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업재활 근로체험수기 대상 수상자 엄재덕씨.ⓒ에이블뉴스

“담쟁이는 아무리 높은 벽일지라도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올라가 언젠가는 그 벽에 푸른 잎을 덮어 싱그러움을 뽐내죠. 저도 그 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요.”

엄재덕 씨(47세, 뇌병변3급)는 1991년 군대입대영장을 받아놓고 첫 직장인 건설회사에서 배관 일을 하다 사고로 장애를 입었다. 한 달 동안 식물인간이 된 재덕씨의 삶은 악몽이었다. 말문도, 걸음도 걸을 수 없었다. 재활은 죽음과 바꾸고 싶은 고통 속의 시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엄마” 단어를 뱉어내며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됐다. 2004년, 지인의 소개로 울산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 입사한 그는 어깨 너머로 일을 배우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도, 점심사간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서른아홉 나이에 지적장애인 아내와 결혼한 재덕 씨는 올해 9살난 딸을 두고 있다.ⓒ에이블뉴스

그 결과, 현수막광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재덕 씨는 일러스트, 포토샵 등 프로그램을 배워 나갔고, 소통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같이 옥상에 올라가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불렀다. “미친놈”이라는 욕도 들었지만 “힘내세요”란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과의 소통에 자신감도 생겼다.

특히 이곳에서 서른아홉 이란 늦은 나이에 지적장애인 아내를 얻었다. 올해 9살 된 딸아이가 ‘아빠 힘내세요’란 노래를 불러주면 힘듦도 한순간에 가신단다.

“이 곳은 저에게 회사 이상입니다. 아내를 만났고 아이를 얻었으며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보람도 느끼고 더 많은 전문지식과 세밀한 기술을 배워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

3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주최 ‘제9회 장애인직업재활의 날 기념식’에서 근로체험수기 대상을 수상하는 엄재덕씨.ⓒ에이블뉴스

재덕 씨는 3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주최 ‘제9회 장애인직업재활의 날 기념식’에서 근로체험수기 대상을 받았다.

재덕 씨는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13년간 현수막출력과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재덕 씨는 “너무 기쁘고, 제 힘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그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재덕 씨를 포함한 총 10명의 영광을 안았다. 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명 등 총 37명의 유공자들도 시상했다.

3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주최 ‘제9회 장애인직업재활의 날 기념식’.ⓒ에이블뉴스

한편, 이날 열린 ‘장애인직업재활의 날 기념식’은 ‘직업재활이 장애인복지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날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김영화 회장은 "일자리는 여전히 장애인에게 높은 벽"이라며 "장애인복지정책이 고용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이영호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일하고 싶은 장애인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신경 쓰겠다. 직업재활시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중장기발전방안을 마련하고 기능 보강과 경영컨설팅을 확대 하겠다"며 "열악한 임금 여건도 개선하고 현장과 소통해 현장에서 답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김영화 회장.ⓒ에이블뉴스

3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주최 ‘제9회 장애인직업재활의 날 기념식’.ⓒ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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