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와상상태에서 컴퓨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적용하였던 거치대는 센터에서 대여를 하였습니다.

업체와 함께 방문하여 보호자에게 기기 및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적용을 하였습니다. 오랜만의 적용이라 처음엔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전처럼 금방 익숙해져 혼자서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클릭도 소프트웨어 없이 입술의 터치로 가능하여 호흡의 어려움이 있던 그녀에겐 더욱 적합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이제 네이버 주니어를 실행시킬 것이란 걸 알았고, 역시나 음악은 곧 흘러나왔습니다. 주변에 있던 우리는 이제 익숙한 듯 씩~미소를 지었습니다.

컴퓨터 보조기기 지원 모습. ⓒ국립재활원

마우스와 함께 OTG젠더를 함께 지원하여 식사를 하거나 침대가 아닌 곳에서는 태블릿PC에 연결하여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에 학습, 여가생활, 정보검색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선생님도 너무나 만족해하고 좋아하셨습니다.

처음 만났던 그녀는 병원용 침대에 누워 보호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컴퓨터 및 태블릿PC를 조작하여 보고 싶은 것도 볼 수 있으며, 듣고 싶은 노래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완전한 독립생활을 이루지 못했고, 쉽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녀에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변화를 위한 작은 물결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상자분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었고, 그것으로 인해 그분의 생활이 조금이나마 달라진다면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모든 보조기기센터 선생님들도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욱더 이러한 기회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기와 지원 금액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꼭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 공식 홈페이지 참고 : http://www.kna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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