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휴대용 통역기 등을 통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 아직 미래를 다룬 영화 속의 한 장면이라고만 생각하는가?

신한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2011 장애청년드림팀' 프로젝트 중 '스마트 워크 & 라이프'(Smart Work & Life with Handicapped)라는 주제로 미국 연수를 진행한 OBUS팀은 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미국 농무부) TARGET center(www.dm.usda.gov/oo/target/index.html)와 UWCTDS(University of Washington Center for Technology and Disability Studies; 워싱턴 대학교 기술과 장애 연구 센터, uwctds.washington.edu)의 방문에서 이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 속의 한 장면임을 확인했다.

더구나 이것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이거나 시각 장애인에게도 가능하며, 특별한 장치가 아닌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청각 장애인을 위해 음성이 문자로 변환되는 프로그램(app.; application)은 종류가 꽤나 다양한데,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DRAGON 시리즈(www.nuancemobilelife.com)이며, 아이폰 등에서 사용되는 Dragon Go!의 경우 무료로 다운로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음성이 변환되거나 직접 입력된 문자는 곧 역시 다양한 번역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른 언어로 변환되며, 역시 음성으로도 출력되게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울 수 있는 것은, 시각 장애인 역시 버튼이 아닌 매끈한 표면의 터치 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으로 똑같은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목소리로 타이핑과 명령이 됨은 물론, 화면을 읽어주고, 사용자의 터치에 대해서도 음성으로 반응한다.

전맹 장애인이자 60대인 WATAP의 책임자(DSB ILOB Director & WATAP Technical Assistance Coordinator) 중 한 명인 Debbie Cook 역시 아이폰의 사용자였으며 능숙한 아이폰의 사용을 직접 보여주었다.

이를 위해 얼마나 연습했냐고 질문에, “계속 연습(practice)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글세, 처음 사용할 때 한 30분 정도한 거 같아요.”라는 대답에 미루어, 시각 장애인이 첨단 터치 스크린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Debbie는 과거의 타자기와 테이프를 사용한 녹음기만을 사용할 수 있을 때보다 일을 훨씬 잘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다양한 정보의 접근에 훨씬 용이해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통장의 잔고 등을 알기 어려웠고, 같은 깡통인 고양이 밥과 참치를 구분하기 힘들었다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바코드나 글자를 인식하여 문자로 변환한 후 소리로 알려줄 수 있다.)

UWCTDS를 방문한 OBUS팀. 왼쪽에서 두 번째가 Debbie Cook, 세 번째가 CTDS의 Director인 Kurt Johnson 박사. ⓒ정영석

그런데, 혹시 이 기사를 읽고 당장 터치스크린 방식의 최신 스마트폰을 준비하려는 시각 장애인이 있다면 잠시 조금 더 알아보고 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기에.

위의 특정 어플리케이션에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문제 이외에도, 기본적인 기능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로 확인된 것이 별로 없다.

지금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졌었으며 세계의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왔던 블랙베리의 경우, 한글로도 다음과 같은 TTY 기능 안내를 하고 있다.(docs.blackberry.com/en/smartphone_users/deliverables/9674/About_TTY_support_26288_11.jsp)

항상 세계와 경쟁함을 내세우는 우리 나라 대기업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접근성에 대해서 찾아보면, 거의 나오는 것이 없다.

기술이 특별히 떨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미국과 대한민국에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적으로 미국 정부의 자세와 태도 역시 중요한 게 작용된다.

미국은 ‘Section 508(www.access-board.gov/508.htm)’라는 이름으로 정보 통신 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또 지침(guideline)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조달청(GSA; General Services Agency)은 이러한 규격(requirement)을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구매 및 보급품에서 제외함으로서 기업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스마트함’ 혹은 ‘스마트하지 못함’에 대해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의 접근성에 대한 어느 전문 블로거의 글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예전처럼 전화기가 단순하게 음성통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과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하는 시대에서 정상인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여 이런 내용을 기사화했다가 제조사의 광고라도 놓치게 될까봐 알면서도 쉬쉬하는 언론도 이러한 접근성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가 어렵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에서의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무관심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차별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기술과 사회는 언젠가는 정상인 조차 상업적 수단에서 제외되는 순간 차별 받게 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http://keon.egloos.com/5356637)

*이글은 ‘2011장애청년드림팀’ OBUS팀 정영석 님이 보내왔습니다. 정영석 님은 현재 연대학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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