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인식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 ⓒ정봉근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 가는 과도기에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 차별이 야기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저 미래 사회는 점점 더 편리해져만 가고 장애인들이 보다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생겨날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발전해 가는 과도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 차별이 생겨나고 장애인들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정보의 바다에서 새로운 장애인 차별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스마트폰 시장에서 찾아본다.

국내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 과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시각장애인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대중들에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스마트폰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촉각으로 인식이 가능했던 키패드며 통화 버튼도 사라진 채 매끈한 화면 하나만 갖춘 새로운 형태의 터치 스크린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을 강타했다. 시장성을 따질 수 밖에 없는 기업의 생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존의 키패드 형식의 휴대폰은 점점 개발 품목에서 멀어져만 가고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시각 장애인용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하고 있어서 화면 밝기 색상대조, 확대 기능을 휴대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봉근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이런 스마트폰의 인기에 눈을 돌리고 있을 때 미국 대기업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운영 체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터치폰인 애플사의 아이폰에 담긴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살펴보면 아이폰 구입에 관심을 가져볼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국내에서 출시된 아이폰 3GS는 자동 음성 컨트롤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에 애플사의 아이팟에서도 한동안 사용되었던 텍스트 음성 전환 및 음성 인식 파일 선택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한국어를 포함한 21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그밖에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확대 기술 및 화면의 항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 화면 배경을 흑백으로 바꾸어 주는 설정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물론 정확한 한글 음성 인식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음성을 기계 인식 음성에 적응시켜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아이폰의 경우에는 별도로 단어를 사용자의 음성으로 저장할 수 있는 설정기능이 제공되고 있어서 장애인이 자신에게 맞는 별로의 사용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의 경우 사용자가 별도로 음성 콘트롤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계 음성을 각각 사용자의 음성으로 대체 입력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컴퓨터 사용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에는 굉장히 접근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구글이 개발해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시각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아이즈 프리 기능을 시연. ⓒ정봉근

그런데 또 하나의 희소식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구글사의 넥서스폰은 시각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새로운 터치폰 기술을 더욱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 아직 국내 출시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시스템은 아이즈 프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리는 비시각 의사소통기술을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한다. 터치폰에서 소리를 통해서 다이얼 패드의 위치를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사용자가 처음 터치폰의 액정 화면 중 중간위치로 선택한 지점을 다이얼 패드의 5로 인식한 후 위아래 좌우 일정한 간격을 자동 다이얼 패드 3과 6 등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화면 음성 입-출력에 있어서도 기존의 아이폰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미국 시각장애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제품의 사용기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동영상]유튜브에서 구글사 넥서스폰 살펴보기

시각 장애인용 터치 패드에서 점자를 진동으로 느낄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 ⓒ정봉근

휴대폰 생산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도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한 스마트 폰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나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서 사용 가능한 장애인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선두가 되어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마트 커뮤니티 환경을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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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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