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꿀 때가 됐다. 10년이 넘은 차는 작동이 제대로 되는 것보다 않되는 것이 더 많다. 하나 하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 않고쳐도 되는 부분들은 내버려 두었더니 이제는 비정상을 알리는 계기판의 불량 신호들이 밤 하늘의 별빛 만큼이나 화려하다.

지금까지의 고장은 치장이나 약간의 불편만 초래해 견딜 수 있었지만 최근에 부서진 에어컨은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게 만들었다.

한 시간이나 넘는 시간을 들여 장애인용 자동차 딜러를 찾았다. 웬만하면 차 한 대끌고 오자고 큰 맘먹고 달려 갔는데 이게 웬걸, 장애인용 차는 사는 절차가 까다롭다고 한다. 물론 현찰을 주고 구입하면 당장 끌어올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 돈으로 7천만원을 호가하는 차를 융자없이 구입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우리 아들과 똑 같은 이름을 쓰는 판매 담당자는 융자를 받아야 한다며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막상 차를 구입하려는 데 예정했던 재정이 문제를 일으켜 구입하기가 힘든 상황으로 변해 버렸다.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미니밴을 그렇게 지붕을 낮게 만들어 바닥을 깎는데만도 천만원이 넘게 만들어 버렸을까. 이것 저것 합하면 3천만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다. 비장애인이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을 장애인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사야 한다는 것이 은근히 부화를 치밀게 만들었다.

노령화 시대에 맞추어 아예 휠체어가 들어가는 차를 공장에서 제작해 출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몇년이 지났는데도 꿩궈먹은 소식이다.

꼭 그렇게 비싼 차를 구입해야만 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한 적이 어디 한 두번인가.

싼 새차, 간편한 접근, 힘들지 않는 승차, 몇 시간을 뒤져도 신통한 것이 없다.

질김의 대명사인 내가 포기할 수가 없다. 밤 늦게 까지 뒤져 마침내 찾아낸 샛별 같은 정보, ‘스마트 체어’다. 이 제품은 아주 가벼운 전동 휠체어로 간단하게 접어 승용차에 넣고 다니다 목적지에 도달해서는 꺼내서 펼쳐 타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고 밤늦게 까지 뒤진 보람이 있었다. 비록 차체가 낮아지고 단추만 누르면 램프가 펼쳐져 나오는 고가의 미니밴만은 못하겠지만 스마트 체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특징들을 보면 충분히 많은 장애인들의 호감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선 무게다. 전동휠체어의 무게로는 사람들이 고개를 내두를 23kg이다. 어떻게 전동 휠체어가 그 무게 밖에 나가지 않을까. 티타눔 제작이기 때문에 가능해 졌다.

다음은 편리성이다. 휠체어를 접는 것이 과장되게 말하자면 접이식 의자 펴고 접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차에 가서 좌석에 앉은 후 접어서 트렁크에 넣으면 된다. 접는 데 분 단위 까지도 가지 않는 다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다.

견고성도 뛰어나다. 워낙 강인하게 만들어서 부서질 우려가 많지 않다.

회사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것은 가격이다. 내가 사용하는 휠체어는 1만7000달러 정도다. 비록 내가 가지고 있는 휠체어처럼 키를 키우거나 눕는 기능들은 없는 단순한 전동 휠체어지만 1700달러는 싸도 너무 싸다. 수동휠체어 1대 가격이다.

이미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승용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시에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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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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