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이 지난달 2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초장애연금법안에 대해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7월 23일 입법예고하고 대국민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이 연금 대상자를 중증장애인에만 한정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기초장애연금법은 대상자를 ‘18세 이상의 중중장애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과 재산 이하를 가진 자’로 한정, 경증장애인은 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 ‘중증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의 장애등급(1~6급) 중 1, 2급 그리고 3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유형을 가진 자’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기초장애연금은 장애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중중장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소득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1~2급 중증장애인은 소득활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월 평균 개인소득이 65세 이상 노인에 비해서도 낮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간 위화감 조성” 장애인계 반발=하지만 장애인계는 경증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는 연금 수급대상 제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4개 장애인단체로 이뤄진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은 7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해 “2006년 국민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증장애인의 빈곤율은 중증장애인과 비교해 10%의 차이만을 보이고 있다”며 “장애인은 취업 등 소득활동이 용이하지 않은 환경에서 경증장애인을 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며 또 다른 소득 사각지대 계층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러한 현실을 언급하며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장애인의 취업률과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직업재활현실을 무시한 채 경증장애인들을 빈곤의 사지로 내모는 비인도적이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복지부의 기초장애연금법안을 비판했다.

한국농아인협회도 4일 성명을 내고 “경증장애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것이며 장애인간 계층을 분리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대상자를 보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여성장애인연대, 해피해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5일자 성명에서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이 무엇인가? 장애인 연금법이다. 3~6급도 장애인이다. 물론 1~2급의 중증장애인과 비교해 어려움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이들에게도 일정부분의 보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증장애인의 소득활동에는 문제가 없다?=실제로 지난 2008년 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액은 1~2급 중증장애인 가구가 174만 9천원, 3~6급 경증장애인 가구가 184만 4천원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평균 가구원수는 3.0명으로 동일).

통계청이 2007년 발표한 전체 한국인구의 가구소득을 보면, 도시근로자가구 월 평균소득은 367만 5,431원, 농가 월평균소득은 266만 3,917원이다. 장애인가구의 평균 소득이 경중을 막론하고 비장애인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는 기초장애연금법안을 발표하면서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1~2급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7.4%, 실업률은 13.5%, 고용률은 15.1%로 나타났다”며 장애정도별 취업률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결과, 경증장애인은 경제활동참가율 48.89%, 실업률 7.70%, 고용률 45.13%를 보였다. 중증장애인보다 형편이 나은 것은 사실이나 같은 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체 한국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59.3%, 실업률 3.0%, 고용률 57.6%에 비하면 경증장애인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경증장애인은 중증장애인보다 수가 많기 때문에, 경증장애인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79만 5,395명으로 중증장애인 중 비경제활동인구 42만 5,401명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경증장애인이라고 해서 ‘소득보장 사각지대’에서 비켜나 있지는 않은 것이다.

▲박은수 의원안은 경증장애인도 연금 지급=한편 민주당 박은수 국회의원이 지난 4월 20일 대표 발의한 장애인연금법안은 ‘18세 이상의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장애정도에 따라 연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다만 경증장애인에 대한 차등지급액은 중증장애인 연금액의 50% 이상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증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하되 중증장애인과의 소득 차이를 고려한 조치인 셈이다.

현재 복지부의 기초장애연금법은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맞춰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고, 박은수 의원의 장애인연금법안은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두 법안이 국회에서 병합 심사될 경우 장애연금의 지급대상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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