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노동을 통한 소득보전이 아닌 조건 없이 기본 생계비를 보장하는 '기본소득(Basic Income) 체제'가 장애인의 소득보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회당 기본소득위원회와 사람연대가 공동주최해 지난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강대에서 열린 '기본소득 국제 학술대회'에서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기존의 기여를 통한 일정한 기준과 심사를 통한 공공부조 방식의 한계를 넘는 '기본소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술대회에서 정의하는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 노동여부, 노동의사와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것으로 교육·의료·주거·보육·노후 등의 기본복지와 함께 하는 것이다.

선별·통제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주최측은 기본소득이 잔여적 복지의 기능을 해왔던 기존 현금지급형 복지와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대립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현금지급형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예로 든 주최측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 급여는 개인의 소득을 뺀 보충급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엄격한 자산 및 소득심사가 존재하고 재산과 소득으로 간주하는 범위 또한 매우 넓다"며 "이는 수급자의 생활을 통제하는 효과로 작용하고 재산축척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빈곤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가로 막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금급여는 시혜가 아닌 대상자의 권리임에도 심사과정에서 대상자는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증명해야 하고 이는 대상자의 다른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사람에게 개인별로 맞는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러한 선별적 복지는 엄청난 비용과 인권침해를 발생시키는 동시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통제와 비용, 인권침해를 동반하는 선별적 복지에 비해 어떠한 기준과 심사도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개별 사회구성원들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정치·도덕적으로도 우위에 선다는 것이 주최측의 주장이다.

지난달 29일 서강대에서 열린 '기본소득 국제 학술대회'에서 일본 도시샤대 교수이자 기본소득일본네트워크 코디네이터인 야마모리 토오루 씨가 '기본소득과 일본의 장애인운동'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사각지대 없는 장애인소득보장체계 논의해야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강대 다산관 301호에서 '기본소득과 장애인'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현재 장애인소득보장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장애인은 기존의 노동·복지 패러다임 속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회집단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이 기본소득 운동의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장애인연금 논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기초장애연금법안'이 가지는 문제점들 중 비현실적인 연금액(최고 15만원)과 장애수당 폐지로 인해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 지자체에 부담을 지우는 재원마련 방식 등을 지적하며 "정부안은 무기여 연금의 최소한의 특징이 되어야 할 보편성의 확대, 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가운데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대표는 장애인연금을 비롯한 장애인등록제도에 기반한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 대표는 "진단오류가 무수히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독립적인 한 개인을 등급으로 나누는 현재의 장애인등록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장애인 등록제는 정부가 장애인들의 필요를 파악하기 보다는 관리가 편하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려 하고 제한·획일적인 정책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등록제에 기초한 제도가 가지는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 대표는 장애인연금도 기본소득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본소득은 모든 장애인을 실질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곧 장애인을 포함해 노동을 통해 분배받는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에게는 기본소득과 기본복지와 같은 보편적인 복지만이 대안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배정학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활동가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운동이 단순히 소득보장이라는 의제로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배정학 활동가는 "대표적인 장애인운동인 장애인자립생활 운동의 경우 현금급여방식의 기본소득제도만으로 자립생활운동이 장기적으로 영위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자립생활은 수당이나 연금방식 외에 활동보조·주거서비스와 같은 사회복지서비스의 관리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이들 서비스의 관리비용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기본소득제가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복지서비스 확대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상당한 정책적·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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