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권리다 차별 용인 노동위 규탄'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는 장애인활동가.ⓒ에이블뉴스

혈액투석을 받는다는 이유로 2년 전 버스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중증 신장장애인이 노동행정청을 상대로 법정 다툼 끝에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이원형)는 5일 신장장애인 강성운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피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어안이 벙벙합니다”면서 법정을 나선 강 씨는 마음 졸이며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결과를 알린 후에야 환하게 웃었다.

“우리 둘째 딸이 저 같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 인권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모두들 너무 감사합니다.” 2년여간 사건을 맡아온 담당 변호사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지난 2020년 6월 2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행정소송 제기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고 당사자 강성운 씨.ⓒ에이블뉴스DB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 행정소송 연이어 승소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강성운(50세, 남)씨는 만성 신부전(콩팥기능상실)으로 8년 전부터 매주 3회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중증 신장장애인(기존 장애2급)이다.

관광버스 기사로 일했던 강 씨는 2019년 2월 A 회사의 포항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다. 강 씨는 버스 운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1종 운전면허, 자격시험, 적격검사를 모두 통과했고, 회사 측에서 요구한 건강검진도 모두 마쳤다.

하지만 뒤늦게 신장장애 여부를 알게 된 사 측은 ‘만성신부전과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내용증명과 함께 같은 해 5월 강 씨를 해고했다.

강 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경북지방노동위는 ‘버스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본채용 거부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절차상 문제도 없음(버스의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라는 이유로 기각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역시 회사 측에 손을 들어줬다. 강 씨는 A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관광버스 기사로 일했고, 해고 이후에도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다. 사전에 고지되는 오전/오후 배차계획에 따라 혈액투석 일정도 조정가능하기 때문에, 근무에 어떠한 영향도 없었기 때문에 억울했다.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었다.

강 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심정으로 2020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의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피고인 중앙노동위원회와 보조참가인 A회사는 즉시 항소했고, 또다시 8월부터 2심 재판을 이어왔다. 2번의 재판 결과, 2심 또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2년여간의 법정싸움도 마무리됐다.

5일 신장장애인 버스운전원 부당해고 사건 관련 행정소송 2심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에이블뉴스

■장애계 판결 ‘환영’ “무사히 일터로 돌아갔으면”

이 같은 강 씨의 승소 소식에 장애계 또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승소 기쁨을 나누고, “마지막 싸움이길 바란다”면서 장애인 차별행위를 한 A회사 측에 경고를 던졌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오월 곽예람 변호사는 “회사는 당사자가 면접 당시 신장장애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 노사 간 신뢰관계를 깨뜨린 것으로 본채용 거부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건강상 문제까지 고지할 의무는 없으므로 지병을 숨겼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특정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엄연히 효력이 인정되는 실존법”이라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만으로 실체를 알 수 없는 관리의 부담감만을 토로하고 해고에 이른 사 측에 엄중히 경고한다, 무용한 상고 절차를 통해 당사자를 괴롭히지 말고 2심 판결을 존중해달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행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도 “잘못된 판정이었음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달라”면서 “이번 판결로 일어나서는 안 될 갈등을 완벽히 종결하고 원고가 무사히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재희 활동가는 “별다른 공방, 설명 필요 없이 당연한 장애인 차별 문제인데, 노동위원회 어느 곳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적인 태도와 혐오, 비하 섞인 말들을 이어왔다”면서 “재판은 2년이 걸렸지만, 당사자는 신장장애인의 편견으로 더 많은 시간을 지나오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다. 중앙노동위윈회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변화되길 촉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된 지 13년이 흘렀지만 노동현장에서는 장애인들의 차별 문제에 대해 전혀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입사부터 차별을 경험해도 이야기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면서 “2년여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것에 감사하다. 누군가는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해결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차별받고 해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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