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전 모씨가 아들의 이름으로 가입한 삼성생명 무배당어린이닥터보험. ⓒ에이블뉴스

“24시간 항상 돌봐야 하는 우리아이, 왜 ‘항상간호’는 감금 상태일때만 해당될까요?”

생명보험사의 까다로운 보험심사에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마음이 까맣게 타고 있다.

발달장애 1급 14살 아들을 둔 전 모씨는 인터뷰에 앞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전씨의 아들은 2003년부터 발달장애가 시작돼 지난해 12월 발달장애 1급을 부여받은 상태다.

지난 2000년 아들의 이름으로 삼성생명 무배당어린이닥터보험에 가입한 전씨는 장해등급표상 1급에 해당되면 재활치료비용을 청구할 수 있음을 뒤늦게 알게돼 장애등급 신청 당시 병원의 장애진단서 등의 서류를 첨부해 지난 1월 보험사에 청구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은 ‘지급할 수 없다’. 화가 난 전씨는 이에 따져 물으니, 보험사의 답은 장애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을 방문해 담당의사에게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한 결과 청구를 받을 수 있는 ‘항상 간호’가 아닌 ‘수시 간호’정도로 판단된다는 것.

전씨가 2000년 당시 가입한 약관에 따르면 ‘항상간호’란 치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항상 타인의 수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로 나와있다.

반면 보험사가 의사에게 제시한 체크리스트는 ‘정신행동에 극심한 장해가 남아 타인의 지속적인 감시 또는 감금상태에서 생활해야 할 때’, ‘정신행동에 심한 장해가 남아 감금상태에서 생활할 정도는 아니나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부분적인 감시를 요할 때’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는 것.

이는 2005년 해당보험사의 새로운 상품에 등장한 이후의 판정기준으로, 전씨가 가입하고 나서 5년이 지난 후 새로운 기준을 들이대며 의사에게 체크하도록 한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전씨는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의 개념이 아닌 이후 새로운 개념을 들이대서 보험금 지급 불가를 통보 받았다.가입당시의 약관의 적용을 하지 않고 어떻게 자기들 마음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청구가 지금껏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청구권을 어떻게든 피해가려는 보험사의 꼼수가 있는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씨는 “발달장애 경우는 의학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특수치료쪽으로 들어간다. 사는 곳이 지방이라 오고가는 비용까지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며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질 못해 24시간 쭉 지켜봐야하는 상황인데 이 상황이 어떻게 항상간호에 속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연에 장애인 자녀를 둔 한국장애인부모회 권유상 전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아동을 키움에 있어, 그 자체가 ‘감금’이라고 표현했다.

권 전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아를 두면 24시간 그 아이를 지켜봐야하는데 이는 곧 감금이다. 우리 아이들이 밖에 못 나가는 것은 감금이고, 필요에 의해서 부모가 동반하는 것, 위험할까봐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 모두 비장애인들과 비교하면 감금에 해당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권 전 사무처장은 “장애가 있는 경우는 보험에 거의 가입이 안된다.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장애인들에게 보험의 혜택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라며 “보험금을 수령해서 우리 장애인들에게도 보험의 혜택을 받는 선례가 되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생명측은 2005년 이후 바뀐 약관의 적용이 아닌, 전씨가 가입한 2000년 당시의 약관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000년대 가입당시의 약관을 토대로, 의사의 소견을 물은결과 수시간호가 나온 것이다. 이에 몇 번이고 다시 소견을 물었고, 전군의 부모에게도 소견을 받아보라고 했지만 결국은 수시간호라는 결과가 나와서 보험금 지급 불가를 통보하게 된 것”이라며 “담당자도 여러 방편으로 적용방법을 찾아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전군의 사례 같은 경우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발달장애로 인해 보험금이 지급받은 경우가 분명 있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보험을 차별받거나 지급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까다롭게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시각이다. 보험심사 기준에 맞춰서 적용하다 보니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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