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정책연구실에서 중도장애인의 고용유지 지원방안에 관한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중도장애인은 삶의 특정시기까지는 비장애인으로 삶을 살아오다가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에서 고령으로 발생하는 장애는 배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통계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장애인구 260만 명 중에 상당수 이상을 중도장애범주로 추산한다.

올 한해 코로나 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필자 역시 건강에 대해 되돌아볼 때가 많다. 그러다 문뜩 학부시절 ‘잠재적 장애’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된 장애 인권 관련 세미나가 떠올랐다.

세미나의 내용은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우리 모두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으니 사회적, 물리적 장벽을 스스로의 일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작은 선입견 혹은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과한 생각일까!

줄리 스마트의 장애, 개인 그리고 사회라는 책에서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당사자를 지역사회에서 배제하는 방식 중 하나로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를 꼽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회적 측면에서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을 당연히 인간으로서 장애인에게 참여하고 활동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부터 혹시모를 장애의 발생이 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간 폭력적으로 다가 왔다.

장애는 하나의 새로운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은 인간에게 두려움 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정체성을 새롭게 받아드리고 함께 살아 갈 수 있게 국가적으로 공동체 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 이다.

잠재적 장애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의미에는 어느정도 공감은 되지만 오히려 비장애인으로 하여금 장애라고 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무조건적으로 불운의 결과나, 비극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편하다. 따라서 필자는 본 과제에 있어서도 사회적으로 박탈된 당연한 권리로 직업을 통한 참여와 활동의 관점에서 중도장애인 문제를 최대한 연구하고자 했다.

정책 연구는 국가적 수준에서 중도장애인의 전반적 고용서비스에 대한 방향성과 가능성 등을 고민하는 장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선천적 장애인에 초점을 맞춰온 다양한 지원 체계들이 중도장애인에게까지 확대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 나와서 한날한시에 중도장애인만의 모든 요구를 다 해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나 서비스는 개인 맞춤형을 지향해야 한다. 실제로 다양한 국가에서 장애인 정책의 방향을 개인 예산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급자 중심의 다양한 장애인 지원 정책들을 어떻게 하면 중요한 정책대상인 중도장애인의 요구에 적절히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와 관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려한 것들 즉, 중도장애인의 요구로써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중도장애인은 기존의 장애범주와는 다른 원인을 가지고 발생하기 때문에 심리사회적인 적응 측면에서 새로운 요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척수장애는 사고나 질병 등의 원인으로 척수손상이 발생하여 나타나는 장애로 현재는 지체장애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다.

본 연구의 전문가패널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주신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 협회 사무총장은 다양한 매체의 기고를 통해 척수장애인 통계조차 없는 실태를 개탄하며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해 지체장애 소분류에서 척수장애를 신설해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사회적인 적응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연구되던 주제이다. 회복탄력성이나, 외상후손상 등 심리학적으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 졌으며 재활학의 측면에서는 장애적응이라는 개념으로 활발하게 논의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와 같은 심리사회적 적응 양상은 단순히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 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개인의 적응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 개인이 장애라고 하는 하나의 그전과 다른 정체성을 받아 드리기 위해서는 적응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적응의 과정은 다양한 장면에서 이루어지는 다차원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학생의 장애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은 이후 직장에 진입한 이후 특정 직장 내에서의 직장인 개인의 정체성과 다르다.

이러한 말의 의미는 개인이 특정 맥락에서 장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한다고 해도 다른 장면 즉, 직장, 이성관계 등의 장면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는 스스로의 장애를 충분히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지만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각자의 성향, 성격 등의 개인차로 인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적응과정은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기능적인 방식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성이 있다.

둘째, 기존 지원 방식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국가적 수준에서의 지원이 특정 원인에 의한 장애발생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측면에서 중도장애를 바라보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산재 장해의 경우 산재보험기금을 통해 적극적인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여전히 의료재활의 측면이나 보상차원의 접근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산재장해를 포함하여 다양한 원인으로 중도에 장애를 경험하는 경우 고용서비스의 측면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 속의 삶의 현장에서 중도장애인에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기존의 의료재활이나 단순 지원금의 차원이 아닌 적극적인 방식의 일상생활에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정책대상으로서 중도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보다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

특정시기 예를 들어 경제활동시기, 혹은 고용상태에 있었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그 나이 구간을 명확하게 자르는 등의 시도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향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중도장애를 포괄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당사자가 살아가고 살아온 지역사회 속에서 직업이라고 하는 맥락아래 새롭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셋째, 중도장애인은 이질적인 집단이다. 앞서 언급한 포괄성의 원칙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중도장애라고 하는 범주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개별 당사자의 요구가 다르게 존재한다.

이를 동시에 만족하는 정책이나 지원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개별 중도장애인을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질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고용패널조사 2차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대나 30대에서 장애가 발생한 사람들과 직업력이 상대적으로 길 것으로 예상되는 40대나 50대에서 장애가 발생한 경우와는 그 양상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당사자의 자기효능감이나 장애수용 등의 심리사회적 변수가 경제활동, 취업 등의 사회참여에 미치는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훨씬 40대나 50대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명확하게 보여졌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문헌들에서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직업력이 길고 당장 인생 최대의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연령대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즉각적으로 다시 경제 활동상황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심리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장애 적응을 적극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비교적 젊은 시기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교육기회 제공, 즉 대학교육 등의 접근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중도장애인의 고용서비스 제공에 관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 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실시하여 정책의 방향성과 내용에 관련해 의견을 합치를 보고자 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고용서비스 전달체계만으로는 중도장애인의 고유한 특성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힘들다고 했다. 장애발생 이후 최대한 빠른 시기에 심리사회적 재활 서비스가 의료 재활과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심리사회적 재활 서비스는 크게 전문가를 통한 지원과 동료상담적 접근 방식을 통한 지원으로 구분되었고 각자의 전문성과 역할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누구에게나 장애의 발생과 같은 극단적 변화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극심한 변화를 온전히 개인 혼자서 직면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방종이자 방임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공동체와 함께 공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이유로 중도장애인의 사회참여가 제한되어 왔다. 특별히 중도장애인은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이기에 선천적 장애인과 다른 어려움이 있다.

새로운 자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가 원하거나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주장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우리는 직업이라고 하는 중요한 사회참여 수단을 통해 다시금 중도 장애인이 그전의 삶을 누리고 영위하던 방식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모습을 품고 개별 구성원이 저마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조력해주는 공동체로서의 국가의 품격이 다시금 증명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김원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부연구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