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스캅은 지난 5월 ‘갭 줄이기: 아·태지역의 역량강화와 포괄(Closing the Gap: Empowerment and Inclusion in Asia and the Pacific)’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 PranThira/Shutterstock.com

유엔에스캅(UN ESCAP,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은 지난 5월 ‘갭 줄이기: 아∙태지역의 역량강화와 포괄(Closing the Gap: Empowerment and Inclusion in Asia and the Pacific)’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제75차 유엔에스캅 총회를 앞두고 발간된 주제연구 보고서는 소외계층의 평등 실현을 위한 세 가지 주요 목표인 교육, 고용, 소득의 측면에서 최근의 진전사항을 소개한다. 두 차례에 걸쳐 보고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농촌 인구와 경제수준 하위 40%의 소득은 증가하고 있는가?=보편적으로 농촌의 소득은 도시보다 낮다. 도시 임금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생활비가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도시의 높은 생산성 때문이기도 하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농가 소득은 부탄과 인도를 제외한 아·태지역 모든 국가에서 향상됐다. 또 절반가량의 국가에서 농촌가정 소득 상승률은 도시가정 보다 더 높았다.

조지아의 경우 도시가정 소득이 약 50% 증가할 때, 농가 소득은 약 200% 올랐다. 하지만 농촌가정은 도시가정과 비교했을 때 연간 1천 500달러를 덜 벌었다. 즉 농촌가정의 소득 상승률은 도시보다 높지만, 화폐단위 환산 액수는 낮다.

세계 경제수준 하위 40% 국가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소득은 향상됐다. 또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 경제수준이 하위 40%인 인구집단의 소득 상승률은 전체 인구의 소득상승률보다 더 높은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위 40%의 소득이 올랐더라도, 절대적인 빈부격차는 그대로기에 갭을 해소할 순 없었다. 경제 발전의 수혜자는 단연 상위 60%다. 하위 40%의 소득 상승률은 오히려 상위 60%의 소득이 상승한 것에 대한 부산물로 보였다.

농촌인구 및 경제수준 하위 40%의 소득 증가와 관련, 성별 및 장애 여부의 별도 수집과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점이 다소 안타까웠던 이유는 성별, 장애 여부 등의 특성이 상호 복합적으로 소외계층이 벌어들이는 소득의 갭 해소를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수인 만큼, 성별 및 장애여부에 따라 분리된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두를 위한 발전: 포괄과 역량강화를 위한 정책=경제 발전이 교육과 고용을 위한 공공 투자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저·중소득국, 중소득국에서의 발전은 정부가 구축하는 환경과 더 연관성이 깊음이 드러났다.

2019년 에스캅, 유엔개발계획 및 아시아개발은행이 펴낸 보고서 <발전 가속화: 역량 강화된, 포괄적이며 평등한 아·태지역(Accelerating progress: An empowered, inclusive and equal Asia and the Pacific)>은 포괄과 역량강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을 네 개의 분야로 분류했다.

(1) 인권체계, (2) 규범과 조직, (3) 참여와 목소리, (4) 재원과 기관 확대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소외계층의 기회 확대와 역량강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성공했던 정책이나 계획 등을 살펴본다.

인권체계는 중요하다.

성별, 연령, 장애 여부, 종교, 인종 등을 근거로 한 차별은 포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특히 몇 가지 형태의 차별을 중복해서 겪는 소외계층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와 관련, 차별금지법은 소외계층을 확실히 보호 하고, 그들이 인권을 침해받았을 때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다. 또 모든 사회 구성원 간의 평등을 규정하는 법률은 그 사회에서 차별적 관행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차별금지법은 편견과 부정적인 문화적 관행을 제거하는 강력한 무기다.

앞에서 살펴본 갭 해소에 있어 좋은 성과를 보인 국가 대부분이 유엔의 주요 인권 협약과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의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그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했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은 각각 저소득국, 중·저소득국이지만 대부분의 국제 인권 규약을 비준했다. 교육, 고용 부문에서 소외계층의 포괄을 잘 이뤄낸 두 국가는 국내 인권법 및 차별금지법이라는 탄탄한 법적 기반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규범과 조직으로부터 지원받아야 한다.

