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9개 단체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독소조항’ 최저임금법 제7조 규정 폐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즉답을 피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9개 단체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전체 토론장을 꽉 메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 11층에 입주해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 10일 현재 51일째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3대 요구안으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쟁취, 장애인최저임금적용 제외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요구안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81만개 공공일자리 중 중증장애인의 몫으로 1만개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장연은 일자리 업종으로 주로 중증장애인이 근무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NGO의 동료상담가, 권익옹호활동가, 장애인인권교육강사 등을 제시한 상태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중증장애인이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 조항 삭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전장연과 고용부 측은 이들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민관협의체 구성을 앞두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장애인 노동정책의 문제점과 함께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다시금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에이블뉴스

“월 10만원 주면 더블 감사…‘개떡’ 현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중증장애인 10명 중 7~8명이 비경제활동인구임을 지적, 한마디로 장애인 고용 현실을 “개떡”이라고 표했다.

박 상임대표는 서두부터 “장애인 경제활동인구 20% 대상으로 고용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사업주 중심이다”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박 상임대표는 “현재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최저임금 제외 적용 대상이라 월 5만원 주면 감사하고, 10만원 주면 더블 감사해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우려를 표해도 4년이 넘도록 정부는 말을 안듣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일자리 정책은 돈 뜯어내야 하니까 의무고용률을 상향하고 훈련 인프라만 확대하겠다고만 한다”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박 상임대표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을 폐지하고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노동자의 임금으로만 지급하면 된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 7000여명은 중증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동료상담, 인권옹호 등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이동시켜버리면 된다”면서 “충분히 대안이 있으면서도 정부는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최은실 법률위원장, 한신대학교 우승명 교수.ⓒ에이블뉴스

“최저임금제 적용제외 어불성설…헌법 위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최은실 법률위원장도 “최저임금 예외를 규정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조항 폐지 의견을 보탰다.

최 위원장은 “최저임금제란 인간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최저한의 수준이다, 제도 취지상 아무리 업무숙련도가 낮고 업무성과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50%도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3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의 근로의 권리와 함께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장애인의 경우 저임금 해소를 통해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소득분배를 통해 보호의 필요성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아야 한다”며 “오히려 최저임금제를 더욱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제 적용제외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신대학교 우승명 교수도 “독일 중증장애인들은 사회법전에 근거해 유급휴가를 5일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고 고용주 또한 중증장애인에게 부여된 업무가 너무 과하지 않은지 등의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법에도 장애인을 적용 제외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은 근거도 정확하지 않고 장애인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신직수 사무국장.ⓒ에이블뉴스

“직업재활시설 운영 허덕…최저임금 지급 환경 조성 필요”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신직수 사무국장은 “지난 2016년말 기준 전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월평균 임금은 54만1000원이다. 이중 근로사업장이 101만1000원이며, 보호작업장이 39만4000원”이라며 “근로장애인의 임금은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것은 없고 훈련장애인들의 훈련수당 또한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신 사무국장은 “복지부에서는 관리운영비 및 인건비에 대한 보조금 지원 없이 기준만 정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근로장애인 임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지만 최근 고용부에서 직업재활시설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도 높은 임금을 주기 위해 최대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 사무국장은 “장애인 고용장려금이 법적인 체계에서는 사업주인 법인에게 지원된다. 고용장려금 제도상 문제가 있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고용장려금이 근로장애인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법 체계가 아니다.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9개 단체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전체 토론장을 꽉 메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고용정책 노력하지만 미흡, 최선 다할 것”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고용부 김환궁 장애인고용과장은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와 질을 높이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에서는 중증장애인 고용정책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과장은 “장애인고용정책이 사업주 중심이라고 비판하셨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업훈련 도움을 받아 좋은 일자리를 찾아나가는 사례가 많다. 사업주 중심과 직업훈련 인프라만 늘린다는 비판은 과장된 이론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과장은 “물론 체감하시는 부분이 적지만 중증장애인에 대한 고용정책을 더 고민하고 있다. 고용장려금 또한 올해도 중증남성을 인상했고 근로지원인 등을 확대하고 있다”며 “표준사업장을 비판적으로만 보지만 사업장이 2배 이상 늘었고 중증장애인 근로자도 5300명이다. 최저임금도 주고 편의시설을 갖춘 괜찮은 일자리”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저임금 제외 조항 삭제’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전하지는 않았다.

다만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요구안 내용에 대한 TF를 구성할 것이냐”란 질문에는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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