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역에 위치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1층의 카페모아는 국내 최초 여성 시각장애인 4인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곳이다. ⓒ김창화

지난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최동익)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5월부터 10주 과정으로 바리스타(Barista, 커피를 만들어주는 사람) 양성교육을 통해 총 15명의 바리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들 중 시각장애 1급의 여성 4명이 서울특별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설립된 ‘카페모아’(관악구 봉천동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1층)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여성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4인방의 꿈 만들기

바리스타로 새 삶을 시작한 여성 시각장애인 4인방 박연옥(47), 정승아(37), 현정희(32), 윤미영(28)씨. 희미한 시력이지만 주문과 동시에 청각, 감각, 후각을 총 동원해 능숙하게 주문된 커피를 만들어낸다. 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커피 종류는 20가지이다.

현정희씨(32)는 백내장을 안고 태어나 4살 때 수술을 받았으나 왼쪽 눈은 완전 실명되고 오른쪽 눈도 희미한 상태인,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녀는 6년 동안 안마사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롭고 창조적인 직업을 갖고 싶었던 현 씨는 우연히 바리스타교육의 공지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처음엔 직업으로써가 아닌 취미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너무 재미있고 적성에 맞아 교육 후 바리스타에 지원해 카페모아 1호점의 바리스타가 됐다.

“거품이 필요한 커피는 쥐를 잡아요. 쥐 다섯 마리는 카푸치노! 두 마리는 카페라테!”

“거품기 손잡이를 당기면 찍찍 소리가 나는 것을 비유해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현 씨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창조라고 한다. 그녀는 거품으로 새로운 모양을 개발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라떼가 손님에게 서빙되어 손님들이 기쁘게 마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에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누가 와서 일부러 부딪히지도 않는데요”라며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이젠 적응이 되어서 괜찮다고 하며 웃음을 지었다.

현정희씨는 안마사 일을 버리고 우연히 바리스타교육 공지를 보고 바리스타에 도전하게 됐다.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카페모아 오픈을 준비하면서 바리스타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바리스타 통해 야간대학 꿈까지 얻어

현 씨와 함께 오후 근무를 하는 정승아(37)씨는 11살 아들을 둔 주부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병으로 희미한 시력을 가졌지만 학창시절 그림을 유난히 잘 그렸던 정씨. 이런 정씨를 선생님들은 “넌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림을 참 잘 그리는 구나”라면서 칭찬했다고 한다. 그림대회에서 항상 입선은 했지만 결선에서 시력이 좋고 많은 학원을 다닌 학생들에게 번번이 밀려야만 했다고 가슴 아팠던 추억을 회상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실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정씨. 하지만 시력은 점점 나빠져 학력고사(예전의 수능)시 점자를 배워 시험을 치다보니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지 못해 꿈을 접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바리스타를 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과 용기를 얻었다고…. 뜨거운 재료를 만지고 데이면서 그리고 감각과 후각, 청각을 이용해 주문된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내는 자신을 보면서 가능성이란 희망을 얻게 됐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한다. 바리스타일뿐만 아니라 올해 말에는 꼭 야간대학에 진학,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페모아를 책임지고 있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훈련팀의 박옥련씨는 “시각장애 여성들은 자기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대부분 안마사로 일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 제2의, 제3의 카페모아가 생겨 그들에게 가치와 보람을 찾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의 포부에 부응하듯 현재 매출은 점점 신장하고 있다.

하지만 “카페모아의 진정한 목적은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카페모아가 성공해 더 많은 분점이 개점해 많은 장애인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돌아갔으면 한다고 하였다.

국내 유일의 여성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정승아씨(오른쪽)와 현정희씨(왼쪽). ⓒ김창화

카페모아의 내부 모습.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사진액자들이 인상적이다. ⓒ김창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꿈 만들기 함께해요

매장에서 만난 정승아씨와 현정희씨는 누구보다도 해 맑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단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남들보다 잘 안 보인다는 것뿐이다. 그들이 시력은 부족하지만 그들의 손을 통해 나오는 커피는 어느 바리스타의 커피보다도 향기 나고 행복 가득한 커피가 아닐까!

30평 정도의 깔끔한 분위기의 카페모아에는 젊은 연인, 친구, 직장인, 그리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여성 바리스타들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그녀들의 꿈 만들기를 성원하고 있었다. 커피류는 3천원선, 차류는 2천원선으로 여느 커피전문점보다 가격도 싸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김창화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물리치료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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