‘기초 서비스 및 경제적 기회로의 접근의 평등 원칙’을 위한 규범적 제도 정비에 있어 진전을 보인 국가들이 많았다. 법 규범이 관련 조직을 통해 실행되고, 모니터링 될 때 해당 법 규범의 영향이 지속, 확대될 수 있다.

성별과 관련하여, 필리핀에서는 1975년부터 대통령청 산하의 여성 위원회 임명으로 성 평등에 관한 종합적인 법·제도가 발효됐다.

카자흐스탄은 2005년부터 역량강화의 몇몇 영역에서, 진전사항 모니터링을 위한 지표를 포함해 성 평등 전략을 채택했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분석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이 기간에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1991년 70%에서 2013년 75%로 상승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몇몇 국가가 관련법을 제정했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예산 할당은 거의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특수교육에 관한 ‘교육 규칙’을 통해 장애·비장애 아동 간 중등교육 수료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교육부 내 관련 부서는 지난 1995년부터 특수학교와 포괄 프로그램을 감독해 왔다.

중국은 2020년까지의 공평한 기초교육을 위한 로드맵이 담겨있는 ‘의무교육 개발 각서’를 통해 장애 분야의 진전을 이뤄냈고, 각 지방마다 발전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점검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하지만 다른 인구 집단과 비교했을 때 장애인은 가장 강력한 차별과 낙인에 맞서고 있었다. 포괄적 사회규범이 조성되는 데 결정적인 정치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법률로도 사회 내 깊게 뿌리박힌 편견을 극복할 수 없었다.

역량강화를 위한 ‘참여’와 ‘목소리 내기’도 포괄과 역량강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 중 하나다.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의 참여는 수요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민감성을 보장하며, 필요한 곳에 적절한 자원이 투입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처럼 교육과 고용에 있어 발전 갭을 줄이는 데 성공한 저소득국가에서는 강경한 시민사회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와 파트너를 맺고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에 공공서비스를 전달하고, 소외계층의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지지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재원과 기관 늘리기다.

앞서 언급된 요소들은 재원과 기관이 갖춰져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보고서에서는 교육·고용 기회의 가능성과 질을 높이는 정책(재원 측면의 정책)과 특정 소외계층의 정책결정 능력에 중점을 둔 정책(기관 측면의 정책)을 나누어 상세히 소개하였지만, 본 기획특집에서는 ‘기관 측면의 정책’ 내 그려진 ‘포괄적 장애 정책’ 부분만을 다룬다.

평등을 위한 진전 속도는 느리며, 특히 장애인에 있어서 그러한 경향이 심함을 나타낸 그래프. 초록색은 ‘갭이 빠르게 해소됨’, 노란색은 ‘일부분 포괄이 진행됨’, 빨간색은 ‘퇴행 또는 갭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 UNESCAP

사회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 포괄’은 포괄적인 사회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럼에도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 만 명의 장애인은 여전히 초·중등교육에 접근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평균 2배에서 6배 덜 고용된다.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과 같이 장애인 역량을 키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종합적인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제정했다. 터키는 지난 2005년 ‘터키 장애법(the Turkish Disability Act)’를 발효했다. 법에서는 명확한 차별금지 조항을 포함하며, 장애인권리협약(the Convention of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대부분 반영하는 조항들도 있다.

접근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접근성은 건축 환경과 이동성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을 규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시각 장애학생도 교과서에 접근할 수 있고, 청각 장애학생도 수어 통역 및 다른 자원으로 인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고서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한 국가에 강력한 제도와 법률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 국가의 소득 수준이 국민의 평등 달성을 위한 잠재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종합적이고 비차별적인 법적·정책적 제도는 강력한 정치적 노력과 공공 투자로부터 지지를 받아,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잠재성을 드러내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성취될 수 없는 꿈과 같았다. 지속가능개발목표의 달성 기한은 2030년까지기 때문이다.

평등을 위한 투쟁에서, 여성, 농촌 주민, 장애인과 여타 다른 인구집단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역량은 그들 각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강화되어야만 한다. 또 그들이 속한 국가로부터도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참여, 포괄 및 역량강화를 가능케 하는 환경 조성과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위한 헌신은 서로 전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이 두 가지는 계속해서 함께 가야 한다.

※ 출처:

https://www.unescap.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SDD-Closing-the-Gap-report-v8-7-E.pdf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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